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nhalgh, Trisha and Wessely, Simon. 2004. “‘Health for Me’: A Sociocultural Analysis of Healthism in the Middle Class.” British Medical Bulletin 69: 197–213. 요약 


본 논문은 이른바 헬시즘(healthism; 건강제일주의. 건강, 피트니스를 최고로 여기는 삶의 방식 혹은 그런 생각들)을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검토한다. 헬시즘은 중산층만의 전유물인가? 만일 그렇다면 이유는 무엇인가? 헬시즘의 원인은 무엇일까? 헬시즘과 관련된 담론은 어떻게 변화했는가? 따위의 질문을 다룬다. 

헬시즘이란 무엇인가?(What is healthism?)

헬시즘은 소비자주의(consumerism)과 깊은 관련이 있다. 소비자주의에는 여러 뜻이 있지만 “과시적 소비”(베블런이 제시한)로서의 소비자주의가 “개인들의 행동 패턴 그리고 잠재적인 공공 건강의 문제”로서의 헬시즘과 상통할 것이다.

헬시즘의 인구학적, 행동 및 태도 상의 특징 (표1)
- 정보에 잘 접근할 수 있으며(information-rich) 대학 교육을 받았고, 보통 젊거나 중년층 
- 인권이나 환자의 권리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목소리를 내는 경향이 있음 
- 긍정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함. 예: 술을 마시지 않고, 정기적 운동을 하는 등. 
- 대체약물, 인삼, 보충제 따위를 복용함. 이런 약물들의 특징은 ‘자연적’이며 ‘전체론적’(holistic) 특징이 있다는 것. 그리고 다이어트를 통해 ‘독소를 빼는detox’ 행위를 함. 
- 자연적이지 않은 물질에 반감이 있음(화학물질, 백신, 약물). 특히 그런 것들이 사회적 이슈가 됐을 때(GM 식품, 집단예방접종, 환경오염). 
- 몸에 침투할 가능성이 있는 보이지 않은 작은 위협들에 대해 공포를 가지고 있음—이것이 광우병, 첨가물에 대한 공포로 이어짐. 
- 과학/의학을 안전함보다는 위험함과 연결시킴. 
- 주로 공적 영역이 아닌 사적 영역(private sector)에서 높은 수준의 소비자로서의 선택을 함(excercises a high degree of consumer choice).

작가들은 이런 헬시즘이 가져올 효과들을 우려하고 있다. 예컨대 공중위생상 우선순위를 왜곡시킬 수 있다거나, 미디어를 통해 건강에 대한 공포를 증폭시킬 가능성이 있다거나, 의료 전문진들의 기를 꺾어놓는다거나. 그러나 이런 것들에 대한 연구나 저술은 많았지만 이 사회문화적 현상의 본질 및 성격(nature)이 어떠한가는 거의 연구되지 않았다. 
 
아래는 비평적 픽션(critical fiction) 기법으로 쓴 헬시즘의 예시들이다. 

사례 1) 테일러-브라운의 아말감 이[齒] 충전재 

테일러-브라운 부부는 아이가 없는 30대 중반의 부부이다. 남편이 어느 날 GP(영국의 주치의)에게 2주가 된 힘빠짐, 머리 어지러움, 그리고 “피에 흐르는 어떤 후끈거림” 증상을 호소했다. 그는 인터넷에서 뽑은 자료를 의사에게 보여주면서 이게 아말감에 있는 수은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사보험에 보험료를 청구할 수 있도록 의사에게 사인(의사 소견)을 요구했다. GP가 파악해보니 수은 충전재에 별 결함이 없다는 것을 알았고, 굳이 출처와 신뢰가 불분명한 인터넷 자료를 토대로 소견을 내는 것이 불필요한 절차라고 생각해 언짢았다. 그래서 사인하지 않았다. 그래서 테일러-브라운 부부의 항의를 받았다.

사례 2) 리버의 면역예방접종

리버는 6주가 된 아기이다. 그들의 부부는 아이를 수중분만했고, 부부는 모두 채식주의자(비건)이다. 의사가 아이에게 표준 예방접종을 권했다. 그러자 아내가 거부했다. 아내는 신문 기사 오린 것을 보여줬는데, 그 내용은 돈 문제 때문에 ‘안전하지 않은’ 백신 처방을 홍보하고 촉진시키는 의사들을 폭로하는 것이었다. 그러고는 의사에게 아기가 잘 크고 있는데 굳이 자연적이지 않은 화학물질을 처방하면 안 되겠다고 했고, 아이의 면역을 위해 대체약품을 처방하겠다고 했다.

사례 3) 매들린의 body aches

매들린은 50대 이혼한 여성이다. 그녀는 아이를 키울 때 스트레스 때문에 수면제를 복용했다가 중독이 왔었다. 지금은 어찌어찌 극복했고, 복합비타민제를 복용하며 호르몬 재생요법을 위한 식물성 에스트로겐도 복용하고 있다. 그녀는 10년 전 가슴확대수술을 받았고 지방흡입을 했다. 그녀는 사설 체육관 멤버고, 거기서 인공 침대에서 선탠을 하고 필라테스를 한다. 
그녀는 GP에게 목과 어깨의 통증, 그리고 수면장애를 호소했다. GP는 그것이 어깨 쪽 근육이랑 어깨 조인트의 구속 때문이라고 했다. 그녀는 실리콘 가슴확대 수술 때문에 섬유근종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고 의사에게 말했다. 그녀는 GP에게,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소견을 써달라고 부탁했다.

헬시즘의 기원: “이렇게 좋은 것을 경험해본 적 없을 걸요!” 

헬시즘의 역사적, 인구학적 기원 (표2)
- 사망률을 급감시키고 수명을 늘린, 20세기 중후반의, 건강 테크놀로지의 진보. 
- 헬스케어 기구(예: WHO)의 야심찬 ‘강령’—이는 건강을 “질병의 부재”로만 정의하지 않고, “전체적인 몸, 사회적, 정신적 웰빙”으로 정의했다. 
- 출산율의 감소, 이로 인한 레저 시간의 증가와, 수입income의 증가—돈과 시간이 충분한 인구집단을 만들었다. 
- 60-70년대의 좌파운동, 반권위운동, 시민권운동, 그리고 8-90년대의 자유시장 우파이데올로기의 결합으로 인한 소비자주의 운동의 부상
- 성찰성과 자아인식(self-awareness)를 중시하는 서구에서의 전반적 경향(소위 ‘개인숭배cult of the individual’) 이는, 자잘한 몸의 질환이나 기형에 대한 높은 수준의 염려와 자아성취의 기대를 불러왔다.
- 헬스 토픽에 대한 거대 미디어의 깊은 관심, 그리고 널리 퍼진 헬스의 상업화. 이는 건강에 대해 우리가 안전하지 못하다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 먹거리선택, 레저활동, 감정의 변화, 삶의 이벤트에 대한 대응과 같은, 모든 측면에서의 일상생활에 대한 치료의 진전

하버드 정신과의사 Barsky의 책에 따르면, 미국의 역학조사와 심리측정 설문을 리뷰해보니 지난 30년간 미국 국민들의 전체적 건강수준은 매우 향상됐으나, personal health에 대한 만족감은 줄어들었다고 한다. 

맥마이클과 비글홀에 따르면, 헬시즘 추세는 경제적 세계화 때문에 크게 비롯됐다고 한다. 임금차이의 악화, 노동시장의 유동성, 세계화에 따른 환경파괴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난과 관련된 질병이 영속화되고 있다. 한편 세계화와 미디어의 발달로 부유층에게는 건강, 몸 이미지,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기대와 인식이 커지고 있다. 

헬시즘의 역학: 이것은 중산층에게만 국한된 것인가?  

헬시즘의 특징과 행동양태는 계급과 관련이 매우 깊다. 하지만 헬시즘과 관련 있는 질병 자체는 계급에 국한되지 않는다. 예컨대 ‘여피 플루’라는 신조어가 한때 널리 퍼졌는데, 이것은 장기간 일하고 스트레스받고 심한 의무감에 시달리는 전문직들에게 나타나는 힘빠짐을 일컫는 신조어다. 그런데 경험적 조사 결과 이는 중상류층 전문직(즉 여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사실 그런 증상은 ethnic minorities나 경제적 하류층에게 더 흔했다. 왜 그런 게 중산층만의 병으로 인식됐냐면, 소수자·하류층들은 의료서비스에 접근하기가 힘들고, 그들의 증상을 표현하기 위해 ‘만성 피로나 류머티즘’ 같은 전문용어를 잘 쓰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중산층들은 정보접근권도 풍부하고, 자신의 증세를 전문용어로 풀어내고, 의료서비스 접근도 잘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중산층의 질병들이 부각된다는 것. health literacy.) 

헬시즘의 행위자(agent): 성찰적이고, 합리적이고, 자아실현하는(actualizing) 자아(self)

저자들은 매슬로(Maslow)의 욕구 이론을 도입해 헬시즘의 행위자를 설명하고자 한다.

알다시피 매슬로의 욕구 이론의 단계는 이렇다. “생리학적 욕구 -> 안전의 욕구 -> 사랑의 욕구 -> 자존심(esteem)에의 욕구 (e.g. 명성, 인정 따위) -> 자아실현에의 욕구”

매슬로 욕구 이론에서는 아래에서부터 단계별 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 즉 기초적인 생리학적 욕구(먹고 자는 것)가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는 사랑이나 자존심의 욕구를 느끼지는 않는다. 매슬로 욕구 이론에서 “자아실현의 경험은 더욱더 자아실현에 대한 욕망을 부추긴다.” 또한 매슬로는,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인간은 두 가지 심화된 욕구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1) 탐구enquiry와 표현의 자유 (2) 알고 이해하려는 욕구. 

매슬로 모델은 (1) 왜 헬시즘이 중산층에 국한된 현상인지 (2) 왜 개인들이 열정을 가지고 완벽한 건강(perfect health)라는 목적을 추구하는지 (3) 왜 정보와 설명의 제공이 만족을 주지 못하는지 (4) 왜 정신의 만족과 몸의 미학적 완벽에의 탐구가 자기 스스로 계속될 수 있는지 말해준다. 

합리적이고 성찰적인 자아(즉 계산적인 태도를 갖추어 자기계발에 참여하고, 그리고 전문지식에 대해 의심적인skeptical 자아)는 후기 근대성의 발명품이다. Deborah Lupton은 이러한 개념에 입각해 질적 인터뷰를 수행했다. 그녀의 논문은 합리적이고 성찰적인 자아 개념에 근거를 제공하나, 현실에서 헬시즘의 ‘pure form’은 잘 존재하지 않고 사람들은 맥락에 따라 ‘수동적인 환자’의 포지션을 자주 취한다. 따라서 스테레오타입화를 경계해야 한다. 

또한 lay expert(‘내가 해봐서 아는데’ 투의 민간 전문가. 전문적 경력을 쌓은 사람은 아닌, 일반인.)에 의해 의사의 획일적이었던 역할이 바뀌어 가고 있다. (논문에서는 이를 현상학적 자아phenomenological self라고 하는데, 아마 lay expert들의 영향이 개인 인식의 주관성에 깊이 근거하기 때문에 그런 듯해요.) lay expert들은 현대의 건강 지형에서 중요한 행위자를 맡고 있다. 그들은 그들의 경험이 ‘진짜’이기 때문에 신뢰받고, 혹은 NGO와 함께했을 때 더욱 신뢰받는다. 

헬시즘과 권력

특히 의사-환자 관계에서 권력은 사회학의 주요 테마가 되어 왔다. 1950년대 초 파슨스는 상당히 고전적인 서술을 제시했다. 아픈 사람은 수동적이고 돌봄받는 것으로 그려진다. 아픈 개인은 특정 종류의 특권(일에서 면제된다든가)을 누리는 동시에, 의사를 신뢰하고 치료에 순응할 의무를 진다. 의사는 전문직의 영역에서의 특권을 가지고 있으나 환자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고 의사로서의 관행을 따라야 한다는 의무가 있다. 이러한 고전적인 이미지는 지금까지도 존속하나, empowerment, enablement, 환자의 선택권, 환자 중심성patient-centredness, 파트너십, 상호성과 호혜성, 장애인권 활동가, 환자 중심 압력집단과 같은 현대적 개념과는 어색하게 존재하고 있다. 

푸코에게 클리닉(치료)는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병원)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푸코에게 클리닉은, 특정한 장소(병원) 안에서 행해지는 의료와 그 관행을 뒷받침하는 관념과 의미체계를 가리킨다. 

Nick Jewson은, 18세기에서 후기 19세기까지 의사-환자 관계의 전환을 ‘소비자-상인’에서 ‘추상적이고 가부장적·온정적paternalistic 관계’로의 전환으로 본다. 이는 의료서비스 정책이 점점 제도화되었기 때문이다. 현대의 헬시즘은 환자의 요구의 귀환으로 볼 수 있다. 

Eliot Mishler는 푸코의 이론을 재해석했다. 그는 진료실에 들어갈 때의 물리적 환경 셋팅이, 환자의 아픔 묘사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했다. 왜냐하면 진료실은 전문가의 공간이며, 그 공간 안에서 의사와 환자의 권력 불균형 때문에 이야기의 주제 또한 전문가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진료실에서의 상담에서, 보통 질문을 묻고 상담을 끝내는 것은 의사이지 환자가 아니다. 

Patient Empowerment는 의료 서비스 담론과 정부정책의 인기있는 테마이다. 실제로, 무작위대조시험들이 왜 페이션트 임파워먼트가 건강 상태를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데에 중요한지 증명한 바 있다. 임파워먼트라는 개념은, 환자가 의사에게 질문을 묻거나 정보를 구하거나 의사 결정을 공유하는(share decision making) 등의 활동을 하기를 분명하게 격려받는다는 긍정적인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하지만 위의 사례들(critical fictions)이 보여주듯이 patient empowerment의 어두운 면, 즉 empowerment가 평등, 공정, 시민권 따위의 개념보다 자신의 건강을 중요시하는 개인들의 무리한 요구가 될 수 있다는 측면이 존재한다. 

/ 또한, 전문적 치료에 대해 부유한 자와 가난한 자 (혹은 information rich와 information poor)의 차이gap를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 patient empowerment의 부정적 파생효과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논문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