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와 분노»를 쉽게 읽기 위해
2017. 1. 6. 17:31
«소리와 분노»를 쉽게 읽기 위해
윌리엄 포크너의 «소리와 분노»(The Sound and the Fury)는 어려운 소설이다. 여러 실험적인 글쓰기 기법이 많이 사용되었고, 소설의 시간 순도 직선적이지 않아 처음 읽는 독자들은 내용 자체를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포크너는 “이 책을 세 번 읽었는데도 내용을 이해할 수 없다”는 독자에게 “그러면 네 번 읽으라”고 응수했다고 한다(«소리와 분노»의 역자 해설. 윌리엄 포크너, 공진호 옮김, «소리와 분노», 파주:문학동네, 2013, 443쪽). 물론 여러 번 읽는 게 소설을 깊이 음미하고 첫 번째, 두 번째 읽었을 때 몰랐던 부분들을 파악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방법이겠으나, 이 책을 처음 읽는 사람들에게 역시 처음 책의 미로 속에서 헤맸던 독자로서 읽기에 도움이 되는 몇 가지 정보를 글에 정리해 놓는다.
(0) 번역본
소리와 분노의 번역본은 공진호 씨가 번역한 문학동네 판본이 제일 좋다. (다른 판본들은 제목을 ‘음향과 분노’라고도 번역했다.) 번역자가 세심하게 신경을 쓴 구석이 굉장히 많이 보이며, 미국과 한국의 문화적 차이로 인해 이해하기 어려운 언어유희나 상징 등에 대한 설명도 간간히 각주로 표시되어 있다.
번역자는 소리와 분노에 관련된 내용을 올린 블로그도 운영 중이다: http://soriwabunno.blogspot.kr 깊은 이해를 위해서 들르면 좋다.
(1) 등장인물
[콤슨Compson 가家]
- 제이슨 콤슨(Jason Compson III): 퀜틴, 캐디, 제이슨, 벤지의 아버지, 1912년에 사망. 죽기 전에 알콜중독이었음.
- 캐롤라인 배스콤(Caroline Bascomb): 퀜틴, 캐디, 제이슨, 벤지의 어머니.
- 퀜틴(Quentin Compson III): 장남, 1890년생, 캐디 소유의 목초지(pasture)를 판 돈으로 하버드 대학에 입학. 1910년에 자살.
- 캐디(Candace, 애칭은 캐디Caddy): 장녀, 1892년생, 1910년 4월 25일에 결혼, 출가.
- 제이슨(Jason Compson IV): 차남. 1894년생.
- 벤지(Benjamin. 애칭은 벤지Benjy): 삼남. 발달 장애 백치. 1895년생. 본명은 모리(Maury)이나 개명함. 개명의 이유는 소설 속에 제시됨.
- 모리(Maury): 캐롤라인의 오빠. 아이들의 외삼촌.
- 미스 퀜틴(Miss Quentin Compson): 캐디의 딸. 1911년생. 콤슨 가에서 제이슨, 벤지, 캐롤라인 등과 함께 지냄.
[콤슨 가의 흑인 하인들]
- 딜지(Dilsey Gibson): 하인 가족의 여성 가장. 로스커스의 아내. 1장에서 4장까지 중요하게 등장하며, 소설의 이해에 있어 역시 중요한 인물.
- 로스커스(Roskus): 딜지의 남편. 류마티즘 질환으로 고생하고 있음.
- 티피(T.P.): 딜지의 아들.
- 버시(Versh): 딜지의 아들.
- 프로니(Frony): 딜지의 딸이며, 후에 출가하여 러스터(Luster)를 낳음.
- 러스터(Luster): 프로니의 아들·딜지의 손자.
* T.P., 버시, 러스터는 모두 집에서 벤지를 돌보는 역할을 맡았음. 벤지 섹션을 읽을 때, 벤지를 누가 돌보는지를 파악하면 서술의 시간대를 대충 파악할 수 있음.
프린스, 퀴니, 팬시, 낸시는 콤슨 가의 말[馬] 이름. 댄은 개[犬] 이름.
[퀜틴의 하버드 친구들]
- 슈리브(Shreve): 퀜틴의 하버드 기숙사 룸메.
- 스포드(Spoade): 하버드생. 퀜틴 친구.
- 제럴드(Gerald): 하버드생.
(2) 벤지 섹션(1장)
벤지 섹션에서 어려운 점들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벤지의 시선(視線)이며 둘째는 서술의 시간대 변동.
백치인 벤지의 독특한 표현 방식과 시선은 처음에는 좀 어이가 없지만 그런대로 읽을 만하다. 그런데 서술의 시간대 변동은 곧 독자들을 지치게 한다.
앞서 쓴 대로 벤지가 어떤 흑인 하인과 있느냐로 시간대를 대충 구분할 수 있다. 좀 더 자세히 시간대를 구분하려면 다음 링크를 참고하면 된다(그런데 미처 다 읽기 전에 주요 내용을 다 알아버리는 일종의 스포일러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일러둔다. 그리고 어차피 시간대 꼼꼼히 구분해 읽어도 첫 독서에서 텍스트를 통해 알 수 있는 정보는 매우 제한적이다. 앞에 읽은 부분을 계속 왔다갔다하지 않는 이상…). http://soriwabunno.blogspot.kr/2013/02/blog-post_4839.html
(3) 제이슨 섹션(3장)
제이슨 섹션은 상대적으로 이해하기 쉽다. (마지막 4장이 제일 이해하기 쉽다.)
제이슨은 사기를 치고 있는데 이 점만 이해하면 3장은 쉽다.
캐디가 그의 남편과 이혼한 후, 캐디의 딸 미스 퀜틴은 콤슨 가에서 살게 된다. 캐디는 딸 퀜틴의 양육비 명목으로 매달 캐롤라인 앞으로 수표를 부친다. 제이슨은 어머니 캐롤라인을 설득해 “타락한 여자”(291쪽)의 돈을 받을 수는 없다고 어머니더러 캐디의 수표를 불태우게 한다. 그런데 사실 제이슨이 캐롤라인에게 준 수표는 가짜로 만든 수표이고, 캐롤라인은 나이가 들어 눈이 침침해 가짜 진짜 수표를 분간을 못 하는 것이다. 제이슨은 캐디의 진짜 수표를 가로채고 창녀를 사거나(소설 중 나오는 로레인이 그의 정부이다), 주식시장에서 돈놀이를 한다. 제이슨은 캐롤라인에게 자신의 임금을 어머니의 통장에 부쳐준다고 캐롤라인의 위임장(power of attorney)을 가져가는데 사실 통장에 부쳐주는 월급은 캐디가 보내준 돈이며 제이슨은 그의 월급을 다른 곳에 꽁친 것이다. (그래서 캐디의 수표가 늦게 도착했을 때, 제이슨은 캐롤라인에게 가게 사정이 안 좋아 월급이 늦게 도착한다는 뻥을 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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