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 Nederveen Pieterse. 2001. Development Theory, pp. 18-25. London: Sage.


본 텍스트는 진화론부터 발전론까지 그에 관한 담론이 어떻게 서구의 패권에 의해 형성되고, 지식과 권력이 어떻게 복잡하게 서로 얽혀 있는지를 다룬다. “서구 전통의 시작에서부터, 간문화적 비교는 역사의 개념과 상호작용했다.”(18) 이를테면 아리스토텔레스는 가정된 성장과 발전의 유형을 만들어 비교를 진행했으며 당대의 미개인들을 한때 그리스인이 발전 과정에서 그러했던 단계로 상정함으로써 현재까지 이어지는 진화론-근대화론-발전론의 서구-비서구 이분법적 도상의 원형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비교문화 분석은 중립적이었던 적이 전혀 없다.”(18-9) 빅토리아 시대의 인류학은 그 당시 영국 제국 담론의 일부를 이루었다. “비교방법은 진화론의 하인으로 기능했다.”(19) 허버트 스펜서가 주도해 펴낸 «기술사회학»(Descriptive Sociology)이 좋은 예인데, 이 책은 당시에 수집할 수 있는 모든 경험적 자료를 동원해 현존하는 혹은 절멸한 사회의 사회적 사실들을 모아내고자 했다. 그러나 김덕영은 이것이 엄밀한 의미에서 비교사회학 방법론은 아니라고 하는데, 왜냐하면 스펜서가 경험적 자료들로부터 귀납적 추리를 얻어내기보다는 이미 자신이 상정한 사회의 발전 일반이론을 예증하는 수단으로만 사용했기 때문이다(김덕영, «사회의 사회학», 길, 2016, 118-23). 스펜서의 사례는 자신이 미리 상정한 진화론적 사회이론을 증명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비교사회학 방법론을 사용한 것이지만, 이외에도 스펜서가 당대에 사용 가능했던 식민지나 비서구 지역의 견문록, 탐험록 따위의 기록들이 외부의 타자들을 분류하고 더욱 잘 통치하기 위한 영국 제국의 인식관심에 부합했다는 점을 따져볼 때 지식과 권력의 이중주(二重奏)가 더욱 잘 드러나는 듯하다. 
    빅토리아 시대의 인류학이 영국 제국의 담론이라면, 근대화 이론은 미국 패권의 담론이다. 근대화 이론의 맥락에서 근대성modernity은 한번 변화를 겪는데, 20세기에 이르러 근대성이라는 단어는 진보improvement나 효율성 따위와 동일어가 된다. 여기서 봉건제는 유럽적 맥락에서는 근대로의 중간 단계나 선도자를 의미하나 미국적 시각에서는 일반적으로 퇴보를 의미하게 된다. 이는 북미 지역과 유럽 지역의 상이한 근대화 과정에 기인한다(21). 근대화 이론에서 변화는 언제나 진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근대화가 내재적이며 필연적이라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근대화 이론은 진화론과 다르다. 따라서 근대화라는 열차에 오르기 위해 선진국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다(22). 여기서 미국식 근대화론이 “기독교적 메타포”와 결합하게 된다. 
    사회과학에서 발전에 대한 담론은 발전주의냐 아니면 그 대안이냐에 대한 것이 아니라 어떤 발전주의에 대한 것이냐가 주가 되어왔다. 이를테면 고전적 맑시즘이 제시한 경직된 사적 유물론의 발전단계 및 결정론은 서구 맑시즘에서는 거부되나 그람시는 여전히 급진적 근대화론의 형식을 따르고 있다(23). 
    1968년 이후 미국의 패권이 줄어들고, 파슨스류 사회학에 대한 비판이 커져가며 근대화론은 그 매력을 잃어갔다. 키워드는 발전development가 되었는데, 담론은 경제적이고 자민족중심적인 개념에 한해 축소되었다. 발전 담론은 이전 시기의 사회변동에 관한 담론보다 좀 더 중립적이어 보인다. 그러나 근대화론이 18세기의 정치적 합리주의에 절어 있듯이 발전론은 19세기의 경제적 합리주의에 절어 있으며, UN의 선진국highly developed, 중진국, 후진국least developed 구분은 또한 진화론의 발전단계에 상응한다(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