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코닥은] 젊은 여성들에게 사진을 찍으라고 독려함으로써 사진의 주제가 새로워졌다. 사진이 성인들의, 특히 여성들의 유쾌한 순간들을 포착하게 된 것이다. 코닥은 젊은 여성들에게 소풍갈 때 코닥을 가져가서 꼭 대단한 장면이 아니더라도 그저 친구들과 재미있었던 때와 같은 개인적으로 특별했던 순간들을 담으라고 독려했다. 1903년의 한 광고는 “코닥 없는 휴가는 낭비된 휴가”라고 말했다. 즉흥적인 스냅사진들은 공식화되고 양식화된 사진을 찍는 전문가들로서는 잡아낼 수 없는 개인들의 진실한 순간들을 포착할 터였고, 이제 사람들은 더 이상 이상화되거나 정형화된 지위, 나이, 성 역할 등으로 환원되지 않을 것이었다. 그리고 개인의 ‘진정한 모습’은 여가나 휴식을 취하는 비공식적인 순간들에서 가장 잘 드러날 것이라고 여겨졌다. 이는 매우 흥미로운 경향을 보여주는데, 자기표현이라는 개념과 여가를 도덕적인 필수 사항(거의 의무 사항)으로 보는 개념을 담고 있는 것이다. (게리 크로스, 로버트 프록터 著, [우리를 중독시키는 것들에 대하여: 병, 캔, 상자에 담긴 쾌락], 김승진 譯, 동녘, 2016: 278쪽)

낸시 웨스트가 설명한 변화의 두 번째 측면은 자라나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고 싶다는 열망이었다. 아마도 이 열망을 가졌던 사람들은 1890년대에 카메라를 들고 낭만적인 휴가를 갔던, 그리고 1900년대에는 어머니가 된, ‘해방된’ 깁슨걸들이었을 것이다. 이들은 전문 사진가에게 죽은 아이를 찍어 달라고 하는 대신, 직접 행복하고 활기 넘치는 아이의 모습을 스냅사진에 담았다. 어린 시절을 예찬하는 이 새로운 경향은 천사 같은 아기라든가 가엾은 부랑아 아이 등과 같은 옛 이미지를 몰아내고 ‘귀여운 아이’의 컬트를 가져왔다. 이 시기에는 즐거워하고 즐거움을 주는 아이의 모습을 담은 이미지가 부상했다. 영아사망률이 낮아지면서 부모들이 아이의 생존 가능성을 염려하지 않게 된 것도 이런 현상에 기여했다. 귀여움을 담은 이런 사진들을 통해서, 성인들도 행복과 쾌락에 대한 자신들의 욕망을 ‘경이로운’ 아이의 모습에 투사했다. (279)

빅토리아인들이 시간의 공포에 대항하기 위한 성채로 “영원한” 이미지를 사진에 사용했다면, 코닥은 변화의 공포를 새로운 방식으로 완화시켰다. 코닥은 “시의성 있는” 이미지를 사진으로 포착해서 그 이미지가 “시간을 초월하게” 만들었다. 포착된 이미지는 동결된 상징이라기보다는 즐거운 순간이었다. 빅토리아 시대의 사진이 보편성의 상징세계인 내세와 교신하는 것을 이상으로 삼았다면, 이제 새로운 시대의 이상은 즐거움과 사랑이 넘치는 특정한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었다. 이는 현대 특유의 두 가지 가치로 드러났는데, 하나는 데이트의 낭만적 감각이었고 다른 하나는 아이들의 경이로운 순수함이었다. ‘코닥하기[사진찍기]’도 초창기의 사진이나 초상화 그림과 마찬가지로 괴로운 기억들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행복한 장면들만이 사진에 담길 것이었다. 사진은 죽음을 무시하기 위한, 혹은 죽음을 초월하고 부인하기 위한 정교한 노력의 일부가 되었다. 점점 더 탈종교적으로 변해가던 세계에서, 사진은 많은 이들에게 일종의 안식을 제공했다. (282-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