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앨범이 취하고 있는, 그루비하고 클래식 록적인 접근은 버먼(Berman)의 오랜 친구이자 실버 주스의 원년 멤버인 스티븐 맬크무스(Stephen Malkmus)가 돌아온 것과 관련이 깊다. 밴드 페이브먼트의 리더로서 겪어야 하는 머리아픈 일들은 잠시 제쳐둔 채, 맬크무스는 페이브먼트가 가지고 있었던 팝적인 호소력을 앨범 『아메리칸 워터』에 불어 넣으며 실버 주스의 리드 기타리스트가 된다는 꿈을 실현시키고자 했다. 대부분의 청중들은 『아메리칸 워터』의 가벼운 접근을 반겼는데, ‘실버 주스 순수주의자’인 팬들은 이 앨범에 강하게 느껴지는 말크머스의 잔향을 비난하고는 했다. 물론, 몇 곡들은 페이브먼트를 다시 조리한 것처럼 들리는데(특별히, “Blue Arrangements”), 이 앨범은 전체적으로 보면, 작사가 및 보컬리스트로서의 버먼과 음악감독 및 기타리스트로서의 말크머스의 성공적인 콜라보레이션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새로운 배킹 밴드가 추가된 점도 과소평가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들의 파트너십은 —아마도 현존하는 유일한 위대한 인디 디스코 록 음악이라고 할 수도 있는— “People”에서 절정을 이룬다. “People”에서 버먼의 시적인 위트는 만개하는 것이다. (애플 뮤직 에디터의 글 번역)

 

데이비드 버만은 "American Water Spaniels"라는 견종(犬種)을 다루는 수의사 사무실의 포스터를 보고 이 앨범의 제목을 따 왔다. [American Water] 앨범은, 실버 주스의 최고의 편곡과 연주라고 할 수 있는, 자랑할 만한 몇 곡을 가지고 있다. 플루트와 브라스로 채색된 "Random Rules"와, 드라이브가 걸려 있지만 우아한 기타 연주가 돋보이는 "Night Society"에서, 와와 페달(wah-wah)이 어울리는 70년대 스타일의 팝인 "People" 등. (Allmusic 앨범 리뷰 일부 번역: https://www.allmusic.com/album/american-water-mw0000600935)

 

데이비드 버먼--지금은 고인이 된--의 1인 밴드 퍼플 마운틴을 접하고 거꾸로 실버 주스를 듣게 되었다. 몇몇 로킹한 곡들도 있고, 위에서 애플 뮤직 에디터가 쓴 것처럼 페이브먼트 느낌이 강하게 나는 곡도 있지만, "Random Rules"와 "We Are Real"에서 느껴지는 처연하면서도 나긋한 버먼의 보컬이 좋다. 깔끔한 클린 톤 일렉트릭 기타는 위안이 된다. "Honk If You Are Lonely Tonight"은 확실히 퍼플 마운틴의 앨범 속 수록곡들과 결이 비슷하다. 가사는 스트레이트하고, 박자는 통통 튀고, 보컬은 적당히 흥겹고 이것이 그의 절망에 동참하게끔 한다. 

 

특히 로킹한 느낌이 많이 드는 곡일수록 더 심한데 앨범 전체적으로 플랫하고 건조한 느낌이 든다. 아무래도 단순한 밴드 구성에서 수록곡들이 크게 벗어나지 못해서일 수도 있고 또 믹싱을 의도적으로 그렇게 해서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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