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강의 제목들을 보면 끝에 붙은 '연습' 때문에 갸우뚱해지곤 했다. 


사회심리학연습, 조직사회학연습, 현대사회학이론연습, etc. … 


대체 무엇을 연습한다는 것일까? '연습'이란 말이 어떤 것을 배우는 과정 전체를 통칭한다 하면 학부 수업 제목에도 똑같이 연습이 붙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연습이라는 말은 대학원 강의 제목에만 보통 붙는 것 같다.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구글링을 해 보았다. 사실 명쾌한 설명은 없었다. 그런데 한국어로 된 일본 대학원 강의 관련 자료들이 딸려 검색되었고, 일본에서도 동일하게 연습(演習)이라는 말을 쓰는 것 같았다. 그래서 사전도 검색해보고 생각해 봤는데 다음과 같은 가설이 유력할 것 같다. 


일본에서 쓰이는 단어인 연습(演習)을 한자로 바로 직역하여 쓰다 보니 한국 강의 실라버스에도 관례적으로 연습이란 말을 써오는 것이다. 비록 한국어 사전이나 한자 사전에 등재된 '연습'이라는 말의 뜻과는 거리가 있을지라도. 


보통 한국어에서 일상적으로 연습은 '피아노를 연습하다', '내일 체육 시험을 대비해 뜀틀을 연습하다' 따위가 있다. 이것은 "학문이나 기예 따위를 익숙하도록 되풀이하여 익힘"이라는 뜻이고, 한자로는 練習이다(표준국어대사전). 그런데 다른 한자어도 있는데, 바로 演習이다. 한국어로 앞의 연습과 뒤의 연습은 모두 뜻이 비슷하고, 일상 생활에서 구분할 일은 거의 없다. 후자는 "실지로 하는 것처럼 하면서 익힘"이라는 뜻이고, 익히다(練)라는 뜻과 달리 演에는 청중에게 보여준다, 실제로 한다 같은 뜻이 있다. 그래서 '연극을 연습하다'라고 말할 때에는 演習이 더 어울릴 것이다. (실제로 사람들이 말할 때 어떤 한자어를 쓸지 구별하고 의식하지는 않겠지만.) 


그런데 일본어에서는 이 둘을 구분하는 느낌이고, 실제로 음도 다르다. 연습練習은 렌슈 れんしゅう 라고 발음한다. 연습演習은 엔슈 えんしゅう라고 발음한다. 여기서 전자의 연습은 한국어와 뜻이 거의 같다. 하지만 후자의 연습에는 뜻이 더 붙어 있다. 후자의 연습 역시 전자의 연습처럼 쓰기도 한다. '익숙해지기 위해 반복해 익히는 것'이고 앞의 연습과 뜻이 같다(출전 デジタル大辞泉). 하지만 다른 뜻도 부가되어 있다. "대학, 대학원 등에서 교수의 지도 아래 학생이 연구, 발표, 토의를 하는 것을 주로 하는, 소수 인원의 수업 형태. 제미나르, 제미."(大学・大学院などで、教授の指導のもと学生が研究・発表・討議を行うことを主眼とした、少人数の授業の形式。ゼミナール。ゼミ。) 라는 것이다. 


즉 세미나(독일어로 제르미나) = 연습인 것이다. 


실제로 영일 사전을 찾아봐도 演習 = seminar로 나온다. 


의문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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