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정상가족』, 김희경 지음, 동아시아, 2017. 

(인용 및 색인; 숫자는 페이지 수)



25 울주 아동학대 사망사건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 남인순 위원 위원장. <이서현 보고서>로 작성되어 나옴. 체벌 관련 문제제기. 

88 “우리 사회엔 가족을 운명공동체로 바라보고 부모는 자녀에 대해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는 강박이 지나치게 뿌리 깊다. … 자신과 자녀의 자아를 분리하지 못하고 내 아이들의 인생이 따로 있다고 바라보는 인식이 희박하기 때문에 자신의 생을 끝낼 때 자녀를 거두는 것이 끝까지 책임을 지는 부모의 태도라고 생각해버리기 십상이다.” 

89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한국의 가족은 압축적 근대화가 낳은 온갖 부작용의 해결사 역할을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다. … 의료는 사회적 복지의 영역으로 많이 옮겨 가고 있지만 여전히 양육 부양의 책임은 오롯이 가족의 몫이다. 

96-111쪽 친권은 권리가 아니다 
99 “짚고 넘어갈 문제는 계부모의 아동학대는 실제로 꽤 빈번하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 캐나다의 진화심리학 사례; 국내의 것은 아직 없음.) 
100 “내가 보기에 아동학대는 가족의 형태보다 사회적 환경과 더 깊숙이 연관돼 있다.” 
101 “문제는 계부모냐 친부모냐가 아니라 친권이다. 계부모도 입양절차를 거치면 아이의 친권자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친권을 앞세워 개입을 거부하면 밖에서 개입할 권한이 부족한 것이 문제다.” 

105 2014.09 <아동학대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경찰이나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아이가 위험하다고 판단할 경우 부모의 의사와 상관없이 아이를 격리하고 긴급보호를 위해 친권을 일시적으로 제한하는 조치도 가능해졌다.
105 친권은 부모가 자녀를 보호하고 가르칠 ‘의무’지 자녀에 대한 처분 ‘권리’가 아니다. 
109 과거 친권은 사람의 물건에 대한 지배권처럼 부모가 자녀에 대해 갖는 일종의 지배권이었다. … 그렇게 친권을 ‘권리’라고만 표현하다가 ‘자녀를 보호, 교양할 권리·의무’라고 정의한 <민법> 조항처럼 ‘권리이자 의무’로 부르게 된 것도 과거에 비하면 큰 진전이다. 


115 한국의 가족주의는 소위 ‘정상가족’인 가부장적 가족만 인정하는 일조의 이데올로기다. 법적 혼인절차가 수반되지 않은 임신과 출산, 양육에 대한 사회적 보호와 인정은 거의 없다시피하다.
119 미혼모지원네트워크의 2016년 연구에 따르면 미혼모가 미혼부와 관계가 완전히 단절된 경우가 78%이고, 미혼부로부터 양육비를 지원받는 경우는 9.4%에 불과하다고 한다. 
119 친자확인소송을 하고 양육비 청구를 하면 받아낼 수는 있겠지만 아이를 빼앗길까 봐 미혼모가 지레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이 있지만 미혼부의 양육비 지급을 강제하는 수단에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123 입양을 보낼 경우 입양가정은 입양수수료 270만 원을 지원받고 매달 15만원(만 14세 전)의 양육수당과 20만원의 심리치료비, 100% 의료지원을 받는다. 또는 위탁가정이나 시설에 보낸다고 해보자. 2015년 보건복지부의 <대안양육제도 양육비 실태조사연구>에 따르면 위탁가정은 월 66만 7000원, 공동생활가정은 128만여 원, 양육시설은 166만여 원의 지원금을 정부에게서 받는다.

138 민간이 책임지는 입양 절차
한국이 1991년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하면서 오랫동안 채택을 유보해 … 비판받던 항목이 있다. 
21조 (a)항: 책임 있는 공적 기관, 즉 정부가 입양을 결정하라는 것

143 민간입양에는 아예 사후관리가 없다. 해외입양도 허술하다. 


163 당시 ‘개인’을 중시하는 트렌드의 중심에 섰다고 주목받은 X세대. 그들은 정말 개인주의자들로 살아가고 있을까? / X세대의 주역인 1975년생 50명을 심층 면접한 사회학자 김혜경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연구: 김혜경, 2013. “부계 가족주의의 실패?” 한국사회학 47(2): 101-41.) 
비혼 집단에서도 개인주의적 성향이 뚜렷이 드러나지 않았으며 가족주의와 큰 갈등이 없었다. 연구자가 개인주의화가 가장 뚜렷하리라 예상했던 대졸 비혼집단에게도 가족은 탈피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적 안전망을 대신할 피난처였다.

167 그나마 공공의 사회적 보호제도가 도입된 것은 1987년 민주화 대항쟁 이후의 일이다. … <모자복지법>(1989년), <영유아보육법>(1991년) 등 사회적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법안들이 잇따라 만들어졌다.

247 그러나 사적인 부모-자녀의 권력 관계는 언제나 법에 반영되어왔다. 예컨대 과거에 법원은 극히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 남편이자 아버지인 가장에게 친권 행사의 전권을 줬다. 그 시대의 지배적 가족 관념이 그랬기 248 때문이다. 앞서 살펴보았듯 친권자인 아버지만 동의하면 어머니에게 묻지도 않고 해외로 입양을 보내버리는 무자비한 행위가 ‘적법’했던 시절이 불과 40여 년 전의 일이다. / 그 이후로는 점차 부모의 권리가 동등해져 아버지가 절대적으로 휘두르던 친권을 어머니에게도 평등하게 부여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오늘날에는 <가사소송법> 개정안에서도 보듯 부모의 이혼이나 양육권 결정 과정에서 ‘아동 최선의 이익’을 판단할 때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의사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과거에는 늘 미래의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성인이 보기에 좋으면 그게 아이들에게도 좋은 것이라는 성인 중심주의적 시각이 공적 제도에 배어 있었다면, 요즘은 아이들이 현재 겪는 경험을 중시해야 한다는 쪽으로 인식의 전환이 서서히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248 그러나 가족 안에서 부모의 친권이 아이의 인권을 침해했을 때, 이 경우에는 아이를 보호하기 위한 국가의 개입이 부모의 권리보다 우월하고 정당하다. 이게 ‘아동 최선의 이익의 원칙’이자 약자의 편을 들어줘야 할 공공의 역할이다.

249 학대예방과 아동보호를 위한 공공의 역할으 ㄹ늘려야 한다. 지인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아동보호전문기관이 공공기관인줄 아는 사람들이 꽤 많다. 현재 국내의 아동보호전문기관들은 서울과 부산 한 곳씩을 제외하고 전부 비영리 민간단체들이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학대에서 아이를 보호하는 일은 부모의 친권을 제한하고 개입하며 법이 정한 범죄를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고도의 공공성이 필요하다. 그런데 현재 국내에서는 공공서비스의 성격을 지닌 학대 신고, 조사를 민간단체가 전담하고 있어서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상담원들은 경찰이 동행하지 않을 경우 현장조사 때 필요한 공권력을 갖고 있지 않으며, 학대 행위자가 서비스를 거부할 경우 이를 강제할 권한이 없다. 

250 [아동보호기관의 상담원들은] 학대 행위자 처벌과 가족 보존 지원이라는, 매우 상반된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면서 늘 ‘가치의 갈등’을 경험한다. 이 때문에 심각한 학대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 반면 이와 반대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시행 이후로는 신고 대응과 조사의 부담이 커져 가족 보전을 위한 서비스 제공이 위축될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친권에 개입해야 하는 신고 조사의 영역은 공공기관이 맡고, 아동보호전문기관들은 가족보전과 치료, 재결합을 위한 전문적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체계를 이원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아이가 부모의 돌봄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가정위탁, 시설 입소, 입양 등의 여러 대안적 양육방식 중에서 어떤 방식이 아이에게 가장 좋은지를 공적 권력이 결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