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마이클 슈왈비, 『야바위 게임』, 노정태 옮김, 문예출판사, 2019. 사회학이 관찰하고자 하는 '불평등'에 대한 아주 좋은 입문서. 관련 주제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느껴도 좋은 입문서는 종종 읽어두면 도움이 되는데, 왜냐하면 좋은 입문서는 해당 주제의 연구들을 최신의 성과까지 반영하여 명료하고 인사이트 있는 언어로 정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좋은 입문서를 읽으면 연구자나 전공자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일반인들에게 설명할 어휘나 비유 체계를 습득하게 되고, 운이 좋다면 입문서로부터 또 다른 통찰을 얻거나 주변의 인접한 세부 분과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슈왈비의 책은 그런 의미에서 좋은 입문서이다.

1-1. 좋은 개론서란 무엇일까. 최신의 학문 성과가 잘 업데이트 되어 있는 책. 해당 분야의 축적된 지식을 쉽게 이해시키고 머릿속에 정리할 수 있는 세련된 은유, 도식을 활용하는 책. 특히 후자가 중요한 게 나무 대신 숲을 볼 수 있게 해주기 때문. (명확히 표현하면) 축적된 지식을 단순히 쉽게 암기시켜준다는 역할이라기보다는... 특정 분야의 접근이 어떤 점에서 다른 분야의 접근과 다른지, 그게 왜 유의미한지, 한계는 무엇인지 알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해야 좋은 개론서인 듯하다. 그래야 해당 분야 연구들이 공유하는 관점과 취지, 방법에 대해 친숙해질 수 있고, 이미 해당 분야에 대해 알고 있었던 다른 파편화된 지식들도 개론서를 통해 얻은 프레임워크 안에 통합시킬 수 있게 되어서.

2. 또 하나의 칭찬할 점은 편집자와 역자의 노고. 모든 각주의 책에 한국어 번역본 서지정보가 부가되어 있으며, 한국어 판본이 없더라도 해당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텍스트가 역자에 의해 종종 소개된다.(이를테면 미국의 인종적 불평등 약사略史에 대해 넷플릭스 다큐 하나를 소개하는 식.)

3. 무언가를 사회학적으로 설명sociologically explain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sociological account를 제공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이런 점에 대해 궁금한 신입생들이 읽어도 좋을 책 같다.

4. 몰라서 그렇지 한국어로 번역된 책들이 정말 많구나... <야바위 게임> 읽으면서, 대학 수업에서 영어로 접했던 레퍼런스들이 이렇게 여러 권 번역되었다는 것을 알고 놀람. 스티븐 룩스의 Power: A Radical View도 번역본이 있었음. 이른바 고전 텍스트들이 번역이 거의 안 되어 있어서 그렇지 그때그때 화제가 되는 (그리고 과하게 아카데믹하지 않은) 양서들은 번역이 많이 되어 있는 것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