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을 잘 듣지 않게 되었지만 그래도 자주 듣는 장르가 있다면 바로 일렉트릭 블루스다. 주로 라이브 음원을 찾아 듣게 되는데 라이브가 아니면 파워풀하고도 쫀득한 기타 솔로잉이 베이스, 드럼, 그리고 (때때로) 오르간 및 하모니카와 어우러지는 잼의 진수를 느끼기 어렵다는 데에 그 이유가 있다. 나는 음악을 얌전히(?) 감상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고 자주 듣는 음악 장르도 공연장에서 몸을 흔들 필요는 없는 것들로 맞춰져 있는 편인데 그러면서도 종종 음악만이 줄 수 있는 육체적 고조와 흥분을 느끼고 싶을 때가 있고 그럴 때에는 블루스를 듣는다.(아마 재즈 즉흥연주보다는 블루스 록 쪽에 좀 더 본능적 친근감을 느끼는 이유는 어렸을 때 록을 즐겨 듣고 기타 연주를 했던 데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온몸의 감각을 쫑긋 집중한 채로 정말로 연주에 ‘몰입’할 수 있는 때가 블루스를 들을 때였음을 처음 안 때는 2015년 말 운 좋게 갔던 EBS 공감 하헌진 씨 공연 때였던 것 같다. 하헌진의 곡들은 중고등학생 때부터 유튜브를 통해 접해서 종종 듣고 그랬는데, 나는 그때 하헌진 씨를 그저 단촐하고 소박한 구성의 블루스를 하는 싱어송라이터인줄만 알았지만(당시는 대중음악의 역사도 잘 몰랐고 델타 블루스라는 것도 잘 몰랐다) 그 공연 말미에는 로다운30의 윤병주(기타), 김락건(베이스), 최병준(드럼)에 키보드는 윤석철이 참여한다는 엄청난 공연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공연을 봤을 때 실제로 전기를 맞은 듯했고 그냥 줄창 들어왔던 록 밴드 구성 공연일 뿐인데도 ‘이건 정말 엄청나다’는 것만을 느꼈다. 내가 그동안 음악 감상이 줄 수 있는 기쁨의 반쪽 부분만을 누려 왔다는 생각도 했고. 나는 연주 완성도나 레코딩의 수준 등 이유로 되도록이면 스튜디오 레코딩된 음반을 즐기는 게 좋지 않나 하는 주의였긴 했는데 그 라이브를 듣고 나서 현장에서 체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음악이 있다는 것을 몸소 실감하게 되었다. 

최근 하헌진 씨의 밴드 편성(기타, 베이스, 하모니카) 앨범이 나와서 반가운 마음에 앨범은 물론이고 에전 라이브 영상들도 좀 찾아보고 있다. 개중에서 특히 유튜브에 게재된 EBS 공감의 ‘카드빚 블루스’ 영상은 귀한 것 같다.

https://youtu.be/CbZWjERpeM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