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말에 쓴 글) 

Social Theory 책 다 읽었다. 올해 여름방학에 읽기 시작해서, 겨울방학에 다시 시작해 한 해가 끝나기 전에 다 읽은 셈이다. 

이 책과의 인연은 2017년 초 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겨울방학 나는 학교 밖 사회학 세미나 모임에 지원해 공부를 했는데(지금도 하고 있다), 당시 세미나 장을 하셨던 분한테 좋은 이론 서적으로 추천받은 책이었다. 그때는 영어 책을 읽는다는 게 그리 익숙하지 못했던 때라--경험이 별로 없기도 하고 영어 실력에 확신이 없기도 했고--“헉, 영어 책이군...” 좋은 책이라니까 읽어보고는 싶은데, 시간과 능력이 안 될 것 같고.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읽는 것은 미루다가 세미나 모임에서 마침 여름방학 때 읽기로 해서 읽기에 도전한 것이다. 여름방학 때에는 1장 ‘이론이란 무엇인가’에서 7장 ‘민속방법론’까지 읽었다. 나머지 갈등 이론, 하버마스, 루만, 기든스, 부르디외 등등은 남는 시간에 틈틈이 읽었다. 2학기 시작하자 바빠서 읽기를 중단했고, 일주일 쯤 전부터 14장인가, ‘구조주의와 후기 구조주의’부터 다시 읽기를 시작한 것이다. 

개인적인 감상은 배제한 채 책에 대해 간단히 평을 하자면, 
a)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사회 이론’에 대해 다루고 있다. 사회 이론이란 무엇인가. 이는 1장 ‘이론이란 무엇인가’에서 다뤄지고 있다. 저자들이 생각하는 사회 이론은 정치학 이론이나 문화 연구 이론과는 다른 것인데, 좋은 사회 이론은 ‘사회적 행위란 무엇인가?’ ‘사회의 질서와 안정은 어떻게 수립되는가?’ ‘사회의 변동은 어떻게 일어나는가?’와 같은 세 가지 질문에 대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이론에 대한 나름대로의 정의를 가지고, 시간 순으로 그리고 공간 순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사회 이론에 대한 오딧세이를 펼쳐나가는 것이 이 책의 개요라 하겠다. 
b) 책은 갈등 이론을 다루는 8장까지는, 미국에서 위의 세 가지 질문에 응답하는 사회 이론들이 어떻게 출현했고 다양한 이론들이 서로 어떤 관계를 맺어왔는지를 다루고 있다. 태초에 파슨스가 있었다. 그는 베버와 뒤르켐을 엮어 공리주의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사회적 행위를 설명하고자 했다(2장). 하지만 그는 시간이 지나며 사회적 행위이론 자체보다는 규범에 중점을 둔 구조기능주의를 발전시켰고, 후기 파슨스의 이론에서는 행위자는 ‘사라지게’ 된다(3-4장). 파슨스가 공격한 공리주의 패러다임이 문제투성이며 발전하지 못하는 것만은 아니다. 5장에서는 신공리주의가 다뤄진다. 6, 7장은 파슨스 식의 기능주의가 간과한 ‘해석적 접근’들이 다뤄진다. 8장에서는 갈등 이론이 다뤄진다. 
c) 이러한 식으로 설명을 전개하는 것은 미국에서의 사회 이론의 흐름을 아는 데에 매우 큰 도움이 된다. 이렇게 ‘서사’의 흐름을 엮어내고 그것을 알기 쉽게 풀어내는 것이 이 책의 특장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기존의 교과서들은 대부분 이론이나 주제에 대해 접근한다기보다는 사상가 자체에 대해서만 접근한 측면이 있어서, 각 이론들이 서로 어떤 문제에 대해 다른 해법과 접근 방식을 보이는지, 어느 측면에서 갈등했는지 같은 중요한 지점들을 알기 어렵다. 그러다보면 자연히 독자의 흥미도 떨어지게 되고, 이론이 다뤄야 할 포인트는 무엇이고 각 이론은 어떤 점에서 성공하고 실패했는지를 독자는 잊어버리게 된다. 학생들이 이론을 배우는 이유가 과거의 유산들로부터 ‘더 좋은’ 이론을 발전시키기 위함임을 생각해 본다면 이 책의 구성은 아주 적절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d) 그렇지만 뒷부분의 구조주의나 반구조주의, 페미니스트 이론을 다루는 부분에 있어서는 책 앞 파트만큼은 못하는 아쉬운 응집력을 보여주는 것 같다. 특히 몇몇 사상가들은 너무 짧게 다뤄지고 몇몇 부분은 저자(Joas) 본인의 네오프래그머티즘 이론의 성취를 강조하고 설명하기 위해 동원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아쉬운 점. 구체적인 비판은 나중에 쓰기로... 

그리고 책에 대해 오로지 개인적인 소회만 쓰자면,
a) 영어에 대해 그렇게 겁 먹을 필요는 없다는 것을 알았다. 물론 모국어가 영어가 아닌 사람의 한계 역시 절감했지만... 아이러닉한 태도인데. 이것은 첫번째로 어떻게 어떻게 읽다보면은 영어 실력이 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고 둘째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어 텍스트에 비해 영어 텍스트는 읽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느릴 수밖에 없으며 가끔 해석의 문제나 외국어의 낯설음 따위로 잘못 받아들이거나 누락하는 정보가 어쩔 수 없이 생긴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b) 그리고 학교 다니면서 다른 영어 논문이나 글들을 읽어보니까 이 책은 그래도 쉬운 영어로 쓰어져 있구나... 하는 것도 알았다. 맞다... 정말 쉽다. 
c) 앞으로 공부를 할 때 길라잡이가 되는 책이므로 틈틈이 다시 읽고 정리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