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hex Twin, 『Selected Ambient Works 2』
2020. 6. 22. 19:16
(2020. 06. 22.)
- 내일은 로스쿨 첫 시험. 가본 적도 없는 강의실에서 1학기 기말고사 시험을 치른다. 이제 5학기 남았다. (1/6)
- 최근에는 공부 집중이 너무 안 되어서 나름대로 집중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궁리해 보았다. 특별히 차도는 없었지만. 그 중에 하나가 에이펙스 트윈을 듣는 것이다. 뭔가 집중이 될까 싶어서 들어 보았다.
- Aphex Twin은 고등학생 때 처음 들었다. 고2 때인가. 어디서 접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어쩌다가 듣게 되었고 내가 아는 음악 중에 그나마 조용하게 집중하는 데에 도움될 수 있는 음악이 에이펙스 트윈의 초기 앨범밖에 없어서 듣게 되었다.
(리처드 D. James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에이펙스 트윈은 페이크 모션을 취하며 데뷔했다. 1992년 발매된 『85~92년도의 정선된 앰비언트 작업물들(Selected Ambient Works 85-92)』이라는 그의 데뷔 앨범의 타이틀을 보건대 이 앨범은 마치 신인에게 기대하기 어려운 것인 베스트 콜렉션 같았던 것이다. 2년 후의 앨범도 비슷한 꾀를 계속 썼다. 20개 남짓의 트랙들(나라마다, 포맷마다 정확한 트랙 개수는 다 다르다) 중 어떤 것도(“Blue Calx”라는 제목의 트랙을 제외하고는) 이전에 발매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Selected Ambient Works Vol. 2』는 전작(前作)보다 다음의 결정적인 측면에서 더욱 솔직해졌다고 할 수 있다. 에이펙스 트윈의 데뷔 앨범이 대개 여린 테크노 및 브레이크비트 하우스를 보여주었다면, 『Selected Ambient Works Vol. 2』는, 브라이언 이노가 16년 전 이룩했던 것처럼, 앰비언트 뮤직의 가장 순수한 정수, 비트가 없고(beatless), 신비롭고, 태양 광선처럼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그 느낌에 모든 신경을 집중시켰다.
언제나 수수께끼 같은 그이지만, 제임스[에이펙스 트윈]는 이 앨범[SAW 2]을 루시드 드림을 꾸면서 작업했다고 한다. 말하자면 기본적으로는 반의식적(半意識的) 상태에서 음악을 만드는 것인데, 수록곡들의 안개끼고(hazy) 내세를 지향하는 것 같은 톤을 감안하면 믿기 어려운 것은 아니다. 튠이 나간 신디사이저들은 녹아내리는 풍경(風磬)처럼 쨍그랑거린다. 무언의 목소리는 시들은 꽃처럼 자장가와 한숨 사이 어딘가에서 푹 꺼진다. 90년대 말의 에이펙스 트윈의 앨범들이 갖는 순진한 특성은 으스스한 멜랑콜리로 자신을 드러낸다. 사람이 아주 아주 오랫동안 살지 않은 거미줄 낀 집의 다락방의 유령이 사는 인형집을 암시하면서. 파티가 끝난 방들(chillout rooms)의 사운드트랙을 채웠던 대부분의 동시대 앰비언트 뮤직과는 다르게, 『Selected Ambient Works Vol. 2』는 키치적이거나, 이국적이거나, 미래주의적인 판타지들이나, 아니면 사실상 어느 종류의 공통된 경험(communal experience)들에는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이 앨범은 어떤 종류의 인간적 접촉과는 거리가 먼, 우주에서 유영하는 느낌을 주는 프라이빗 뮤직인 것이다. 그러나 그 냉기(chilliness), 그 고립의 감각, 바로 그 불가지성이야말로 수십 년간 팬들을 사로잡은 것들인 것이다.
(애플뮤직의 Editor의 글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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