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이론(field theory)'에 대한 개괄적 소개입니다. 부르디외와 신제도주의 학파의 장 이론, 그리고 비교적 최근에 발전된 Fligstein 플릭스틴과 McAdam 맥아담의 SAF 전략적 행위 장 이론이 다루어집니다. 

field theory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다음의 다른 개설적 문헌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 Fligstein, Neil. 2001. “Social Skill and the Theory of Fields.” Sociological Theory 19(2): 105–125. [장을 local social order로 정의; 주로 pragmatic action theory의 관점에서, 다른 비교적 장 변동에 보수적인 이론들과 달리 social action이 장의 변화를 이끌 가능성이 어떤 것이 있을지 가설들을 세우고 논구하는 글임.]
- Martin, John Levi. 2003. "What is Field Theory?" American Journal of Sociology 109(1). [아직 안 읽어봄. 같은 저자의 단행본 The explanation of social action에도 field theory에 대한 챕터가 있는데 같은 내용인지는 모르겠네요.] 


아래는 Kluttz and Fligstein (2016)을 텍스트로, 사회학과 대학원 수업에서 쓴 발제문입니다.


Kluttz, Daniel N. and Neil Fligstein. 2016. “Varieties of Sociological Field Theory.” Pp. 185-204 in Handbook of Contemporary Sociological Theory, edited by S. Abrutyn. Springer.

들어가며: 장(場; field)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일상 생활에서나 보다 덜 엄밀한 학술적 토론을 하는 자리에서 우리는 종종 ‘장’이라는 은유를 사용하곤 합니다. 아마도 ‘구조’라는 막연한 단어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사회 세계의 다양한 영역들을 살피기 위해 ‘영역’과 ‘경쟁’의 뉘앙스가 배어 있는 ‘장’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표현이 주는 적절한 함의 때문인지 다양한 사회학 이론에서도 장 개념을 보다 엄밀히 정의해 미시/거시 이분법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며 나름대로의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저자들의 주장처럼 장 이론은 미시/거시 분석을 넘어 “사회 세계를 보는 대안적 시각을 제공합니다”(185). 
    그렇다면 보다 구체적으로 들어가서, 사회학 이론에서 말하는 장은 과연 무엇일까요? 명시적으로 ‘장’을 쓰지 않아도 장 이론과 비슷한 개념을 갖는 이론도 있지만(e.g. 제도적 논리 관점[institutional logics perspective] 혹은 네트워크 분석. 185쪽의 각주 1번 참조), 이 글의 목적은 다음 세 가지 이론에 초점을 맞춰 거기에서 사용된 ‘장’ 개념을 명료화하는 것입니다: 1) 부르디외(Bourdieu)의 장 이론; 2) 신제도주의 접근에서의 장 이론; 3) 플릭스타인과 맥아담(Fligstein and McAdam)에 의해 제안된 전략 행위 장(strategic action fields; 이후 SAF로 표기) 이론. 
    장 이론은 막스 베버와 쿠르트 레빈(Kurt Lewin), 현상학과 상징적 상호작용주의의 영향을 받았다는 공통된 지적 뿌리가 있고, 모두 1) 어떻게 장이 출현하고 재생산하고 변하는지 2) 행위성과 행위자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라는 두 기본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위의 세 이론은 역시 많은 차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글의 궁극적인 목표는 세 가지 장 이론의 차이점을 명료화해, 다양한 사회적 상황 속의 상호작용을 잘 설명할 수 있는 장 이론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는 동시에 어떤 장 이론이 “중범위 수준의 사회적 질서”를 이해하는 데에 더 많은 도움을 주는지를 찾아 내고 장 이론이 어디까지 적용될 수 있는지의 조건들(scope conditions)을 특정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186). 

글은 우선 장 이론의 공통적 주제와 영향을 받은 고전적 이론들을 다룹니다. 이후 각 세 가지 이론 별로 장의 정의, 장 이론에서의 행위성과 행위자, 장의 출현과 안정화와 변화라는 주제를 차례대로 다루는데, 발제 구성 역시 글 구성에 따라가겠습니다. 


장 이론들의 공통적 주제들 [pp.186-87]

중범위, 상호작용 장 이론의 기본 아이디어는, 경험적으로 정의 가능한 경쟁의 장소(arena)에서 행위자들이 다른 행위자들을 염두에 두고(take into account) 행위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이들을 고려한 상호작용은 무언가 내기물이 걸려 있기(something is at stake) 때문에 일어나는데, 물론 장은 역시 안정적 질서를 전제합니다. 중요한 것은 장 이론에서 분석 단위가 거시적 사회 과정이나 미시적인 개인의 행위 동기가 아닌, 장 내에서 일어나는 개인 혹은 집단의 행위라는 것입니다(186). 

공간성, 관계성 장 이론은 공간적, 관계적 접근을 취합니다. 공간성이라는 것은 장 내의 행위자가 장이 가지고 있는 “공통의 관습, 제도, 이슈, 목표”에 맞추어 행위한다는 것을 뜻하고, 관계적 접근이라는 것은 행위자가 장 내의 다른 행위자와 공유된 의미를 가지며 행위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는 장이 행위자로 하여금 장의 규칙과 기대에 맞게 행위하게끔 구조화하는 동시에 행위자 역시 다른 행위자와의 관계 속에서 자원을 쌓고 이득을 취할 수 있는 행위 능력(agentic capacity)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187). 

처음에 장 이론가들은 질서의 재생산에 관심을 가졌으나, 장의 출현과 변형에도 관심을 갖게 되자, 행위성과 인식의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문화나 프레이밍, 정체성, 습관, 사회화 등을 다루는 현상학이나 상징적 상호작용주의에서 이론적 자원을 많이 끌어 왔습니다. 다음으로는 현대 사회학 장 이론의 토대가 되어 온 고전 이론들을 아주 간략히 리뷰하고자 합니다. 


현대의 사회학 장 이론의 고전적 뿌리 [pp.187-88]

베버, 레빈 장 이론에 주된 영향을 끼친 고전 학자들은 막스 베버와 쿠르트 레빈(Kurt Lewin; 커트 르윈)입니다. 행위는 의미에 기반해서 이루어지고, (법, 종교, 정치, 경제 등 각 영역의) 사회적 질서 형태 역시 의미의 복합체라고 보았다는 점에서 베버는 장을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경쟁의 장소로 본 이론가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게슈탈트(Gestalt) 심리학자 레빈은 인간 인식(perception) 단순히 자극의 총합이 아니라 인간의 동기나 사회적 상황, 감각 자극이 인간 인식의 총체와 맺는 관계 속에서 일어났다고 보았습니다. 레빈은 직접적으로 장(field)이라는 은유를 사용했는데, 이것은 장이라는 것이 행위자의 인식을 구성하는 한편 행위자 역시 장을 구성한다는 그의 강조와 함께 이후의 이론가들에게 중요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현상학, 상호작용주의 “장 이론가들은 그들의 행위자 모델을 만드는 데에 다른 이론적 소스를 끌어 왔습니다”(188). 첫째로 부르디외는 습관, 몸을 사용하는 기술(bodily skills), 취향 등 성향의 복합체인 하비투스(habitus)를 개념화하는 데에 있어 철학자 후설, 하이데거, 메를로-퐁티 같은 현상학자들, 그리고 마르셀 모스(Mauss)나 노베르트 엘리아스(Elias) 같은 현상학에 깊이 영향을 받은 학자들의 이론을 이용했습니다. 둘째로 신제도주의자들은 버거와 루크만(Berger and Luckmann)의 현상학적 사회학(『실재의 사회적 구성』)의 주장, 즉 외부 사회 세계는 제도화, 정당화(legitimation), 사회화 과정을 통해 개인들에게 내면화된다는 주장에 크게 기댔습니다. 마지막으로, 플릭스타인과 맥아담의 SAF는 미드의 상징적 상호작용주의의 이론적 자원에 크게 의존하여, 사회적 행위가 즉 역시 세계를 형태짓고(shape) 창조하는 행위라는 아이디어를 강조합니다.


사회학 장 이론의 현대적 세련화 [pp.188-92]

이 절에서는 부르디외의 이론, 신제도주의 이론, SAF 이론의 순서대로 각자가 개념화한 장의 특징을 개괄합니다. 그 이후로는 각 이론이 행위성의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그리고 장의 출현과 안정성, 변동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를 다룹니다. 

부르디외의 장 이론 부르디외의 복잡한 이론 틀에서 장은 자본과 하비투스라는 다른 두 중요 개념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먼저 장에 대해 말하자면, 장은 “역사와 자신의 논리(“게임의 규칙”)를 가지고 있는, 상대적으로 자율적인” 공간입니다(189). 부르디외는 “게임”의 은유를 장을 설명할 때 자주 사용하는데 이것은 장 내에 (참여자들이 스스로 어느 정도 정당하고 가치 있다고 여기는) 내기물(what is at stake)이 걸려 있으며 행위자들은 이를 둘러싸고 경쟁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부르디외에게 있어 장은 위계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부르디외의 자본 개념이 중요한데, 장 내 권력 행사의 주요 원천은 바로 자본입니다. 잘 알려져 있듯 부르디외는 자본을 경제적 자본, 인적 자본, 문화 자본으로 분류했는데 이런 자본을 가지고 행위자들은 장 내 자신들이 점유하고 있는 상대적 위치를 재생산 및 개선시키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이런 자본들로 행위자는 장 내에서 무엇이 정당한(legitimate) 것인지 판단하는 데에 영향을 미치는 상징 권력(symbolic power)을 행사합니다. 하비투스는 주로 어릴 때에 습득하게 되는 인식, 판단, 취향 등의 성향 체계이며 행위자가 행위할 수 있게 해주는 “전략을 만들어 내는 원칙(strategy-generating principle)”이 됩니다. 하비투스가 실천을 이끌기 때문에 이는 자본의 분배와 장의 구조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신제도주의 장 이론 우선 신제도주의라는 이름 아래 상당히 다양한 접근들이 있지만 저자들은 범위를 좁혀 주로 디마지오와 파웰(DiMaggio and Powell)의 고전적인 신제도주의 이론을 주로 논의하고자 합니다. 비슷한 다른 개념들도 있지만 그들은 1983년의 매우 유명한 논문 “The Iron Cage Revisited”에서 “조직장(organizational field)”이라는 용어를 만들었고, 이는 “합해졌을 때 제도적 삶의 공인된(recognized) 영역을 이루는 조직들”을 뜻합니다. 조직장은 왜 같은 장에 속하는 조직들이 서로 비슷해 보이는가, 라는 조직과 환경 사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개념인데, 신제도주의자들은 동형화가 발생하는 이유를 조직이 한번 조직장에 속하면 경쟁보다는 정당성(legitimacy)과 같은 제도적인 관심사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신제도주의 이론에서 정당성이란 어떤 행위가 적절하고 지향할 만한 것인지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 혹은 가정을 의미하는데, 장 안에서 조직들이 정당성을 추구하게끔 하는 메커니즘은 강제적인 것과 규범적인 것을 모두 포괄합니다. 그래서 장 안에서 정당성은 조직들이 추구해야 하는 것이 되는 필수 요건(imperative) 혹은 규칙 구실을 합니다. 

전략적 행위 장 저자들은 SAF 이론을 부르디외와 신제도주의자들의 시도를 종합한 최신의 이론이라고 소개합니다. 우선 SAF는,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중범위 수준의 질서로 정의됩니다. SAF 안에서 행위자들은 각자를 염두에 두고 상호작용하고, 이들은 무엇이 정당한지를 관장하는 장의 논리와 다른 이들과의 관계 그리고 장의 목적에 대한 공유된 이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SAF는 주로 구성원들의 공유된 이해에 따라 사회적으로 구성된다고 저자들을 강조하는데, 여기서 공유된 이해란 (1) 내기물에 대한 것, (2) 상대방의 장 내 위치에 대한 것, (3) 정당성 있는 행동에 대한 규칙, (4) 해석틀(interpretative frames)에 대한 것입니다.
    플릭스타인과 맥아담은, 신제도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제도화된 당연한 “실재”를 가정해 장을 잘 변화하지 않는 것처럼 생각하지는 않고, 장의 자리잡힘 정도(settleness)에 따라 장의 안정성이 크게 좌우된다고 보았습니다. 장이 새롭게 출현하거나 아니면 위기를 겪고 있을 때 장 내의 불화(contention)는 커지고 합의(consensus)는 줄어듭니다. 
    부르디외의 갈등적 시각과 유사하게, SAF는 장 내 멤버십을 기득권/도전자(incumbent/challenger)로 구분하고자 합니다. 기득권자는 장 내 자원에 대한 불균등한 분배에 이득을 얻는 이들이며 그들의 이해관계나 관점은 불균등에 대한 장 내 규칙을 반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도전자는 이것을 순응하거나 규칙을 바꿀 대안적 비전을 제시하기도 하는데, 주로 위계에 초점을 둔 부르디외 이론과 다르게 SAF에서는 협력이나 연합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SAF 이론은 몇 개의 새로운 개념을 제안합니다. 첫째는 장의 질서를 유지하는 행위자인 “내부 거버넌스 단위(internal governance units)”입니다. 경험적으로 예를 들자면 세계은행(the World Bank)이 있는데 이런 조직들은 장 내의 기득권들의 위치를 강화시키고, 장을 안정화하고, 때때로 연락책(liaison)의 역할을 합니다. 
    다른 개념 하나는 “사회적인 것의 실존적 기능(existential function of the social)”이라는 것인데 이 개념은 SAF 이론에서 “집합적 의미 형성과 소속감에 기반한 미시적 행위의 기초”가 됩니다. 즉 인간은 모두 사회 세계에 대한 그럴듯한 의미를 만들고 소속감을 느껴야 하는 실존적인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정체성을 형성하고 정치적 연대를 형성하기 위해, 행위자들은 “사회성의 기술(social skill)”을 사용하는데, 이로써 다른 사람들을 집합 행동에 참여하도록 설득할 수 있습니다. 플릭스타인과 맥아담의 사회성의 기술이라는 개념은 나중에 행위성을 설명하는 데에서도 요긴하게 쓰입니다. 
    또한 SAF는 장의 내부적 동학(dynamics)만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장 사이(inter-field) 관계에 대해 개념화했습니다. 플릭스타인과 맥아담은 장을 “다른 장과의 복합적인, 다층적인 의존의 연결망들에 배태된” 것으로 이해했고, “그런 접합점(linkages)은 대부분 자원 의존이나 법적·관료적 권위에 의해 발생합니다”(192).


행위성(agency)과 행위자 [pp.192-96]

이 절에서 저자들은 주로 SAF를 옹호하고 SAF를 기준으로 부르디외와 신제도주의자들의 이론에서 덜 부각된 행위성의 측면을 비판합니다. 

부르디외의 장 이론 저자들은 부르디외의 이론이 사실 많이 결정론적이라고 비판을 합니다. 부르디외가 행위자들을 자본의 담지자로 간주하고 자본을 사수할지 혹은 장 내 자본의 분배 논리에 도전할지 전략적으로 행위할 수 있다고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저자들은 부르디외 이론의 행위자가 그렇게 성찰적이지도, 장의 구조에 도전할 만큼 행위성이 있지도 않다고 봅니다. 장 내 행위자들은 게임의 규칙(일루지오illusio)을 공유하고 있고, 그들의 이해가 장 안에서의 위치에 의해 주로 결정되기 때문에 장의 행위자들은 규칙·질서를 바꾸기보다는 서로 경쟁하곤 합니다. 하비투스 개념을 생각해보면 결정론적 시각은 더 명확해지는데 전승된 성향의 체계인 하비투스는 (여러 장에서) 개인의 장 내 위치를 결정하고, 그것을 재생산하기 때문입니다.

신제도주의 장 이론 “배태된 행위성의 역설”, 즉 행위자가 그들이 배태되어 있는 장 안에서 미리 제시된 규칙을 받아들인다면 어떻게 장의 규칙에 대항하거나 변화를 만들 수 있는지는 이론 논의가 활발했던 초기에 제기되었고 많은 학자들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애썼습니다. 초기에 제출되고 또 다른 학자들에 의해 다른 많은 연구가 이루어진 개념은 디마지오의 제도적 혁신주의(institutional entrepreneurship) 개념인데, 제도의 변화를 이끌고 참여하는 행위자들이 제도 혁신가라는 것입니다. 디마지오는 특정한 사람이나 집단이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해내는 방식을 만들고 다른 이들을 설득할 때 제도적 혁신주의가 일어난다고 보았고, 이것은 조직 장이 형성되는 초기에 굉장히 중요하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대한 경험 연구는 많이 있으나 저자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제도적 혁신주의라는 개념이 사실 아무거나 다 포괄하는 외연이 매우 넓은 개념이라고 비판을 합니다. 신제도주의 이론 안에서 행위성을 강조하려는 시도는, ‘과잉 사회화’된 행위자를 새로운 비전을 갖고 있는 행위자로 그저 대체하려는 시도가 많았으며, 또 이것은 행위성과 장 수준의 변화를 그냥 섞어 버린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습니다. 또한 사람들이 보통 전략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을 감안할 때 “새로운 장이 생기거나 그것이 변화된다는 것에 한해서 행위자들이 행위성이 있다고 생각이 되는 것” 역시 행위성에 대한 이상한 개념입니다(194). 
    저자들은 신제도주의의 행위성을 비판하며, 필요한 것은 구조적 수준에서 행위성을 설명할 수 있는 “장에 대한 이론화”라는 것을 시사합니다(194).

전략적 행위 장 전략적 행위란 “타인과의 협력을 보장함으로써, 안정적인 사회적 질서를 만들고 유지하는 사회적 행위자들의 시도”를 뜻하는데 이것은 앞서 제시된 “사회성의 기술”과 접합됨으로써 행위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합니다. 장이 생성되고 유지되는 미시적인 기초는 사람들이 의미를 틀짓고(framing) 동원할 수 있는 인지적 능력인 사회성의 기술에 의존합니다. 이런 사회성의 기술이 장의 형성의 메커니즘이라면, 플릭스타인과 맥아담은 집합 행위의 동기를 진화심리학에 기반해 정체성과 의미형성에 대한 인간의 기본적 욕구로 정의합니다(“사회적인 것의 실존적 기능”). 이는 갈등론적이고 약간 물질주의적 경향이 있었던 부르디외 이론, 그리고 행위자를 반성적이지 않은 정당성을 추구하는 존재로 보았던 신제도주의와 다른 관점을 제공합니다. 
    SAF 이론은 행위자가 장 내의 규칙을 따라 비교적 응집된 행동을 한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이것이 신제도주의적 이론에서 보는 정당성의 추구 때문이라기보다는 인간의 기본적인 사회성에 대한 욕구 때문이라고 봅니다. 이것은 신제도주의를 괴롭힌 “배태된 행위성의 역설”에 대한 답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SAF의 시각에서 본다면 제도 혁신가 개념 역시 사회성이 능숙한 행위자들이 미조직된 사회 세계에서 다른 이들을 설득하고 연대하여 장의 형성을 돕는다는 식으로 재개념화할 수 있습니다. 또한, SAF 이론은 부르디외의 이론이 주는 갈등론적 시각을 받아들이는데 그 동시에 행위자들이 공유된 의미, 정체성을 가지고 집합 행동을 추구할 수 있는 미시적 행위의 여지를 열어 놓고자 합니다. 
    한편 행위의 수준에 대해, 신제도주의 이론에서 행위자는 거의 조직 단위였고 부르디외 이론에서 행위자는 대부분 개인이었는데 반해 SAF 이론은 장의 행위자의 수준에 대해 보다 탄력적인 시각을 제공합니다. 


장의 출현, 안정성, 그리고 변화 [pp.196-200]

부르디외의 장 이론 첫째로 장의 안정성과 관련해, 부르디외 장 이론은 장을 경쟁과 지배의 공간으로 봄에도 그 질서가 끝내는 재생산된다고 간주합니다. 둘째로 장의 변화와 관련해 부르디외는, 검토되지 않은 사회 세계에 대한 ‘주어진(taken-for-granted)’ 생각을 독사(doxa)라고 부르는데, 만약 이 독사의 자의성이 폭로된다면 장의 게임의 규칙 내지는 논리가 바뀔 가능성이 마련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럼에도 부르디외는 그런 독사의 자의성이 폭로되는 위기의 순간이 언제인지 체계적으로 이론화한 바가 없으며, 더 나아가 그는 예술 장의 경험 연구를 통해 장의 도전자들의 혁명 역시 부분적인 것, 즉 장의 규칙을 재생산하는 것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197). 

신제도주의 장 이론 디마지오와 파웰의 “The Iron Cage Revisited”는 일단 조직 장이 생긴 후 동형화가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다루지만 어떻게 장이 변화하고 장이 생기는지 체계적인 이론화는 결여되어 있었습니다. 앞서 봤듯 제도 혁신가라는 개념도 장의 상황, 조건과 혁신가에 의해 일어나는 변화를 체계적으로 잇지는 못하는 개념이었습니다. 위 논문에서 디마지오와 파웰은 “구조화”(기든스)의 과정을 거쳐 조직군이 장이 되는지를 말하지만 매우 짧고 논문의 다른 부분은 동형화 설명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이후 신제도주의를 다룬 연구 문헌은 장의 출현을 더 다루긴 하는데 아무튼 저자들은 동형화에 대한 논의에 비해 매우 미발달되어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런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유망한 방법으로 부상한 것은 바로 신제도주의 이론과 사회운동이론의 접합입니다. 매카시와 졸드(McCarthy and Zald)의 “사회운동산업(social movement industries; 한 이슈에 대한 여러 사회운동조직의 집합)” 개념이 보여주는 다층성(multi-levelness)은 장 개념의 출현을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됩니다. 모릴(Morrill)의 대안적 분쟁 해결에 대한 “틈새에서의 출현(interstitial emergence)” 분석은 중첩되는 장에서 자원의 동원과 아이디어의 주장 등이 대안 분쟁 해결의 제도화에 있어 매우 중요했음을 시사합니다. 장의 중첩 혹은 연결이 장의 형성에서 가지는 중요한 의미는 SAF 이론에서 더욱 발전되게 됩니다. 

전략적 행위 장 저자들이 말하는 SAF 이론의 강점은 장 내 행위자들의 더 나은 위치를 위한 싸움만을 초점으로 보는 것이 아닌 전체 장의 구조를 본다는 것입니다. 이런 전체론적인 시각은 장의 변화를 잘 설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선 장의 출현과 관련해, SAF는 사회 운동이 일어나는 것과 유사하게 출현한다고 저자들은 말합니다. 출현하고 있는 장은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사회적으로 구성된 경쟁의 장소(arena)지만 아직 루틴화된 관계 패턴이나 안정적 행위 규칙이 없는 때로 정의됩니다. SAF는 대개 장 주변의 외생적인 사회 변동에 의해, “발현적 동원(emergent mobilization)”이라는 과정을 거쳐 형성이 됩니다. 발현적 동원은 굉장히 사회 운동의 동원 과정과 유사한 것으로 행위자들이 (1) 어떤 위협이나 기회를 집합적으로 정의하고 (2) 조직적 자원을 전유하고 (3) 미조직된 사회 세계를 조직된 행위로 이끌 혁신적 행위에 집합적으로 참여하는, 새로운 상호작용과 공유된 이해를 만들고자 하는 과정입니다. 이런 동원에서 사회성의 기술은 매우 중요합니다. 행위자들은 협력과 연대에서 갈등과 경쟁에까지 이르는 스펙트럼 사이에서 장을 조직하는데 이후 장의 안정성은 이런 장 조직 논리가 비교적 일관적인지에 달려 있습니다.
    SAF의 안정성은 행위자들이 장의 규범, 그리고 규칙에 대해 합의를 가지고 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잘 자리잡힌 장에서는 도전자 역시도 규칙에 대한 공통된 이해를 가지고 있어, 장의 변화를 가져올 도전을 제기할 가능성이 덜합니다. 그러나 SAF는 역시 변화할 수 있는데, “(1) 단편적인 변화의 연속 … 혹은 (2) 혁명적 변화라는 두 종류의 장 차원 변화에 영향을 받습니다”(199). (1)에 대해, SAF 안에서 행위자들은 끊임없이 위치를 차지하려 다투기 때문에 점진적 변화가 누적되고, 비록 단편적으로는 장의 규칙, 질서가 재생산될 수 있지만 이런 누적은 질서가 변화할 수 있는 “티핑 포인트”까지 도달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장의 변화는 주로 장 외부로부터 온다고 저자들은 지적합니다. (1) 첫째로 장 외부의, 게임의 규칙과 관습에 덜 이해가 있고 구속 받는 ‘아웃사이더’에 의해 일어날 수 있고, 이런 외부적 변화의 효과성, 정도는 외부자가 속한 장의 인접성이나 사회성의 기술에 따라 변할 수 있습니다. (2) 레짐의 변화, 불황, 전쟁 등의 거시 수준 사건도 수많은 장 접합점(linkages)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3) 장 사이의 접합점에 의해, 다른 장의 변화에 따라 또 다른 장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데 이것은 장 이론에서 덜 이론화된 부분입니다. 플릭스타인과 맥아담은 “잔잔한 연못에 던져진 돌처럼 모든 인접 장으로 물결이 퍼져나가”듯이 한 장에서 안정성이 크게 줄어들면 다른 장에 영향을 준다고 비유합니다(200). 특히, 어떤 장이 다른 장과 위계적 관계에 있다면 지배적 위치의 장의 변화에 더욱 취약할 수 있습니다. 한편 위계적 관계가 아닌 상호의존적 관계의 장들은 오히려 변화의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는데 장들이 서로 상호적으로 공유하는 자원과 혜택 등이 변화에 저항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e.g. 부르디외의 『국가 귀족The state nobility』). 
    

결론 및 논의 [pp.201-202]

저자들은 우선 앞에서 다룬 장 이론들의 차이가 이론적으로 뿐만이 아니라 경험적으로 부각되어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장 이론들을 구별되는 학파로 볼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경험 연구와 연결지으며 검토해야 한다고 합니다. 지금의 장 이론은 보통 추상적인 수준에서 전개되었고, 장 이론 사이 개념적 불일치(conceptual disagreement)를 찾아내기 위한 측정이나 비교가능성 같은 경험적 문제는 잘 다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예컨대 부르디외의 『구별짓기Distinction』에 관해, 이후 연구들은 문화 생산의 장이 존재하는 정도, 혹은 그것이 시공간을 가로질러 얼마나 안정적일 수 있는지 따위의 일반적 장 이론 수준의 문제를 제기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합니다(201). 또한 경험적 연구를 통해 장 이론들 사이의 차이가 장 이론이 적용될 수 있는 범위(scope condition)의 차이의 문제인지, 아니면 장 이론들 사이 근본적인 양립 불가능성에 대한 것인지 명확히 할 필요도 있습니다. 
    장 이론은 역시 모호한 인식론적 지위를 안고 있습니다. 장은 실재하기 때문에 실증적으로 측정될 수 있고 공통된 구조 및 메커니즘을 식별할 수 있는지? 혹은 장은 역사적, 질적 분석을 돕는 이념형 혹은 개념으로 간주되어야 하는지? 물론 저자들은 SAF 이론이 어떤 인식론적 입장에서든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경험 연구에 있어 장 이론은 굉장히 일반적인 주장을 내놓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어떤 경험적 영역에 적용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장 이론의 일반화 가능성을 탐구하는 방법은 장 이론을 조직군 생태학 등 장 개념을 참조하지 않는 다른 중범위 이론과 견주어 보는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장 이론이 다른 이론에 도움을 줄 수도 있고, 다른 이론의 아이디어가 장 이론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인지 저자들은 SAF 이론이 다른 장 이론 위에서 구축됐을 뿐만 아니라 사회심리학, 사회운동이론, 정체성 이론 등등을 통합시켜 유용한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