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근, 에이펙스 트윈의 음악을 다시 들어보며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앰비언트의 효시(?)라고들 이야기하는 이노의 앨범을 찾아 들어 보았다. 이노의 음악은 몇 년 전 <Another Green World> 앨범을 들은 것을 제외하고는 처음이었다. 

 

2. 네 트랙 중에서도 특별히 마음에 드는 것은 맨 마지막 트랙인 "2/2"인데, 무리 없이 공간을 유영하는 신디사이저 소리가 전면에 등장하고, 피아노나 기타 같은 어쿠스틱 악기의 소리나 인간의 목소리가 완전히 배제되었다는 점에서 다른 트랙들과 구별된다. 내 입장에서는 마음을 가장 편안하게 해 주는 트랙은 마지막 쪽인 것 같다. 때론 엄격하고 강박적인 비트의 반복도 안정을 주지만, 이 트랙에서처럼 (그들 개개의 음을 규율하는 박자가 부재해 보여도) 신디사이저 음들이 파도와 같이 부드럽게 밀고 빠지는 모양도 안정을 준다. 

 

3. 두 번째 트랙 "2/1"과 "1/2"에서의 배경의 코러스는 그 자체로 아름답고 '질감'이 있으나 그것이 인간의 목소리와 닮아 있다는 점에서 약간의 긴장감을 더한다. 요컨대 안락의자에 앉아 편안하게 들을 수만은 없는 트랙이라는 것이다. 단일한 음을 가지는 개개의 목소리들이 각자 등장하며 서로 화음을 이루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다는 점을 볼 때 여기에는 단지 편안하게 배경음악으로 위 두 트랙을 즐기지만은 말고 각자의 보컬들이 등장하고 퇴장하며 만들어 내는 구성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라는 이노의 의중이 개입한 것이 아닌가 싶다("as interesting as it is ignorable"!). "1/2" 트랙의 구성에 관한 이노의 언급이 영문판 위키피디아에 인용되어 있는데, 흥미롭다: en.wikipedia.org/wiki/Ambient_1:_Music_for_Airports 

 

Ambient 1: Music for Airports - Wikipedia

From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Jump to navigation Jump to search 1978 studio album by Brian Eno Ambient 1: Music for Airports is the sixth studio album by English musician Brian Eno, released in 1978 by Polydor Records. The album consists of four co

en.wikipedia.org

 

피치포크 사이트에 게시된 "50개의 베스트 앰비언트 앨범"에서 이노의 위 앨범에 대한 꼭지를 번역해 보았다.

 

브라이언 이노가 배경을 흐르는 사운드(atmospheric sound)라는 아이디어를 처음 만들어 냈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노는 그것에 앰비언트 뮤직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에릭 사티에게는 미안하지만, 당신이 이 글[앰비언트 뮤직 앨범 50선]을 읽고 있는 이유가 브라이언 이노 때문이 아닌가.) 1970년대의 가장 교활하고도 가장 사색적인 팝스타이자 철학자였던 브라이언 이노는 특정한 분위기에 맞추어, 공간을 채색할 수 있는 기능적인 음악을 추구했다. 음향의 영역에서 향수나 공기청정기와 상응하는 어떤 것을 말이다. 당시 대부분의 환경 음악(environmental music)은 팝 히트들을 오케스트라 용으로 편곡한 이지 리스닝이나 “엘리베이터 뮤직”의 형식을 취했는데, 이노는 이를 “피상적이고 새로울 것이 없다”고 여겼으며, 그는 당시의 이러한 지배적인 형식에 반대해 목표를 세웠다. 앰비언트 뮤직은 그 초창기부터 우월의식(snobbery)을 내재한 셈이다. 이노는 그저 그런 분위기(atmospheres)를 창조하려고 한 것이 아니다. 그는 무엇보다도 미감이 있는 것을 창조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노는 [그의 생각을] 강요하기보다는 부드럽게 제안하고 싶었다. 주어진 환경을 “덮어 버리는” 것보다는, 그는 어떤 공간의 감정적인 반향을 증대시킬 수 있는 사운드를 상상했다. 그는 차분함과 사색을 선호하는 만큼이나 의심과 불확실성을 불러일으키는 사운드를 선호했다. 달리 말하자면 이노는 외톨이들, 무신론자들, 그리고 내향적인 사람들을 위한 배경음악을 만들고 싶었던 것이고, 이노가 『Ambient 1: Music for Airports』로 이루고 싶은 것이야말로 정확히 그런 것이었다. 이 앨범의 피아노와 신디사이저 멜로디는 부드럽게 움직이고, 겉보기에 어떤 목적 없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바람 없는 공기에 머무는 모빌처럼. 이 앨범은 비통한 감정과 지고의 행복을 표현함과 동시에, 감정적으로 열려 있으며, 분위기를 돋우는 이상적인 음악이다(적어도 성찰적인 리스너들에게는 말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어떤 공항이라도 이와 같다면, 그 공항이 불러오는 이미지는—알루미늄과 유리의 번쩍이는 표면 너머로 태양이 지며, 침착하고 낙관적인 여행자들이 통로를 아무 소음 없이 유영하는—아마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실현되기 어려운 것일 테다. 미래로 가는 이 열차는 그 역을 떠난 지 오래이다(그리고 끔찍하게 탈선해 버렸다[derailed in a fiery heap]). 무엇부터 들어야할지 모르는, 앰비언트 뮤직이 궁금한 리스너들에게는, 이만한 좋은 입문작이 정말로 없을 것이다.

https://pitchfork.com/features/lists-and-guides/9948-the-50-best-ambient-albums-of-all-time/?page
 

The 50 Best Ambient Albums of All Time - Page 5

Wallpaper music? None here. These are the albums that have shifted moods and created new worlds

pitchfo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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