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인 상태의 아날로그 테이프는 옅은 갈색을 띤다. 자석으로 기록된 녹음이 옅은 갈색의 테이프 속에 들어 있는 것이다. 2011년 윌리엄 바신스키는 그가 만들어 낸 이지 리스닝 뮤직의 테이프 루프들을 디지털화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그러한 과정에서 바신스키는 마치 그림의 페인트가 벗겨지는 것처럼, 테이프가 재생될 때 테이프가 약간씩 벗겨져 떨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루프들을 반복적으로 재생하였더니, 테이프가 차츰 분해됨에 따라 그 루프들의 조직도 해체되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관악기들의 쓸쓸한 연주를 담은 단편들이었으나 그것들은 핏기 없는 모사품으로 끝내 분해되었다. 마치 그가 음악을 하나 작곡해낸 다음에 즉시 그 작곡의 희미한 기억만을 떠올리며 연주한 것처럼. 

[The Disintegration Loops]는 굉장히 길다(4부 중 제1부는 거의 1시간에 육박한다). 그런데 이 앨범은 가끔은 5초나 10초 정도의 단편(snippets)을 반복한 것이다. 엄청난 재생 시간 동안 당신은, 말 그대로, 그 짧은 소리들이 분해되어 떨어져 나가는 것을 듣게 될 것이다. “저는 멜로디의 삶과 죽음을 녹음하고 있습니다.” 바신스키는 2011년 [Radiolab]과 한 인터뷰에서 그렇게 말했다. “그렇게 녹음하는 것은 인간이 무엇인지, 그리고 죽음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아마도 삶과 죽음이 가지는 미스터리란, 테이프로 만든 드론 뮤직으로 대답하기에는 터무니없이 거대한 질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바신스키는 질문에 대답할 시도일랑 하지 않는다. 바신스키의 음악은 아름답고 슬프며, 일시적이면서도 무한하다. 음의 변화는 지각하기 어렵지만, 그럼에도 현존한다(ever-present). 이 앨범은 마치 바람처럼 들린다. 바다에서 조난당했을 때 먼 거리에서 들려오는 배의 고동 소리 같기도 하다. 그 배는 당신을 구하러 오는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당신을 지나쳐 가는 것일수도 있을 것이다. 

바신스키는, 2001년 세계무역센터에 공격이 있기 직전 테이프의 분해 현상을 우연히 발견했다. 그는 9월 11일 브루클린에 소재한 자택에서 저녁이 지나기 이전 짧은 영상을 촬영했다. [Disintegration Loops]가 공개되었을 때 그 영상의 스틸컷이 앨범의 커버를 이뤘다. 그 이래로, 당연히 그렇겠지만 이 앨범은 9월 11일의 상실감과 긴밀히 얽혀 있다. 하지만 이 앨범은 역시 앞으로의 모멘텀을 상징하기도 한다. 점진적으로 분해되는 사운드를 들으면 그것이 언젠가는 끝내 완전히 사라져 버릴 것이라는 점이 명확해진다. 하지만 그때까지 그것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종점에 도달하기 전가지는 최선을 다해 연주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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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50 Best Ambient Albums of All Time - Page 5

Wallpaper music? None here. These are the albums that have shifted moods and created new worl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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