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vis, Murray S. 1971. "That's Interesting! Towards a Phenomenology of Sociology and a Sociology of Phenomenology." Philosophy of the Social Sciences 1(2): 309-44. 머레이 데이비스, "이거 흥미로운데! 사회학의 현상학과 현상학의 사회학을 향하여." 



    데이비스는 이론은 사회 세계의 행위자들이 암묵적으로 전제하고 있는 인식을 뒤흔들 때 흥미롭다고 말한다(Davis 1971, p.309). 구체적으로, 흥미로운 이론들은 다음의 조건을 만족하는 것 같다. 첫째, 흥미로운 이론은 기존의 당연하게 여겨지는(taken-for-granted) 전제를 명료화한다. 둘째, 흥미로운 이론은 그 전제들을 반박한다. 셋째, 그러한 전제를 뒷받침하는 경험적 증거를 내놓는다. 넷째, 자신의 이론이 가져올 경험적 결과 내지는 이후의 연구 방향을 제시한다(312). 


    모든 흥미로운 명제들은 현상학적 차원과 존재론적 차원 사이의 차이를 보여준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흥미로운’ 명제는 다음과 같은 것을 시도한다. 처음으로는 자신이 겨냥하는 명제가 제기하는 존재론적 주장이 그저 현상학적 주장(pretence)에 지나지 않음을 폭로하고자 한다. 그 다음에는 명제 자신의 고유한 존재론적 우선성(ontological priority)을 주장하며 그 현상학적 주장을 부정한다.”(313) 


    데이비스는 흥미로운 명제의 인덱스를 만든다. 

    우선 단일한 현상을 특성화하는 방식으로는 다음의 일곱 가지가 있다. 

    (i) 조직화(organization): 미조직화된 (비구조화된) 현상처럼 보이는 것이 실제로는 조직된 (구조화된) 현상이다. (혹은 거꾸로) 

    (ii) 구성(composition): 다양하고 이질적인 현상들로 보이는 것들은 실제로는 하나의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혹은 거꾸로)

    (iii) 추상화(abstraction): 개인적인 것 같은 현상이 실제로는 전체론적인(holistic) 현상이다. (혹은 거꾸로) 

    (iv) 일반화(generalization): 국지적(local) 현상으로 보이는 것이 실제로는 전역적인(general) 현상이다. (혹은 거꾸로)

    (v) 안정화(stabilization): 안정적이고 변하지 않는 현상처럼 보이는 것이 실제로는 불안정하고, 꾸준히 변하는 현상이다. (혹은 거꾸로)

    (vi) 기능(function): 목표를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으로는 효과적이지 않아 보이는 현상이, 실제로는 효과적인 현상이다. (혹은 거꾸로)

    (vii) 가치평가(evaluation): 나쁜 현상처럼 보이는 것이 실제로는 좋은 현상이다. (혹은 거꾸로) 

    (vii)에 대한 코멘트: 가치평가적인 명제들은 사회 연구에서 흔하게 보이지만, 도덕적 중립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몇몇 이론가들은 그들의 가치평가를 명시적인 방식보다는 보다 암시적인 방식으로 드러내고자 한다. 도덕적 판단을 명시적으로는 유보하는 대신, 자신이 평가하고자 하는 대상을, 다른 대상—일반적으로 좋거나 나쁘다고 여겨지는—과 대조하여 평가를 은연중에 드러내는 것이다. 예: 『수용소Asylums』에서의 고프먼: 정신병원에 대한 도덕적 평가를, 정신병원이 사실은 포로 수용소concentration camp와 닮은 점이 상당히 많다는 점을 보여 줌으로써 넘김. (322) 

    

    아래는 다양한 현상의 관계와 관련지어, 흥미로운 명제를 만드는 방식.

    (viii) 상관(co-relation): 서로 관련이 없는 (독립적인) 것처럼 보이는 현상들이 사실은 상관이 있는 (상호 연관된) 현상이다. (혹은 그 반대)

    (ix) 공존(co-existence): 같이 존재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들이, 실제로는 같이 존재할 수 없는 현상이다. (혹은 그 반대) 

    (ix) 코멘트: ‘공존이 불가능해 보이는 현상이 실제로는 공존이 가능한 현상들이다’라는 명제는, 종종 인상적인 캐치프레이즈나 타이틀로 흥미를 끈다. 예컨대, “고독한 군중The Lonely Crowd”, “냉전The Cold War”, “풍요 속의 가난Poverty in the Midst of Plenty”은 모두, 생략법이 들어가 있지만 (ix)의 명제이다(324).

    (x) 공분산(co-variation): 양적 공분산의 관계가 있는 현상이, 사실은 음적 공분산의 관계가 있다. (혹은 그 반대) 

    (x) 코멘트: 흥미를 끌 수 있는, 다른 타입의 공분산 명제도 있다. 첫째로는 연속적인 공분산 관계에 있는 현상들이 사실은 이산적인(discrete)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는 양질 전화의 법칙을 논하는 마르크스주의적 개념에서 잘 드러난다. 둘째로는 선형적인 공분산의 관계 같은 현상이 실제로는 곡선적(curvilinear)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325)

    (xi) 반대(opposition): 비슷해 보이는 (거의 같은) 현상들이 사실은 정반대의 현상이다. (혹은 그 반대) 

    (xi) 코멘트: ‘상반되는 현상이 사실은 비슷하거나 거의 같은 현상이다’라는 명제는, 그것이 평가적 차원을 수반하였을 때 “변증법적 사고Dialectical Thinking”를 활용해 흥미로움을 만들어낼 수 있다. (325) 

    (xii) 인과(causation): 독립적이어 보이는 현상이 사실은 종속적인 현상이다. (혹은 그 반대). 반대의 예시로는 베버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이 있다. 


    흥미롭지 않은 이론은 사람들의 현상적 인식이 자리잡고 있는 지점(i.e. assumption-ground)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명제이다(327). 따라서 사회과학을 하는 것을 단순히 이론을 구축하고 반증하는 것만으로 이해한다면 흥미로운 연구를 진행하기 어렵다. 하지만 사회과학의 대가(‘stars’)들도 간혹 흥미롭지 않은 명제를 내놓을 수 있는데, 이는 이론이 말을 걸고 있는 행위자들이 단일하지 않고 분화되어 있기 때문이다(328). 이론의 청중은 “일반인(laymen)”과 “전문가(experts)”로 나눠질 수 있는데, 이러한 분화는 이론이 양자 모두에게 흥미롭게 받아들여지기 어렵게 한다(329). 그러나 이론의 독자들이 분화되어 있어도 종종 흥미로운 이론이 생산되는데, 추상화의 기술을 동원해 “컨센서스”를 만들어낼 수도 있으며, 이론의 주제에 대해 실용적 측면을 드러냄으로써 일반인들의 관심을 환기시킬 수도 있다(332-4). 


    사회에 대한 연구, 특히 사회학 연구에 자주 제기되는 비판은 그것이 따분하고 재미 없다는 것이다. 사회학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이론이 아니라 더 많은 ‘흥미로운’ 사회 이론이다”(337). 현상학은 단순히 감각적 수준에서 나타나는 것(appearances)에 대한 연구를 지칭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단순한(mere)’ 감각적 수준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인데, 왜냐하면 그것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보거나 가정하는 것을 넘어선 어떤 실재가 있다고도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헤겔과 후설에 의해 발전된 “현상학”이라는 용어에는 다른, 좀 더 큰 의미가 있다. 현상학은 단순히 그럴듯해 보이는 거짓된 현상(appearances)을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거짓된 현상으로부터 [주의를] 돌려 존재론적으로 진실인 것으로 향하는 ‘마음의 운동(movement of the mind)’ 과정 전체를 의미한다. 이러한 전체적 과정의 넓은 의미 속에서 사회학의 현상학Phenomenology of Sociology라는 것을 풀어내고자 했다.”(341-2) 

    사회학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전제를 명료화한 후 그것을 부정한다는 점에서, 현상학적인 과정 위에 정초되어 있다. 그러나 그러한 현상학적 과정은 역시 또한 사회학 위에 정초될 수 있는데, 왜냐하면 사회학적 이론이 향하고 있는 독자들의 집단들(segments)이 가지고 있는 가정(assumptions)은 사회 세계 속에서 다르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사회학적 이론이 재미있는지를 탐구하는 ‘흥미로운 것의 사회학The Sociology of the Interesting’=‘사회학의 현상학Phenomenoloy of Sociology’은, 현상학적 과정 자체가 시작되는 다양한 일상적 행위자 혹은 전문가 집단의 상식적 가정들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연구하는 ‘현상학의 사회학Sociology of Phenomenology’과 합쳐져야 할 것이다(3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