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binson (2016). “Intersectionality.” [상호교차성].
Robinson, Zandria F. 2016. “Intersectionality.” Pp. 477-499 in Handbook of Contemporary Sociological Theory, edited by S. Abrutyn. Springer.
요약
“교차성(intersectionality)”이라는 용어는 주로 흑인 여성들의 차별과 억압을 설명하기 위해 도입된 개념이다. 사회학은, 문학이나 여성학 같은 인접 학문보다는 느리지만 1980년대 이후 꾸준히 교차성 개념을 사회학 학술 장 안으로 통합시키고 제도화해 왔다. 그런데 교차성 개념은 학술 장만이 아닌 미디어와 활동가들에게, 주류 페미니즘의 맹점을 지적하고 흑인 여성들의 생생한 삶의 경험을 전달하려는 용도로도 많이 쓰여 왔다.
교차성 개념의 기원
미국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교차성이라는 단어만 쓰이지 않았을 뿐이지, 교차성의 기원이 되는 흑인 여성들의 경험은 자주 증언되어 왔다. 노예 흑인 여성들은 그들이 아이를 낳을 인적 자본인 동시에 집안일 등 재생산 노동을 하는 역할에 놓여 있음을 알고 있었다. 이것은 이들을 보호받아야 하는 여성도 아니고 단순한 노동자도 아닌 위치로 만드는 것이었다(479). 20세기 초의 국가적 여성 투표권 운동에서 흑인 여성들은 또다시 여성 문제와 흑인 문제 사이의 복잡한 공간을 발견하였고, 흑인 여성들은 그들의 고유한 단체를 만들고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480-81). 20세기 중반 이후, 흑인 민권 운동에서 여성과 교차성의 존재를 무시하는 것과 여성 해방 운동에서 백인 여성들이 중심이 되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하며 CRC(Combahee River Collective)라는 흑인 여성 활동가, 사상가들의 단체가 창립되었다. GM 모터스에서 흑인 여성이 젠더에 대한 그리고 노동자에 대한 차별에 반발한 운동도 이 때 일어났으며, 교차성이라는 단어를 만든 크렌쇼(Crenshaw)는 이를 억압의 네트워크의 교점에서 발생하는 여성들의 삶을 생생히 예시하는 사례로 분석하였다(481-82).
여성들의 운동, 삶의 증언 뿐만이 아니라 흑인 사회학자들도 교차성 사상의 기원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최근 안나 줄리아 쿠퍼(Anna Julia Cooper), 두 보이스(W.E.B. Du Bois), 웰스-버넷(Ida B. Wells-Barnett)이라는 세 사상가들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이중 19세기 후반 쿠퍼의 작업은 본격적으로 단행본 길이로 흑인 여성 삶만의 고유한 인식론적 프레임을 제시한다는 의미가 있다. 두 보이스의 작업은, 다른 두 여성보다는 계급과 구조의 문제에 천착했지만, 인종이 어떻게 경제적인 문제와 상호작용해 흑인에게 독특한 억압을 만들어내는지 보여 주었다. 웰스-버넷은 저널리스트였는데, 그녀의 작업은 당시로서는 방법론상의 혁신(내용 분석과 통계의 결합 사용)도 가지고 있었다. 또한 그녀는 흑인 남성과 여성에 대한 왜곡된 성적 담론을 해체하는 작업을 했고, 이런 방법은 이후 “복지 여왕(welfare queen)”과 같은 담론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데에도 쓰였다(483-85).
흑인 페미니스트들의 운동 역시 투표권, 민권 운동 이후 교차성 개념의 맥락에서 중요한 성명서, 저작 등을 발표해 왔다. 예컨대 좌파 운동가인 클라우디아 존스는 노동 운동이 가사 노동 역시 다루라고 요구했고, 많은 흑인 여성 운동가들은 민권 운동의 한복판에서 흑인 여성의 고유한 경험들이 백인 중산층 여성들의 민권 운동이나 사회주의자들의 운동 속에서 사라지는 것을 지적했다(485-86). 흑인 여성들은 그들이 겪는 고유한 인종과 여성에 대한 억압이 교차하는 데에서 나타나는 성적 폭력(가정 내 폭력 혹은 동의 없는/강제적인 불임화sterilization)에 대해서도 이론화했다(487-88). 그동안 흑인 여성의 고유한 경험을, 인종에 따른 차별과 계급에 따른 차별과 비슷한 것으로 인식하는 은유들은 많아 왔지만 1960년대와 1970년대를 거치며 그런 식의 이론화는, 권력의 구조 속의 위치 속에서 어떻게 억압이 작동하는지 좀 더 명료하게 표현할 이론적 언어가 요청됨에 따라 인기를 잃게 된다.
흑인 여성들의 조직화는 교차성 개념이 성장하는 데에 주요한 마중물이 되었고, 흑인 여성들의 액티비즘은 1980년대에 학계가 교차성 이론을 제도화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1980년대 교차성 이론이 확장되며 사회학과 인접 인문학에 있어 교차성을 연구하는 데에 인식론적, 방법론적으로 다른 관점도 드러나게 된다(491).
교차성의 여러 가지 접근으로는, 맥콜(McCall)이 다음과 같이 분류하는데[McCall, L. (2005). The complexity of intersectionality. Signs, 30(3), 1771–1800.], (1) 반-범주적 접근(차이의 수행에 방점); (2) 범주 내적 접근(카테고리 범주 내의 차이에 방점); (3) 범주 사이 접근(바운더리의 형성 자체가 어느 정도 헤게모니 구조에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감안)이 있다. 한편 교차성 접근이 사회학 내에서 제도화되면서, 사회학이 기존의 계층 연구에서 쓰이던 방법론에 교차성 개념을 통합시키며 교차성 이론의 복잡한 측면을 무시하게 된 경향도 있다(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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