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및 발췌 번역 (오역 지적 환영) 로버트 머튼. "고전 이론의 활용과 오용"
Robert K. Merton. (1967) “The Uses and Abuses of Classical Theory.” On Social Structure and Science. (Chicago and London: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23-33. 

(23)
인문학(humanities)와 자연과학(natural science)의 차이점: 전자에서는 고전들(classics)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반면 뒤에서는 아니다. 좀 더 정밀한 과학(the more exact sciences)에서는 과거의 발견과 지식들이 현재의 지식들에 누적되고 통합된다. 과학자들은 논문과 실험실에서 대부분 최근의 학문적 업적들을 사용하는데 그것들은 과거의 발견들을 발전시킨 것이다. 

(24-25)
반면 위와 다르게 인문학에서는, 각각의 시·희곡·소설·에세이·역사연구 고전들이 후대 인문학자들의 직접적 경험의 일부를 이루기 마련이다. 즉 직접적 고전 공부는 물리, 생명과학자들에게는 작은 부분을 차지하는데 인문학자들에게는 큰 부분을 차지한다. 
사회학의 founding father인 베버 또한 다음과 같이 말한 바가 있다. “과학에서는 우리 모두, 우리가 성취한 지식이 10, 20, 50년 안에 낡게 될 것을 안다. 이것이 과학의 운명이다; 그것이 바로 과학적 작업의 의미이며, 엄밀한 의미에서 사람들이 성취한 과학적 지식은 과학적 작업에 바쳐지게 되는 것이다. 다른 문화권과 비교해도 이는 동일하다. 모든 과학적 ‘성취’는 새로운 ‘질문’을 제기한다; 그것은 능가되고(be surpassed) 낡은 것이 되기를 요청하는 것이다. 과학을 하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이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과학적 업적들은 분명 ‘만족감(gratification)’으로 남을 수 있는데, 그것의 예술적 질 때문이거나 혹은 그것이 중요한 수련의 도구(means of training)으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들은 과학적으로는 능가된다(surpassed)—그리고 이 과정이 계속 반복되게 한다—왜냐하면 이것이 우리의 공통된 숙명이며, 더 나아가, 우리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후대의 이들이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를 능가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서는 과학을 할 수 없다. 원칙적으로 이 과정은 영원히 계속된다.” 

그런데 사회학자들은 자연·생명과학자들과 인문학자들 사이에서 위태롭게 균형을 맞추고 있는 상황이고 그래서 고전적 저작에 관한 태도에 대해 이중적인 압력(cross-pressure)을 느끼기 마련이다. 베버의 신념(commitment)을 쉽게 받아들이진 않는다. 

이른바 인용연구(citation studies)에 따르면 유명 저널에 실린 자연과학 연구의 경우 60-70퍼센트의 인용은 5년 이내의 연구에 관한 것이다. 인문학(미학, 역사)은 10-20퍼센트 정도만. 사회학, 심리학은 30-50퍼센트. 
사회학은 어떤가? 사회학은 물리과학(physical sciences)의 지향과 실천(practice)을 수입했다. 그래서 사회학은 역사적으로 근시안적이고(historically short-sighted), 지역적이고(provincial), 효과적이다(effective). 그런데 사회학은 역시 인문학과 친족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사회학자로서, 고전 저작물들을 직접 공부하지 않기가, 고전사회학(pre-sociology 포함)의 직접적 성과들을 사회학자의 필수적인 경험의 일부로 받아들이지 않기가 어렵다. 
사회학적 문해력을 가진 모든 현대 사회학자들은 다음과 같은 founding father들과 직접적이고 반복된 조우(encounter)를 해왔다. 콩트, 맑스, 스펜서, 뒤르켐, 베버, 짐멜, 파레토, 섬너, 쿨리, 베블런 등. 

(26)
사회학자들이 그들의 선조들의 저작에 대해 친화성을 갖는 데에는 대단한 미스테리가 없다. 뛰어난 사회학자 혈통(lineage)의 최근 멤버들이 만들어낸 사회학 이론의 대부분에는 직접성이 있으며(immediacy), 최근의 이론은 어느 정도 선조들이 발견해낸 아직도 풀리지 않은 문제들과 공명하는 지점이 있다. 

- Erudition vs. Originality (박식함 vs. 독창성) 

그런데 Merton은 사상사에 관한 사회학의 퇴행적인 경향(degenerative tendencies)에 대해 지적. 
첫째로 고전 저작의 거의 모든 statement에 대해 성서에 주해를 붙이듯이 무비판적으로 숭배하는 태도. Whitehead가 이 장에 “그들의 founder를 잊어버리기 주저하는 과학은 잊혀진다”고 제문을 쓴 것이 바로 이 관행/태도에 대한 것이다. 
둘째는 진부/평범하게 만들기(banalization). 고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이 엉성한 상을 가지고 그걸 계속 표현한다면 진리는 낡고 의문스러운 진부한 것이 되어버리고 만다. 

(27)
과학자들은 선조들의 업적(work)을 알아야 한다. 그 전에 있어왔던 것 위에 작업을 쌓고 또 마땅히 신뢰받아야 할 과학적 지식에 신뢰를 보내기 위해. 과거의 저작에 대해 무지하다면 과학자는 이미 밝혀진 것을 밝히는데 힘을 쏟을 수 있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반대 입장이 있다. (박식함에 대한 우려의 입장. 즉 originality를 중시하는 입장.) 

(28)
클로드 베르나르 Claude Bernard 는 이렇게 말했다. “유용한 과학적 저작을 너무 깊게 다뤄서는 안 될 것이다(must not be carried too far). 그렇지 않는다면 과학적 독창성과 발명이 억눌려질 것이다. 벌레가 갉아먹은 이론이나 관찰을, 유용한 탐구의 수단 없이 파내기만 한다면 대체 뭣하겠는가.”

+ 비코(Vico), 스펜서, 프로이트의 사례. 

(29)
사회학의 founding father 중 하나인 콩트의 사례. “principle of cerebral hygiene.” 그의 주제와 조금이나마 관련이 있는 것들조차 읽지 않음으로써 마음을 깨끗히 했다. 그는 오직 고대, 근대의 위대한 시poet만 읽었다. 콩트는 완벽하게 (그리고 터무니없게) 역사(history)와 사회학의 계통학(systematics of sociology) 사이의 구분을 지어버렸다. 과학사가로서 그는 상대적으로 방대한 고전읽기를 통해 과학의 발달을 재구성하려 했고, 한편 사회학이론 실증주의체계의 창시자로서 즉시 앞선 사상들을 무시했다, 심지어 그의 한때 스승이었던 생시몽조차. 그의 독창성을 성취하기 위해.

박식 vs. 독창성의 문제는 아직까지도 결론이 나지 않은 문제다. 

그럼에도 위대한 과학자들은 독창적 탐구와 박식함을 결합할 수 있었다. 연구 주제에 관련된 최근의 연구들만 읽거나, 아니면 그들의 탐구가 머리속에 떠오른 직후 좀 외딴(remote) 소스들을 탐구하는 방식으로. 그럼에도 콩트처럼 개인을 antecedent ideas로부터 해방시키려는 extreme한 노력은, (1) 과거의 적절한 이론들을 무시해버리는 식이나 (2) 이론의 역사 / 계통학(systematics)을 인공적으로 구분하는 식으로 악화될 수 있다. 

(30-32)

- 고전 이론의 기능 (the functions of classical theory)

자연과학자나 생물학자는, 뉴턴의 프린키피아나 다윈의 종의 기원을 읽는 데에 자신을 빠지게(steep oneself in) 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사회학자는, 사회학의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사회학자로서 베버 뒤르켐 짐멜을 읽어야 할 풍부한 이유가 있다. 때때로 그런 이유로 홉스, 루소, 콩도르세(Condorcet), 생시몽을 읽을 때도 있다.

자연과학이나 생물학은 예전 지식을 최근 지식에 통합하려는 시도가 전반적으로 퍽 성공적이었는데, 그러한 통합에 의한 망각(obliteration by incorporation)은 사회학에서는 여전히 드물다. 이전의 되찾아지지 못한 정보들(previously unretrieved information)은 여전히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는 채 남아있다. 과거 사회학 이론의 현재적 쓰임은, 고전 이론의 인용으로써 제공받는 여러 기능들이 증거가 되듯이, 여전히 복합적이다(complex).

1) 인용 타입: 단순히 고전에 코멘트를 다는 것도 아니며 단순히 권위를 빌려오는 것도 아니다. 대신 이 종류의 인용은, 우리의 고유한 생각과 선조들의 생각 사이의 친화의 순간들을 대표한다. 적어도 한 명 이상의 사회학자는 스스로 기가 죽는 이런 상황이 있을 것이다. 그의 독립적 탐구가 알고보니까 미처 보지 못한 재발견(unwitting rediscovery)이고, 그리고, 그 discovery가 담긴 고전에 쓰인 언어가 너무 잘 써져있고 설득력있고 crisp 해서 그의 발견을 고작 second-best뿐에 못미치게 해버릴 때. 앞선 발견의 아름다움에 기쁨을 느끼는 한편, 미리 선점당했다는 비참함이 있다는 양가적인 상태에서 사회학자는 고전의 아이디어를 인용한다.

2) 인용 타입. 앞의 것과 뉘앙스만 다르지만, 어떤 연구자, 그의 자신만의 아이디어에 가득 찬 연구자가 고전에서 그가 이미 생각해왔던 걸 발견할 때의 인용. 그 고전의 아이디어는 오직 독립적으로 그 아이디어를 발전시킨 마음이 맞는 연구자에 의해 발견되는 것이다. 즉 죽은 자와 산 자의 대화이다.

3) 인용 타입. 사회학자는 고전을 읽으며 자신의 formulation에 대해 성찰한다. 고전을 읽은 후 뒤따르는 성찰은 정신을 바짝 들게 한다(sobering). 

4) 인용 타입. 지적 작업의 모델을 제시한다. 베버나 뒤르켐 같은 날카롭고 예리한 사회학적 minds에 노출되는 것은 우리가, 좋은 사회학적 문제를 식별하는 데의 취향과 판단기준을 세울 수 있게 돕는다. 

마지막으로 전적으로 읽을 가치가 있는 고전 사회학 책이나 논문은 역시 주기적으로 읽을 가치가 있다. (10살 때 읽은 고전과 30살 때 읽은 고전이 다르다.)

고전을 다시 읽는 것의 잠재적으로 창의적인 기능을 체크하는 방법으로, 우리는 그냥 예전에 고전에 써 놓은 노트나 여백 메모를 몇 년 뒤 또 읽는 게 있다. 만약 달라진 게 없다면 우리가 지적 정체를 겪고 있는 것이거나, 사실 그 고전이 명성보다는 얕은 지적 깊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님 둘 다이거나. 







이 논문의 백미는 30-32쪽이다. 
꼭 사회학을 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문학 고전을 읽는 사람도 참고할 만한 텍스트다. 


Vocabs

  • run-of-the-mill: ordinary, with no special or interesting features
  • commemoration
  • instructive: giving useful information
  • exasperating: If you describe someone or something as exasperating, you mean that you feel angry or frustrated by them or by what they do.
  • raise hackle: making someone or something angry
  • path-breaking: Pioneering; innovative:
  • ad infinitum: If something happens ad infinitum, it is repeated again and again in the same way.
  • qua: ~의 자격으로 (라틴어) 
  • acquaintance with: -지식
  • indelible: 지울 수 없는
  • erudition: great academic knowledge
  • affinity: 친밀감 
  • shroud: 가리다, 감추다 
  • lineage: 혈통 
  • degenerative: 퇴행성의 
  • reverence: 숭배
  • exegesis: (성서의) 주해, 해설 
  • illustrious: 걸출한, 저명한 
  • banalization: 진부하게 만들다
  • dubious: 의심스러운 미심쩍은 
  • sponge upon: ~에 기생하다 
  • deplorably: 한탄스럽게도, 비통하게도 
  • revolt: 반란, 봉기, 저항
  • clarion call: 분명한 메시지(요청)
  • stifle: 억누르다, 억압하다 
  • exhume: 파내다, 발굴하다 
  • versed: 정통한
  • recourse: 의지 
  • hampered: 방해되다 
  • inept: 솜씨 없는, 서투른
  • emancipate: 해방시키다 
  • pertinent: Something that is pertinent is relevant to a particular subject.
  • deteriorate: 나빠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