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영재발굴단인가? 수학 영재라는 어린이가 출연한 방송 캡처본을 본 적이 있는데 그 어린이는 <이야기로 아주 쉽게 배우는 삼각함수>라는 책을 읽고 있었다. 이걸 보고 책과 관련된 악연이 생각났다. 무엇이냐면 바로 결정적인 그리고 왜 교정이 안 되었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오역이 있었다는 것이다. 통계학을 공부하기 전에 미리 약했던 삼각함수 부분을 복습해야겠다고 그 책을 샀었다. 겨울방학에 틈틈이 공부를 했는데,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 있었다. 

즉 삼각함수의 역수(reciprocal-trigonometric function)인 시컨트, 코시컨트, 코탄젠트를 '역삼각함수' 혹은 '삼각함수의 역함수'라고 번역해놓은 것이었다. 나는 비루한 문과생이었기 때문에, 시컨트 코시컨트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었고, 처음에는 그것이 실제로 '역함수'인지 알았다. 그리고 곰곰이 책을 읽으며 대체 왜 이것이 역함수인지, 역함수의 정의에 맞지 않는 것이 아닌지 고민을 했다.(애초에, 정의역을 실수 전체로 보았을 때, 삼각함수 자체가 일대일 대응 함수가 아님에도.) 한두 시간의 구글링을 거친 후 삼각함수의 경우 역수를 따로 표기한다는 것을 알아냈고, 역수(reciprocal)는 역함수(inverse function)와는 전혀 다른 개념임을 다시 확인했다. 그러나, 꿋꿋이, 책은 역수를 역함수로 표기했다. sec도 arcsin도, 모두 사이좋게 사인의 역함수였던 것이다. 그것을 알아채고 난 뒤 공부할 마음이 사라졌다. 해설에 오역이 있어서 헤맬지는 어떻게 아는가.

오역이 교정쇄에 반영이 되지 않았다면, 그 수학 영재라는 어린이 분은 공부를 하며 꽤나 고생을 하실 것이다. 하지만 영재라면 필경 무언가 이상한 것을 발견하겠지.(부모님이 문과가 아닌 이상 이를 바로잡을 가능성도 충분할 것이다.) 영재라면 영어도 빨리 배우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