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 (1956)

2019. 7. 22. 08:25

7월 17일 한국영상자료원 관람. 

 

이른 봄 (早春). 두 번째 보는 오즈 야스지로 영화. 

오즈의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 인생과 계절의 순환에 대해 많이들 이야기하는 것 같다. 중요한가? 그럴 수도 있겠지 싶다. 그런데 「이른 봄」에서 내가 보았던 것은 공간적 분절이다. 도시와 시골. 도시를 움직이는 이들은 샐러리맨인데, 영화에는 샐러리맨의 비애에 대한 대사들이 자주 나온다. 주인공인 스기야마의 친구이자 회사 동기였던 이는 병을 앓고 있는데, 그는 도쿄 역 인근 회사에 대한 막연했던 동경을 자주 이야기한다. 스기야마의 회사가 위치한 빌딩의 쇼트가 자주 등장한다. 장식이 거의 배제된 모더니즘 양식의 건물을 찍은 쇼트는 때때로 섬짓하다. 스기야마가 전근가기 전 친구는 죽는다.

주인공 스기야마는 불륜에 대해 참회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 스기야마는 영화에서 제일 수동적인 인물이다. 불륜을 하는 용기는 어디서 났을까? 전근을 순순히 수락하는 것은 샐러리맨의 운명을 그가 받아들임과 동시에 도피를 한다는 의미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아내가 뒤늦게 오카야마에 도착한 이후 그가 사과했다는 것이 드러난다. 갈등은 임시방편으로나마 봉합된 것처럼 보인다. 그들의 미래는 밝을까?

그들은 오카야마의 방에서 시골의 굴뚝과 기차를 바라본다. 그 기차는 그날 도쿄로 가는 마지막 기차라고 한다. 카메라는 천천히 기차의 움직임을 수평적으로 좇는다. 전철을 기다리는 동료들을 조감(鳥瞰)으로 차갑게 찍었던 이전의 쇼트들과는 대비된다.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이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