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갈런드, 『복지국가란 무엇인가』, 정일영 옮김, 밀알서원, 2018.
원제: The Welfare State: A Very Short Introduction (옥스포드 대학 출판부)

복지국가와 형벌 정책 연구자로 유명한 David Garland의 복지국가 개설서이다. 특이하게도 기독교 복음 서적 출판사에서 출판되었다. 원서를 대조하여 읽지는 않았지만, 몇 가지 개념이나 고유명사의 번역, 그리고 전반적 편집에 있어 아쉬운 점이 많다.(이에 관해서는 후술하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복지국가에 대한 경합하는 정의들과 2차 세계대전 이후 복지국가의 발달과 변형에 관해 믿을 만한 안내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학부에서 복지국가와 사회정책에 관한 개설적 수업을 한 학기 들은 적이 있는데, 그 수업이 이 책을 교과서로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수업에서 다뤄진 내용 대다수가 이 짧은 개설서에서 언급되는 것이기도 했다. 

아래에는 읽으면서 흥미로웠던 점과 기억해둘 인사이트들을 기록한다. 

1. 중간층의 복지 수혜 
책 전체에 걸쳐 저자가 강조하는 내용은 복지국가의 사회정책 혜택이 저소득층과 중간층에게 골고루 돌아갔다는 것이다. 복지국가는 크게 다섯 가지의 부문, 즉 사회보험, 사회부조, 공적 재정지원에 의한 사회서비스, 사회사업 및 개인적 사회서비스, 경제적 관리로 나누어질 수 있는데(78-79), 여기서 보험과 사회서비스는 중산층, 특히 그 중에서도 여성에게 상당한 이익이 되었다. “건강관리, 고등교육 및 주택담보 세금공제와 같은 프로그램들은 부유한 가정에 요긴한 것이 되었다. 중산층 여성들은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게 되었고, 전문직 경력을 추구하게 되었다.”(95) 

흔히들 신자유주의 개혁이 복지국가를 무력화시켰다고들 한다. 그런데 신자유주의 개혁은 중간층에게 수혜가 돌아가는 연금 의료보험을 크게 줄이지는 못하였다. 책 말미에는 “연금, 실업 및 질병급여, 그리고 보건의료에 관련된 주요 복지국가들의 프로그램들은 신자유주의가 대두되기 시작할 때보다 오늘날 더 확장적이고, 관대하다”는 사실이 지적된다(172). 복지국가에 대한 많은 정치적 공세들은 연금이나 보건의료보다는 사회부조 쪽에 집중되었고(164-65), ‘복지여왕 welfare queen’이라는 수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복지국가의 병폐를 공격하고자 하는 상징적 공세에는 부도덕하게 복지혜택을 받거나 복지에 과하게 의존하는 빈곤층들의 (상상된) 모습이 자주 동원되었다.

2. 복지국가의 특징
복지국가의 핵심적 특징은 무엇일까? 책은 복지국가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로 “경제적 관리”와 “경제통제[경제의 통치 내지는 관리: government of the economy]”를 든다(26). 단편적인 제도의 집합체나 사회적 권리 보장을 위해 노력하는 국가라는 식으로 협소하게 복지국가를 이해하는 것보다는 “정부의 규제, 재정, 통화 및 노동시장 정책과 그러한 정책들이 시장을 만들고, 성장을 촉진하며, 기업과 가계의 복지를 보장하는 데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중심으로 복지국가를 사고하기를 제안하는 것이다(26). 

경제 부문의 관리 내지는 통치를 복지국가의 특징으로 생각한다면, 공적 서비스나 사회부조 이외의 조세관리, 세출 등의 제도가 시야에 들어올 수 있게 된다. 이를테면 다음의 문장: “때로는 ‘숨겨진 복지국가hidden welfare state’라고 불려지기도 하는 이것은 조세제도나 사적 고용계약을 통해 주어지는 복지혜택으로 만들어진다.”(86) 이것의 예로는 미국의 주택담보 세금공제 제도나, 정부가 세금감면을 통해 유인을 주는 기업의 복지혜택(정년 늘리기, 의료서비스 등)이 있다. 

3. 복지국가와 가족
복지국가의 사회사업(social work)은 그 자체가 소외된 계층에게 돌봄을 확장하는 것인 동시에 특정한 방식의 훈육과 양육을 유도하고 교육하는(책에는 규범화normalize라고 일컬어지는) 과정이다. “프랑스 사회학자 자크 동즐로(Jacques Donzelot [책에서는 ‘작크스 돈제로트’라고 잘못 번역됨])는 이것을 ‘가정 감시’(policing the family)[‘가정의 통치’ 내지는 ‘가정을 관리하기’가 적합한 번역어가 아닐까?]의 다양한 방법으로 보았는데, 그것은 문제를 안고 있는 가정들이 아동양육, 좋은 일의 습관, 더 책임 있는 성적 행동(sexual behaviour), 기타 등의 ‘규범적’ 행동유형을 갖도록 점검과 간섭을 받게 한다는 것을 의미하였다.”(84) [이와 관련해서는, 제임스 퍼거슨, 『분배정치의 시대』를 참고해야겠다.] 

가족 내에서의 재생산과 훈육에 관련한 미세한 실천들의 조정과 관해서는 동즐로의 논의를 참고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것보다 조금 더 거시적인 차원(?)에서 보자면, 육아 서비스와 보험 정책의 타겟은 사회의 가족 모델에도 크나큰 영향을 준다. 예컨대 스웨덴의 복지정책에서는, 여성이 남편에게, 어린이들이 부모에게, 노인들이 가족에게 “의존하는 것을 감소시키기 위한 [평등주의적, 보편적 보험을 비롯한] 사회적 제도에 의해서 개인들의 자립심이 향상되었다.”(108-10; 예컨대 “보육, 육아휴가, 노인에 대한 사회적 돌봄, 부인과 어머니들에 대한 독립보험”) 따라서 많은 여성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했고, 싱글맘들이 큰 도움을 받았다. 이는 높은 수준의 성 평등과 사회적 이동성을 이뤄냈다. 한편 독일의 사회보험은 “남성 노동자에 중점을 두었고, … 가정은 노인과 어린이들을 돌봐야 하고, 보험과 사회서비스는 그것에 따라서 구조화되어야 한다고 보았다.”(112) 

 



New liberalism 64

78 복지국가의 부문들 

92-93 복지국가의 특징적 접근법 (규모의 경제) 

105 에스핑앤더슨의분류 

189 획일적 관리가 처하게 된 문제

160-161 신자유주의적 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