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사회학] 버거·루크만, 『실재의 사회적 구성』
2017. 8. 24. 01:23
3부 요약
3부 1장 ‘실재의 내면화’의 1절 ‘일차적 사회화’에서 저자들은 일차적 사회화와 이차적 사회화를 구분한다. 이들은 모두 객관적 실재가 개인들에게 내면화되는 과정이다. 일차적 사회화는 아동기에 일어나며, 이를 통해 개인은 사회 구성원이 되고, 일차적 사회화는 일반화된 타자(미드의 개념)이 의식에 정립될 때 끝이 난다. 2절 ‘이차적 사회화’는 일차적 사회화 이후 생애에서 일어난다. 2절에서는 이차적 사회화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또 일차적 사회화에서 내면화된 실재가 의식 안에서 어떻게 유지되는지를 다룬다(211). 이차적 사회화는 하위세계들의 내면화를 뜻한다. 이차적 사회화는 일차적 사회화보다는 그 강도가 덜하다. 그런데 뛰어난 음악가나 혁명가가 되기 위해 이뤄지는 이차적 사회화는 다른 사회화들 중에서도 매우 높은 정도의 동일시를 요한다(220).
3절 ‘주관적 실재의 유지와 변형’에서는 앞서 말한 내면화된 실재의 의식 안에서의 유지를 다룬다. 내면화된 실재는 한계적 상황들에 의해 위협을 받는다(224). ‘완벽히 괄호 쳐질 수 없는,’ 즉 개인이 받아들이는 실재의 자명함에 금이 가고 무너지기 시작하는 특수한 경우가 있다. 이차적 사회화는 일차적 사회화보다 ‘다른 실재의 정의’에 더욱 취약하다. 개인은 ‘중요한 타자’와 ‘합창단’(덜 중요한 타자)들을 만나며 실재를 확인한다. 하지만 이들이 개인의 내면화된 실재를 취약하게 하는 경우 역시 존재하며 중요한 타자들이 그렇게 할 때 그 영향은 더욱 심대하다. 주관적 실재는 항상 특정한 타당성 구조(plausibility structures)를 요한다(234). 세뇌나 개종 같은 내면화된 실재의 변형이 일어나는 사태는 ‘개조’(alienations)라 부를 수 있다(237). 개조를 위해서는 타자들에 대한 매우 높은 수준의 감정적 동일시가 필요하다.
3부의 2장은 ‘내면화와 사회구조’이다. 여기서 저자들은 성공적이지 못한 사회화의 사례들을 다룬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근대 사회의 특성을 지적한다. 근대 사회(“모순된 세계들이 일반적으로 시장의 기반 위에 유효한 사회”)에서는 “모든 세계들의 상대성에 대한 의식이 일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260) 이 경우 역할은 개인의 자아와 어느 정도 분리될 수 있다. 한편 259쪽에서는 개인이 다양한 하위세계를 도구적으로, 목적을 의식하며 내면화하는 ‘냉정한 개조’의 경우를 다루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자아 연출 등과 같은 ‘고프만 모델’을 경험적으로 분석할 수 있음을 저자들은 지적한다.
3부 3장은 ‘정체성에 대한 이론들’이다. 여기서 저자들은 특히 심리학과 관련해, 다양한 사회들에서 어떻게 다양한 식의 심리학 이론들이 실재를 구성하며 유의미해질 수 있는지를 다룬다. 그러한 과정은 변증법적이다. 3부 4장 ‘유기체와 정체성’에서는 사회가 어떻게 유기체의 생물학적 가능성 혹은 정체성을 제약하는지, 유기체의 생물학적 가능성의 범위가 어떻게 사회의 행동 범위의 한계를 설정하는지를 다룬다. 이러한 과정 역시 변증법적이다.
단상들
1) 민족(주의)와 실재
226-7쪽을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실재-유지의 사회적 과정에서 중요한 타자와 덜 중요한 타자를 구별할 수 있다. 개인이 일상생활에서 마주치는 모든 또는 적어도 대부분의 타자들은 그의 주관적 실재를 재확인하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한다. 이것은 심지어 통근열차를 타는 것과 같이 '중요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일어난다. … 같이 통근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전반적인 행동에 의하여 그 개인을 이른 아침에 피곤에서 덜 깨어나 빈약한 실재로부터 끄집어내어, 세계는 일하러 가는 성실한 사람들, 책임과 스케줄, 뉴 헤이븐 철도와 『뉴욕 타임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분명한 어조로 그에게 공언해준다. … 일기 예보부터 구인 광고에 이르기까지, 『뉴욕 타임스』는 진정으로 그가 가능한 가장 실재적인 세계에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 기차가 그랜드 센트럴 역에 들어가면서 그 실재는 육중함을 얻게 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Ergo sum), 하고 개인은 이제 혼자 중얼거릴 수 있으며, 완전히 깨어서 자신감을 갖고 사무실로 향할 수 있다.”
위 부분을 읽으며 “조간 신문의 독서는 근대인의 예배이다”라는 헤겔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민족주의를 연구한 인류학자 베네딕트 앤더슨은 그의 저서 『상상된 공동체(Imagined Communities)』에서 위의 헤겔의 말을 인용하며 어떻게 지방어(vernacular language)의 형성과 인쇄자본주의가 상상된 공동체(=민족, 네이션)의 형성에 기여하는지를 밝히고 있습니다. “신문 독자는 자신이 보는 신문과 똑같은 복사품을 … 이웃들도 읽고 있는 것을 보고, 상상의 세계가 눈으로 볼 수 있게 일상생활에 뿌리내리고 있다고 계속 확신하게 된다.”(『상상된 공동체』) 즉 앤더슨에 따르면 사람들은 학교에서 자기가 속한 국가 혹은 민족의 언어를 배우고, 자기가 속한 국가의 일들을 다룬 신문을 읽으며 네이션=“상상의 세계”가 실존한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앤더슨이 명시적으로 버거와 루크만을 참조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논의는 “어떻게 사람들이 ‘객관적 실재’를 내면화하는가?”를 제한된 주제(네이션) 안에서 좀 더 세련되고 정교하게 밝힌 것으로도 간주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2) 정신분석학과 ‘대안적 설명’
김경만의 『담론과 해방』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만약 사회 구성원들이 부르디외의 비판이론에 대해 적합성과 타당성을 인정하지 않을 때, 부르디외는 오히려 구성원들의 그러한 비판 내지는 저항이 자신의 분석의 ‘진리성’을 강화한다고 보았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이론적 설명을 받아들이지 않는 저항은 일종의 ‘집단방어기제’(프로이트)에 따른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김경만은 이를 비판합니다. 만약에 부르디외 이론 반대자들이 ‘아닌데? 나한테 그런 방어기제는 없는데?’라고 응수하면 정신분석학적 설명은 쓸모 없어지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정신분석학적 설명은(=사람들의 저항은 무의식에서 일어나는 방어기제 때문이다) 오로지 대안적인 설명 체계를 제공하는 것일 뿐 진리의 입증이나 ‘과학적 발견’이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실재의 사회적 구성』 3부 3장에서는 정신분석학이나 심리학이 실재를 구성하는지가 다뤄집니다. 적어도 제가 이해한 바로는, 심리학 이론이 적절하다는 것은 그것이 ‘과학적으로 증명가능하며 전 인류에게 보편타당하기 때문’이 아니라 이론들이 그것이 “설명하고자 하는 심리학적 실재”를 반영하기 때문이며(268), 그리고 “심리학은 실재를 생산하며 그리하여 심리학은 증명을 위한 기초로 기능하”기 때문입니다(269). 즉 우리들이 정신분석학을 타당한 것으로 받아들인다면 그것은 더욱 (경험적으로) 적절해진다는 기묘한 설명입니다.
3) 변증법적 사고와 몸의 사회학
3부 4장 ‘유기체와 정체성’에서 저자들은 실재와 유기체(생물)가 변증법적인 관계를 맺고 있음을 말합니다. 이러한 변증법적인 사고는 최근 몸의 사회학 연구에서도 강조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몸의 사회학 연구자 크리스 쉴링은 그의 저서 『몸의 사회학』에서 몸에 대한 ‘자연주의적 입장’과 ‘구성주의적 입장’을 요약하며, 이 둘을 통합한 이론이 필요함을 얘기합니다. 몸에 대한 자연주의적 입장은 몸의 생물학적 특성이 사회적 행위나 관습을 구속한다는 것입니다. 인공 자궁과 같은 테크놀로지를 통한 (재생산으로부터의) 여성 해방을 주장한 급진적 페미니스트 슐라미스 파이어스톤이 이러한 예입니다. 구성주의적 입장의 극단적 예는 몸을 담론의 구성체로 본 푸코입니다. 『실재의 사회적 구성』을 읽다 보니 위 책에서 강조하는 ‘통합적 접근’ 혹은 변증법적 관점의 필요성과 한쪽 입장만을 강조하는 것의 난점들을 이미 버거와 루크만이 예전부터 알고 있었고 지적해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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