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ne Vaughan. 1997. “The Trickle-Down Effect: Policy Decisions, Risky Work, and the Challenger Tragedy.” California Management Review 39(2): 80-102. 


본(Vaughan, 1997)의 글은 챌린저 호 사고 10년 후에 발표되었으며, 사고에 대한 원본 문서들과 아카이브 데이터들을 바탕으로 기존의 통념적 해석들에 반대한 수정주의적 입장을 내놓고 있다. 본은 사고의 문제를 그저 화상 회의의 커뮤니케이션 상 문제로 돌리는 접근이나, 나사 경영진들의 엔지니어들에 대한 압력으로 돌리는 접근—따라서 챌린저 호 사고를 비정상적 사례(anomaly)으로 환원시키는—에 반대한다. 본은 다음의 네 가지 측면에서 기존의 통념을 수정하고자 한다: (1) 단순 발사 결정 이전의 정책 결정들이 챌린저 호 사고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2) 최고 우주산업 관리자들의 의사결정이 조직의 문화에 마치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를 일으키고, 그것은 조직의 구조와 문화를 바꾸고 공학적 위험평가에 영향을 끼친다; (3) 조직 문화는 세 가지 측면—생산성에 대한 염려, 관료적 책임, 기존의 기술 문화—에서 의해 좌우되었다; (4) 복잡한 문화가 매니저, 엔지니어 모두에게 영향을 주었다. 

    그렇다면 위의 사항들을 고려했을 때, 어떤 의사결정들과 복잡한 문화가 챌린저 호 사고의 (인과적) 원인인 고체 로켓 추진 연료 팀의 ‘위험을 수용하고(accept risk)’ 비행을 허가한 반복된 결정을 가능케 했을까? 본은 정치적 거래(political bargains)과, 조직 엘리트들의 목표설정이 생산성에 대한 압박을 불러왔고, 생산성에 대한 압박이 조직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그러한 결정들이 세 가지 차원의 문화를 낳았다고 더 나아가 주장한다. 

    (1) 기존 기술 문화(the original technical culture): 아폴로 시대 수 차례의 성공을 낳은 공학에 대한 기준은 나사의 기존 기술 문화를 만들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직접 일을 하고 숙련된 기술 전문가들에 대한 의지 및 존중—즉 “손을 더럽히는(dirty hands)” 접근방법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는 정량적이고 원칙적인 것이 중시되며, 주관적이고 직감적인 것은 중요한 결정에 반영될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기존의 기술 문화는 다음의 두 문화 사이에서 수난을 겪게 된다.

    (2) 정치적 책임(political accountability): 아폴로 시대에, 정부는 나사에 백지 수표를 위임했다. 하지만 최고 관리자들은 의회에 우주 왕복선을 마치 수익사업처럼 홍보했고, 우주 왕복선을 마치 “버스”처럼 만들고자 했다. 즉 생산성과 비용절감의 압박이 생기게 되었고, 또한 이는 일정에 대한 압박도 불러왔다. 이것은 조직의 기존 기술 문화에 영향을 끼쳤다. 

    (3) 관료적 책임(bureaucratic accountability): 아폴로 시대 이후, 국제 우주 경쟁과 우주 왕복선의 다중 부품 디자인, 복잡한 목표 탓에 최고 관리자들은 “하청을 주는(contracting out)” 관행을 제도화시켰다. 이런 하청 탓에, 나사와 하청기업에는 협업을 위한 더 많은 규정이 필요하게 되었고 “더러운 손” 접근 문화도 이제는 약화되었다. 많은 나사 엔지니어들은 손을 더럽게(=직접) 만들기보다는, 하청업체를 감독하는 책임을 받게 되었다. 그들은 사무에 더 많은 시간을 쏟게 되었다. 

    이러한 세 가지 측면은 다음과 같이 챌린저 호 발사 과정에서 발견된 비정상성들을 정상화시켰다(normalization of deviance). 상부에서의 우주 왕복선을 경제적이고 일상적인 것으로 만들겠다는 결정들은, 엔지니어들이 발견된 위험—비록 수용 가능한 것일지라도—들을 좀 더 면밀하고 꼼꼼하게 테스트하기 위한 자금 지원을 요청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그런데 정말로 문제인 것은 일정에 관한 것으로, 빡빡한 일정 때문에, 데이터가 비행이 불가능할 정도라고 양적으로 나타내지 않는 한 일정을 딜레이하기가 어려웠다. 관료적 책임의 문화 때문에 엔지니어들은 ‘나는 규정을 잘 준수했다’는 것으로 안심을 받기 쉬웠다. 규정을 지켰다면, 책임을 다 했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낙수 효과들 때문에, 엔지니어들은 지속적으로 발견된 위험의 신호들을 잘 받아들이지 못했거나, 혹은 신호를 받아들어더라도 위험의 증거를 예견된 것이나 수용 가능한 것으로 재해석한 것이다[normalization of deviance]. 

    본은 지금까지의 논의를 바탕으로 세 가지의 제언을 제시한다. 첫 번째는 엘리트들의 결정에 대한 것이다. 최고 관리자들은, 그들의 의사결정이 위험한 작업을 하는 조직 밑바닥의 구성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숙고해야 한다. 또한 조직의 구조를 바꾸는 결정은, 그것이 안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고 난 후 진행되어야 한다. 조직을 감축하는(downsize)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안전성을 강화할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에러가 생길 가능성을 늘릴 수 있다. 

    두 번째는 문화에 대한 것이다. 조직은 규칙을 만들지만, 그 규칙들 자체가 추가적 위험을 생산할 수 있다. 규칙이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정상적인 작업 환경에서 어떻게 규칙이 위반되고 준수되는지를 살펴야 한다. 그런 식으로 조직은 왜, 어떻게 규칙이 위반되는지에 관해 배울 수 있다. 또한 위험을 경감시키기 위해서는 일터에서 다양성(diversity)가 안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인종, 성, 경험의 차이 등의 다양성은 어떤 결과를 낳는지 같은 것들을 가리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신호(signals)에 대한 것이다. 의사결정이나 회의에 있어, 모든 유관한 정보들이 고려될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이 기울여져야 한다. 그렇기에, 당연하지만 하급자나 신참, 혹은 조직의 주변부에 있는 사람들을 계속해서 인정할(acknowledge) 필요가 있다. 이들은 유용한 정보를 가지고 있으나 표현하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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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치(March, 1991)는 조직에서 탐험(exploration)과 활용(exploitation)을 구분한다. 탐험은 새로운 지식을 추구하고, 대안들을 실험하는 과정이다. 챌린저 호 사고에서도, 엔지니어들은 기존의 알려진 지식을 활용하는 것보다는 미지의 영역인 우주 왕복선 개발을 해온 셈이니 그들의 프로젝트를 크게 보아 탐험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마치는 탐험과 활용이 서로 균형(trade-off) 관계에 있다고 주장한다. 탐험은 장기간에 걸친 결과를 낳고, 불확실하며 리스크가 많다. 한편 활용은 조직이 보유한 지식을 써 단기간에 확실한 이익을 준다. 

    마치의 조직학습 이론의 관점에서 챌린저 호 사고와 위의 세 가지 제언을 해석할 수 있다. 본의 엘리트 의사 결정에 대한 제언 중 하나는 조직의 구조를 바꿀 때에 그 안전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직의 구조를 바꾸는 것은 단기적 관점에서 조직이 보유한 지식의 양을 줄이기 때문에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이는 탐험을 유리하게 한다. 챌린저 호 사건의 경우, 하청업체 계약을 하는 등 조직의 구조를 변경했으나 챌린저 호 발사 일정이 타이트하게 진행되었기 때문에(=short run) 위험의 발생 가능성은 더더욱 커진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본은 또한 조직의 규칙의 작동을 잘 보기 위해서는 그 규칙의 위반과 준수를 함께 살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치의 시뮬레이션은, 조직의 규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함께 구성원으로 참여할 때 조직 전체의 평균 지식이 향상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규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새로운 조직의 규범이 개선될 여지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는 학습의 빠르기가 다른 이종적인(異種; heterogenous) 조직 구성원들이 있을 때 조직의 평균 지식이 높아진다는 마치의 시뮬레이션 결과와도 상통한다. 조직 내에서 규범을 느리게 학습하는 구성원들은 조직 안에서 발언권이 세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하급자나 신참, 조직의 주변부에 있는 구성원의 의견을 꼼꼼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본의 마지막 제언은 역시 위와 같은 사항을 고려할 때 적실하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