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공동체벗, 『그런 자립은 없다』
[‘개별 학습 시간’] 이름만 보면 시간 사용자의 쓰임에 맞게 내용을 정할 수 없을 것 같은 인상을 주지만, 실제로 수업이 없는 시간이다. 이 시간에 청소년이 아무 것도 안 하고 있는 걸 못 견뎌 하는 교사들이 있다. 교사 문지혜는 이것을 “선생님 병”이라고 부른다. 교사는 20-30분이 지나도 하는 일이 없어 보이는 청소년에게 “책이라도 읽을래?”, “이거 해 보는 게 어때?” 하면서 ‘생산적인 일’을 하도록 재촉한다. 그러면 청소년은 어느새 교사가 없는 곳으로 도망가 있고, 싫어하는 반응을 보인다. … 그래서 ‘플랜비’는 청소년이 아무것도 안 하는 것처럼 보여도 “시시때때로 개입하지 않았다.” 자립하는 삶에서 자신의 시간 사용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은 중요한 연습이기 때문이다. (121)
어른들이 물어보면 미술로 먹고살 거라고 뻥치긴 했어요. 아무래도 학교 밖 청소년들은 뭐라도 하고 있다고 말해야 하거든요. “너는 일반 학교를 다니지 않으니까 뭘 할 거냐? 학교를 안 다니는 대신 뭘 하면서 살 거냐?” 하면 답할 게 딱 있어야 돼요. 아니면 학교를 나올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돼요. 없으면 되게 한심한 눈초리로 쳐다 봐요. (131)
그녀는 “나랏돈을 안 받는 곳”이라는 친구들의 소개말에 호기심을 느꼈다. 정해진 기상-취침-식사 시간, 허락 후 외박, 이미 짜인 공부 등 쉼터에 “빡센 규칙”이 있는 이유는 나랏돈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 쉼터에서는 자신의 삶이 “로봇처럼” 느껴졌다. (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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