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ed (2013). “Power: Relational, Discursive, and Performative Dimensions.”
Reed, Isaac Ariail. 2013. “Power: Relational, Discursive, and Performative Dimensions.” Sociological Theory 31(3): 193-218.
권력을 사회학적으로 설명하고자 할 때, 다음의 전형적인 세 개념을 떠올려 볼 수 있다: (1) 관계적(relational) 개념; (2) 담론적 개념(discursive concept); (3) 수행적 개념(performative concept). (1) 관계적 개념은 사회적 자본과 지지 및 자원의 교환, 핵심적 행위자들의 위치를 강조한다. 행위의 결과로 의사결정이 바뀌는 때의 전반적인 사회 관계의 구조, 그 구조를 점한 행위자들을 연구하는 것이 관계적 개념 접근이라고 할 수 있고, 네트워크 분석은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2) 담론적 개념은 일반적으로 “인식과 이득(perception and advantage)”의 교차 지점과 관련이 있다. 예를 들자면 어떤 정치적 상황에서 한 사람이 굉장히 ‘프레이밍’에 능해 행위의 결과(권력의 작용)을 바꾸어놓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런 개념을 극단적으로 끌고 가자면 어떤 행위자들의 특정 행동이 그들이 속해 있는 담화의 결과로서 생산된 것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 (3) 수행적 개념에서는 행위 자체가 “새로운 실재를 생성”하고 결과가 나온 과정 자체를 결정짓는 것이다(193-4).
그런데 글에서 설명된 전형적인 권력 개념들에는 이론적 정당화가 결여되어 있다. 저자는 권력을 “개념”이 아닌, 다양한 경험적 현실에 달려 있는 “차원(dimension)”으로 개념화하여 ‘인식론적 정당화’를 제공하고자 한다.
권력에 대한 이론적 논쟁들 우선 권력에 대한 개념화와 이론적 논쟁의 역사를 간단히 짚을 필요가 있다. (1) 베버는 권력을 누군가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킬 수 있는 기회로 정의했고, 로버트 달 역시 이런 정의를 따랐다. 하지만 1950년대 탈콧 파슨스는 권력에 대한 급진적인 재정의를 내놓는데, 그것은 즉 권력이 사회가 기능하는 데에 있어 마치 화폐와 같은 일반화된 매개체(medium)로 기능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파슨스에 의하면 권력을 얻고 잃는 것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2) 기든스와 룩스(Lukes)는 파슨스의 개념화를 비판한다. 여기서 룩스는 특히 달, 파슨스의 “다원주의적” 관점을 비판했는데, 그것이 권력의 한 가지 차원만을 다룬다는 이유에서다. 룩스의 권력 개념화는 어떻게 지배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는지 설명한다는 점에서 그람스적-마르크스적이다. (3) 이러한 마르크스주의적 비판 말고도, 베버주의적 비판이 있었는데, 특히 역사사회학에서는 권력의 장(arena)으로서의 국가에 집중한다. 이런 맥락에서, 일종의 조직적 네트워크로서 권력을 개념화하고 권력의 여러 사회적 원천들을 밝혀낸 마이클 만의 주장이 중요해진다. (4) ‘권력의 원천’의 변종으로 ‘장(field) 분석’이 있다. (5) 보다 급진적인 관점으로 권력을 누군가가 소유하는 것이 아닌 확산되고(diffuse) 익명적인 것으로 보는 푸코의 관점도 있다(194-7).
권력을 둘러싼 논쟁의 세 가지 축 저자는 권력을 둘러싼 논쟁의 축을 세 가지로 구분한다: (1) 권력을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능력(capacity; power to)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지배(domination; power over)로 볼 것인지. (2) 권력의 원천(sources of social power)에는 어떤 것이 있고 그것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중요한 것은 이 두 번째 축 논쟁이 첫 번째 축과 직교(orthogonal)한다는 것인데, 이 말은 권력의 원천들은 ‘능력으로서의 권력’과 ‘지배로서의 권력’ 양쪽 모두와 유관할 수 있다는 것이다. (3) 스티븐 룩스가 말한 권력의 “차원.” (198-9)
룩스의 권력 차원 논의에서 중요한 것은 권력 개념이 “인과(cause)”의 개념과 매우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마르스크의 권력 논의는 역사적 유물론이라는 특정한 인식론적 관점을 빼놓고서는 이해되기 어렵다. 따라서 저자는 권력의 세 차원을 인식론(인과에 대한 특정한 관점)과 결부지어서 유형화하고자 한다: (1) 관계적-실재론적(relational-realist); (2) 담론적-해석학적(discursive-hermeneutic); (3) 수행적-프래그머틱(performative-pragmatist).
(1) 관계적-실재론적(relational-realist). 여기서 권력은 사회적 행위자들이 장 혹은 연결망에서 점유하는 위치와 관련되어 이해된다. 권력이라는 것은 사회 안에서의 행위자들이 구조 또는 다른 행위자들과의 관계 속에서 부여받는다는 점에서 실재론적인 인식이 드러난다. 이런 개념 하의 경험 연구는, 개인이나 집단이 언제 어떻게 역사적·사회적 변화를 추동하고 그것의 사회적 메커니즘이 무엇인지를 밝히는 것이 될 수 있다(199-200).
(2) 담론적-해석학적(discursive-hermeneutic). 여기서 권력 연구는 어떤 메커니즘을 분석한다기 보다는 다양한 사회적 행위들의 집합이 어떤 익명적이고 규약적인 담론을 만들고 효과를 내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권력은 인과 분석이 아닌 연구자에 의해 해석적으로 드러나는 것이고, 따라서 관계적-실재론적 접근과 달리 담론은 본질적으로 전체론(holistic)인 것으로 여겨진다. 고전적인 예시로은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 연구가 있다(200-1).
(3) 수행적-프래그머틱(performative-pragmatist). 프래그머티즘적 인과관계에 대한 인식은 위의 두 가지 권력의 개념과는 다른데, 저자는 이를 우선 오스틴 등의 화행 이론(speech act theory)에 기대 설명한다. 진수식에서 배의 이름을 붙이는 것과 같은 발화 행위를 생각해 볼 때, 우리는 이름을 붙이거나 위협하는 발화행위처럼 권력이 사회적 행위를 통해 수행적으로 전달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202). 몇몇 사건적 행위는 이전의 과거들이 부여한 구속력과 관성적 루틴을 벗어나 새로운 힘을 얻는다는 미드와 요아스의 프래그머티즘적 사회 행위 해석은 권력에 대한 프래그머틱한 인과 관계를 보여준다(201-3).
이러한 유형화는 임시적인 것이고, 경험 연구에 있어 위 세 가지의 개념들은 공약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질 필요는 없다(203). 개념에 대한 적용 예시는 프랑스 대혁명과 바스티유 감옥 사건에 대해 짤막히 다뤄진다(203-6).
저자는 프래그머티즘적으로 이해된 권력을 담론적, 혹은 관계적 권력과는 명확히 분리시킬 것을 제안하는데, 왜냐하면 수행적 권력은 기존의 사회적 규약이나 구조적 배열 상태를 뛰어넘어 독자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회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수행적 행위가 역사적으로 언제, 어떤 정도로 있었는지에 대한 경험 연구는 그동안 많지 않았고, 저자는 이후 경험 연구에 있어 몇 가지 가설을 제시한다. 첫째. 흔한 경우, 오랜 시간 동안의 “미시적인” 수행적 권력의 집적은 담론적 혹은 관계적 권력에서 전환을 가져오게 된다. 이런 과정이 잘 일어나도록 하는 제도적 조건은 무엇인가(207)? 둘째. 많은 경우, 거시적 행위는 관계적이고 담론적인 권력의 단순한 표현이다. 반면에 몇몇 상황에서 거시적-수행적 권력이 중요할 때가 있다. 이런 두 가지 상황을 대비시켜 차이를 부각하는 것은 경험 연구에서 중요하다(208).
더 나아가 저자는 권력의 차원과 원천을 분리시킬 것을 제안한다. 권력의 원천에 대한 경험적 연구는, 역사적으로 한 권력의 원천이 다른 원천들보다 더 독립적으로 작동할 때가 있는지, 그 원천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등이 있는데, 이런 원천들을 연구하면서 권력의 서로 다른 차원들을 혼동하거나 뒤섞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는 특히 문화적 영역이 원천인 권력(cultural power)과 담론적 권력(discursive)를 구별하는 것을 예시로 든다(209-10). 이를테면 관계적 차원에서 문화적 원천의 권력을 다룬다면 우리는 어떤 문화적 엘리트들이 경제적, 정치적 장의 엘리트들과 상호작용하는지를 연구 질문으로 던질 수 있다. 혹은, 다른 원천의 권력들을 문화적 차원에서(즉, 담론적 차원에서) 연구할 수 있는데 이는 정치·경제 등의 장에서 어떤 담론적 프레임워크가 형성되었는지를 다루는 것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