수업 때 읽은 ASR에 실린 논문. 미국 로펌 노동 시장에서 계급을 시그널링하는 것이 왜 젠더화된 효과를 드러내는지 (즉 왜 여성의 경우 상류층이라는 시그널링을 하는 것이 남성과는 다르게 불이익을 가져올 수도 있는지) 분석한 논문. 


요약
Lauren A. Rivera and András Tilcsik. 2016. “Class Advantage, Commitment Penalty: The Gendered Effect of Social Class Signals in an Elite Labor Market.” American Sociological Review 81(6): 1097-1131. 

계급과 젠더로 인한 차별은 사회학의 고전적인 연구 주제이다. 저자들은 미국의 엘리트 노동 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로펌들을 대상으로, 이력서에서 드러나는 지원자들의 계층과 젠더의 시그널이 어떻게 상호작용하여 서류 합격(“콜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노동 시장에서의 이러한 연구는 “사회 계급이 고등교육을 완료한 이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역할”을 직접적으로 탐구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1099); 계급에 대한 고전적 연구들은 대부분 교육 기관에 대한 연구에 그쳤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동 시장에서 구직자의 젠더와 계급이라는 두 변수를 함께 탐구하는 것은, “상류층의 배경이 여성에게 [도움만이 아닌] 실제로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 중요하다(1101). 
    또한 로펌이라는 엘리트 노동 시장을 연구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점을 지닌다. a) 이전의 많은 연구들은 저임금 노동 시장에서의 차별을 주로 다뤘다는 점에서 이 연구는 차별화된다. 또한 법률가 직종은 계급과 젠더의 교차 지점(intersection)을 연구할 수 있는 흥미로운 배경을 제공한다. 왜냐하면 미국 로스쿨의 성비와 새로 로펌에 고용된 사람들의 성비가 절반 씩이 되지만, 여성은 파트너 변호사의 20%밖에 차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젠더와 계급의 시그널이 서류 합격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기 위해 다음의 세 방법론을 사용했다. 이력서 감사 연구(résumé audit study), 설문지 실험(survey experiment), 인터뷰. 우선 이력서 연구의 경우, 이력서는 미국의 세컨드 티어 로스쿨 최우등(top 1%) 졸업생, 학생 변호사위원회 위원, 정부 인턴 등의 내용을 포함하도록 디자인되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가짜 이력서는 계급을 암시하는 여러 문화적 배경들--성(姓), 학부 시절 체육대회 상, 학부 커리큘럼 외 활동, 취미--과 성별을 지시하는 이름(James or Julia) 정도에 차이를 둔 채 나머지는 모두 동일한 내용으로 통제되었다. 각 로펌 당(N=316) 하나의 이력서가 여름 변호사 인턴십 지원 명목으로 발송되었다. 결과는, 상류층 남성의 16%가 인터뷰 연락을 받았고, 상류층 여성, 하류층 남성, 하류층 여성은 각각의 3.8, 1.28, 6.33% 만이 인터뷰 연락을 받았다. 회귀분석 결과 모델마다(see Table 3), 그리고 대상 로펌의 성비 구성 차이마다(see Table 4) 약간 차이는 있지만 상류층이라는 시그널과 남성이라는 시그널이 둘의 상호작용과 함께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상류층이라는 변수가 남성이라는 변수와 함께할 때만 인터뷰 연락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여성의 경우, 상류층의 시그널은 오히려 인터뷰 연락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는데, 이것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값은 아니다.)
    이력서 연구는 인과적 추론을 가능케 하지만 이러한 현상의 기저에 있는 매커니즘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특히 상류층이라는 요인이 남성이라는 요인과 함께 상호작용해 인터뷰 연락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에, 상류층이 로펌의 활동에 좀 더 적합하다는 해석이 좋은 설명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여 저자들은 설문지 실험을 했는데, 210명의 미국 변호사를 대상으로 이력서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도록 하였다. 평가의 차원은 다음과 같다: 능력과 열정(competence and warmth); 남성성과 여성성; 업무 헌신성(committment); 적합성(fit); 채용하고 싶은 정도. 분석 결과, 헌신성의 정도 평가에 있어 상류층 남성의 점수가 상류층 여성의 점수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p<.05). 업무 적합성의 정도는 상류층 남녀가 하류층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저자들은 인터뷰 연락에 있어 업무 헌신성의 정도(percieved committment)와 적합성(percieved fit)의 정도가 어떤 차이를 나타내는지 알기 위해 구조방정식 모델을 세웠는데, 남성과 여성의 경우 모두 계급 시그널과 인터뷰 연락 정도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직접적 인과가 존재하지는 않았다. 한편, 남성과 여성 모두 통계적으로, 적합성의 정도와 업무 헌신성의 정도가 인터뷰 연락을 매개하는 것으로 보였다. 또한 상류층이라는 표시가 적합성에 좋은 영향을 준다. 그런데 상류층이라는 표시는 역시 업무의 헌신성 정도에 영향을 미치지만, 이는 젠더에 따라 달라지는(gendered) 모습을 보인다. 상류층 표시는 남성에는 헌신성 정도에 관련해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여성의 경우 그것은 헌신성의 정도를 낮추는 것이다. 즉, 상류층 여성의 경우, 업무 적합성의 정도는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동시에 헌신성의 정도에서는 낮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미국의 법조인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한 결과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많은 이들은 상류층 여성의 경우 결혼이나 업무 강도, “남편감 찾기” 때문에 일을 벗어날 것이라는 우려를 보였다(1120). (한편, 응답자들은 하류층 여성의 경우 로스쿨 빚이나 “먹여야 할 식구” 때문에 틀림없이 일을 열심히 할 것이라는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1120쪽.)
    즉 로펌과 같은 엘리트 노동시장에서 상류층 여성은 논문의 제목처럼 “계급에 관해서는 이점을, 그러나 헌신에 관해서는 페널티를” 받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