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터스(Tortoise)

2020. 5. 3. 00:13

1. 노동요라는 말이 유행이다. 유튜브에서 세서미스트리트 엘모가 핵폭발 풍경을 바라보는 배경으로 케이팝 음악 비트를 빠르게 섞어 놓은 노동요라는 이름의 곡이 히트를 쳐서 그런 모양인 것 같다. 일할 때에 그런 비트가 빠른 음악들을 듣는 걸 노동요 듣는다고 하는데 수험공부 하는 사람들도 자기들 공부할 때 듣는 노래를 노동요라고 하는 것 같다. (공부는 노동일까?) 

 

2. 나에게 있어 최근 공부할 때 자주 듣는 '노동요'는 토터스가 될 것 같다. 그런데 앞의 엘모 핵폭탄 배경의 KPOP 노동요와는 조금 결이 다른 이유에서 공부하며 듣게 된다. 공부를 할 각오가 안 서고 힘이 안 날 때 나는 주로 디스코를 들으며 일을 착수하는 것 같고, 토터스는 보통 차분함이 필요할 때 듣는다. 이 밴드의 곡을 들으면 지루함은 덜해지면서도 마음의 안정이 찾아온다. 아마 곡 구성이 반복적이며, 기타와 베이스에 과한 이펙트가 걸려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곡의 짜임새가 정교할 뿐더러 특히 주의 깊게 듣는다면 베이스라인 연주가 굉장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재미가 없는 심심한 음악이라 할 수도 없다. 공부에 집중하기 전 에너지를 약간 북돋워 주는 역할을 하면서도 일에 집중하다 보면 배경음악에 그치는 그런 양면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3. 물론 공부할 때 집중 용도로 배경음악처럼 듣는다는 것이고, 시간을 내서 음악감상을 할 때에는 진지하게 듣는데, 그 토터스의 미니멀리즘이 다른 비교되는 밴드들에 비해 토터스를 더욱 좋아하게 되는 이유가 되는 것 같다. 토터스를 처음 들은 계기는 포스트록을 좋아하는 친구에게 소개받은 것인데 언제인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무튼 그 때 흔히 포스트록으로 불리우는 일군의 밴드에 관해 나는 시규어 로스밖에 알지 못했으나 토터스와 같이 갓스피드유 블랙 엠퍼러, 모과이 등 밴드도 같이 소개받았다. 개중에 아직까지 듣는 밴드는 토터스 정도다. 모과이는 좀 덜한 것 같지만 다른 밴드들은 너무 곡 구성이 드라마틱하다. 기타나 키보드 솔로가 너무 웅장하거나 스트링을 지나치게 많이 쓰고 구성과 멜로디 측면에서 과하게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부분이 많아서 정신사납다는 인상을 받는다. 감상주의적으로 음악을 듣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갓스피드 유 블랙 엠퍼러 같은 밴드 식의 감상주의는 좋아하지 않는다.

 

4. 특히 첫 세 앨범의 곡들이 베이스 라인이 예술이다. 베이스와 관련해 1집에서는 마지막 트랙인 Cornpone Brunch를 제일 좋아한다. 

 

5. 많은 곡들에서 키보드 등의 전자악기나 약한 오버드라이브를 먹은 기타는 리듬섹션을 보조하는 식으로 그치는데, 2집의 곡 Djed의 앞 15분 부분까지를 그 리듬에 충실한 메인 악기들이 어떻게 드럼 등의 역할을 대체하고 곡의 리듬 및 흐름을 반전시키는지와 관련해 열심히 들어보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