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0. 14. 

 

 

작년 이맘때 가을에 벨 앤 세바스찬을 (L의 추천을 통해) 처음 들었다. 작고한 시인 황병승의 시집 제목의 영감이 되어 준 밴드라는 점만 알고 있었다. 일단 유명한 곡들로부터 시작했다. "Step into my office baby", "Is it wicked not to care", "Like Dylan in the Movie", "Another Sunny Day" 등등. 완전히 꽂혔다. 나는 원래 이런 스타일의 팝을 좋아했던 것 같다. 고등학생 3학년 때부터인가, 대학교 1학년 때부터인가, 플리퍼스 기타의 싱글과 초기 앨범들도 좋아해서 자주 들었었다.(아마 나고야에서인가 그들의 컴필레이션 앨범 colour me pop을 구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이런 스타일의 밴드들을 잘 모르기도 하고, 음악을 열심히 찾아 듣는 편은 또 아니었다. 작년 처음 들은 뒤로, 벨 앤 세바스찬은 아주 자주 듣고 있다. 타이거밀크라든지 If you feeling sinister라는 초기 앨범의 약간 미니멀한 기타 위주 접근도 좋지만, 요새, 그러니까 2020년 가을 꽂히는 벨 앤 세바스찬의 앨범은 [Dear Catastrophe Waitress]이다. 여기서 "if she wants me"는 정말 압권이다.

 

이 곡의 가벼운 일렉트릭 기타 반주로부터 시작해서, 오르간, (1분 10초 쯤을 전후해 본격적으로) 스트링 사운드의 키보드와 일렉트릭기타, 그리고 코러스가 순차적으로 등장하며 사운드를 쌓아 나가는 접근은, 상투적이지만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2분 50초 쯤에서 나오는 기타 솔로와 연이은 키보드 솔로도 리드미컬하고 상쾌한데, 전혀 과하게 감정적이지 않아서 또 좋다. 스튜어트 머독의 부드러운 보컬에는 역시 이렇게 포근포근한 반주들이 어울리는 것이 아닐까. 초기의 앨범들도 좋지만 "소리의 벽"이 없어 허전한 감이 있다. 

 

If I could do just one near perfect thing I'd be happy
They'd write it on my grave, or when they scattered my ashes
On second thoughts I'd rather hang about and be there with my best friend
If she wants 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