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 『어린이책 읽는 법』, 유유, 2017. 




(24쪽)

초보 독자일지언정 어린이도 독서의 세계에서 어엿한 시민권자다. 같은 책을 읽었다면 책에 대해 느끼고 평가할 수 있는 자격이 어린이에게도 어른과 동등하게 주어진다. 분야에 따라서는 어른보다 심오한 독서를 할 수도 있다. 책이야 적게 읽을 수도 있고 많이 읽을 수도 있다. 


(25쪽) 

내가 생각하는 책 읽기의 가장 큰 소득은 성적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사고력이 커지고 안목이 높아지는 것이다. … 그런 점에서 내가 생각하는 독서 교육은 독자 교육에 가깝다. 물론 독자를 어떤 틀에 맞게 훈련시킨다는 듯이 아니라, 초보 독서가가 평생 독서가가 되도록 돕는다는 뜻이다.

아울러 나는 ‘어린이책 읽는 법’이 단순히 텍스트를 분석하는 방법을 의미한다고 보지 않는다. 먼저 어린이 독자가 자신의 위치를 알아야 한다. 나이와 학년, 교과 과정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취향과 읽기 수준을 파악해야 그에 걸맞은 계획을 세울 수 있다. 


(30쪽)

나는 어린이를 처음 만날 때 가장 좋아하는 책을 한 권 갖고 와 달라고 미리 부탁한다. 좋아하는 책이 마땅하지 않으면 싫어하는 책을 갖고 와도 된다. … 먼저 그 책을 잘 소개할 수 있는지, 내용을 잘 파악하고 있는지,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이유를 적절한 어휘로 설명할 수 있는지를 보기 위해서다. … 좋은 점은 내가 어린이의 취향을 알 수 있고, 그 취향이 존중받을 만하다고 알려줄 수 있다는 사실이다. … 좋아하는 마음을 존중받고, 읽고 싶은 책을 충분히 읽어야 낯선 책에도 손이 가는 법이다. 


(36쪽) 

또 고학년 어린이는 저학년용 책 읽기를 싫어한다며 권하지 않는 분도 있는데 실제로 어린이는 그런 것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부모님이나 선생님으로부터 “동생들 책은 그만 읽고 이제 네 학년에 맞는 책을 읽어야 한다”라는 말을 들을 때 부끄러움을 느낄 뿐이다. 


(48쪽)

그림책과 관련된 상담이나 강연 때 많이 받는 질문이 있다. … ‘그 책을 읽을 시기가 지났는데 아직도 읽고 있어요. 괜찮을까요?’이다. (답은 ‘괜찮다’이다.) 

… 

꾸준히 읽기만 하면 어린이의 독서는 대체로 발전하는 쪽으로 진행된다. 쉬운 책을 반복해서 읽다 조금씩 어려운 책을 읽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전보다 어려운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해서 더 어려운 책만 읽고 싶다고 느끼는 어린이는 거의 없다. 어려운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면, 그보다 낮은 수준의 책은 이제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이전에는 줄거리를 파악하는 데 만족했던 책을 수준이 높아진 다음에 읽으면 이야기의 복선과 주인공의 농담, 등장인물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62-3쪽) 

어린이가 편독을 하면 지성과 인성 발달에 균형을 잡기 어렵다고 걱정하는 분도 있다. … 그런데 어린이의 성장은 그렇게 기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책에 관한 한 전 영역에서 골고루 발달을 이루어야 하고 또 그것이 가능하다는 믿음은 전집 그림책 마케팅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싶다. … 편독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다양한 읽을거리를 접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