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Apple Music에서 서비스하는 "Ambient Essentials" 플레이리스트에서 처음 접했다. 이 앨범은 아니고, Green 앨범을 먼저 접했다. 아무래도, 무작위로 음악을 접할 때 일본 아티스트를 만나면 조금 더 반가워지는 게 있다. 같은 동양인이라서 그런가? 물론 딱 그뿐이다. 

(2) 이 앨범이 같은 아티스트의 후속작 Green과 제일 차이나는 점이라 하면 펜더 로즈 일렉트릭키보드가 주가 되는 구성이다. 대부분의 곡들은 코드를 구성하는 음들이 따로따로 나오는 식이고 리듬은 배제되어 있다. 앰비언트라 해도 상당히 밋밋한 구성이고 코드도 단조 코드들이 많기 때문에 그 자체만으로 릴랙싱한 음악은 아니다. 그러나 깔끔하다. 앰비언트 베스트라고 하는 플레이리스트를 들어보면 생각보다 클래식한, 단순한 접근을 하는 곡들이 많지는 않다. 그런 점에서 귀한 앨범이라고 본다. 

(3) 앨범의 허리 부분에 위치해 있다고 할 수 있는 "Blink" 트랙부터는 전반적으로 밝은 분위기로 전환된다. 

(4) 흥미로운 것은 요시무라 히로시 쪽도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발굴된 아티스트라는 것이다. 당장 찾아보니 아래와 글들이 나온다. 영어기도 하고 시간이 없어서 자세히 읽어보지는 못했다. 암튼 이 분은 2019년 즈음해서 유튜브를 통해 떴고, 그러고 나서 앨범이 리이슈되었다고 한다. 유튜브에서는 후쿠이 료나 마리야 타케우치 정도만 알고리즘의 수혜를 입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생각해보니 나도 최근에 일본의 70-80년대 퓨전재즈나 실험적 음악들이 종종 추천되는 것을 본 것 같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 일단 재밌다. 요시무라 히로시 님은 2003년에 돌아가셨다고 하지만 자신이 이렇게 다시 뜰지 알았을까. 그리고 또 얘기하자면 70-80년대 일본의 음악계의 저변이 상당히 넓었다는 것이다. 나만 몰랐던 것인가? 모르겠다. 그런데 이러나 저러나 유튜브의 등장으로 팝음악 리스너들의 필청목록이라는 것도 어느 정도 변화를 겪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경우 사정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서 일본 대중음악사를 바라보는 표준적 서술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모르는 것을 알아간다는 것은 두근거리고 좋은 일이다. 이런저런 것들을 정리해 주는 작업들이 속속 나왔으면 좋겠다. 

** 뉴욕 매거진 Vulture의 아래 글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포틀랜드 기반으로 활동하는 뮤지션인 Doran이라는 사람이 하는 말이다. “I think YouTube gets far too much credit in the narrative,” Doran said, pointing not to the algorithm but the artistry behind it. “It’s music of high artistic merit, and that alone is the root reason why people gravitate to it. So much of this music was so internal within the Japanese market until very recently, and I believe that if it had been in global circulation earlier, these musicians would already have been canonized.” canonized라는 말이 재밌다. Doran이라는 분은 유튜브에게 너무 많은 credit을 돌리는 것에 대해 미심쩍어하지만 기존의 저널리즘이나 입소문이 아니라 유튜브가 몇몇 안 알려진 일본 아티스트들을 유통시킨 것이 사실이다. 유튜브가 주도하는 정전의 re-writing이라니. 

 

www.abc.net.au/news/2019-08-06/hiroshi-yoshimura-from-internet-obscurity-to-youtube-sensation/11366386

 

The artist and the algorithm: How I became an accidental fan of an obscure Japanese musician

When Hiroshi Yoshimura died in 2003, he was a footnote in music history. But thanks to YouTube, his minimalist soundscapes now have legions of accidental fans — including me.

www.abc.net.au

www.vulture.com/2019/02/how-japanese-ambient-music-became-a-thing-in-america.html

 

How Japanese Ambient Music Became a Thing in America

“It’s music of high artistic merit, and that alone is the root reason why people gravitate to it.”

www.v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