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페이스북 등의 소셜 미디어 사용을 중단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면 자기통제력을 갖기 어려워지고, 민주사회에서 좋은 시민으로 성장하기 어려워지는데, 문제는 소셜 미디어 기업들이 이러한 악영향을 어느 정도 의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관해 한국어로 접근할 수 있는 좋은 글은 재런 러니어의 [지금 당장 당신의 SNS 계정을 삭제해야 할 10가지 이유]이다. 아래의 글에서 이 글에 대해 요약정리했다. joonynlp.tistory.com/352

 

재런 러니어, 『지금 당장 당신의 SNS 계정을 삭제해야 할 10가지 이유』.

재런 러니어, 『지금 당장 당신의 SNS 계정을 삭제해야 할 10가지 이유』, 신동숙 옮김, 글항아리, 2019. 제목 그대로의 내용을 담고 있는 책. 그런데 10가지 이유라고 한다면 각 ��

joonynlp.tistory.com

그런데 아무래도 글만 읽어서 SNS를 끊기는 쉽지는 않다. 나 역시도 저 책을 읽고 나서 바로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정리하지는 못했다. 지금은 둘 다 완전히 삭제했지만. 그런 점에서 소셜 미디어 사용을 중단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다큐멘터리는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는 '소셜 딜레마'(2020)이다. 소셜 딜레마는 다큐멘터리와 픽션 중간에 걸쳐 진행이 되는데,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들이 끼치는 문제점에 대해 전문가들이(페이스북이나 핀터레스트, 트위터 등에서 일했던 기획자들이 주로 나오는데, 재런 러니어 그리고 [대량살상수학무기]의 저자 캐시 오닐도 나온다]) 전형적인 다큐멘터리의 연출 방식 속에서 진술하는 한편 SNS에 중독된 가상의 한 고등학생이 소셜 네트워크 때문에 어떻게 나쁜 삶을 살아가는지가 다뤄진다. 

 

대부분의 내용들은 위의 재런 러니어 책에서 접할 수 있는 이야기들인데, 이 다큐멘터리의 미덕은 소셜 미디어가 우리의 정신을 탈취하는 한 국면을 영상으로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는 점에 있다. 그 점에서만 해도 이 다큐멘터리는 소기의 성취를 이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가 공짜라는 것에 그다지 의구심을 가지지 않는다. 물론, 공짜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반대급부(=광고를 보는 것)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모두 광고에 취약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광고는 성가시지만 그냥 보지 않으면 우리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 그런 무생물적인 것으로 인식된다. 그런데 실제로 그렇지 않다. 우리는 무료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대가를 단지 광고를 보는 방식으로만 급부하지 않는다. 아래에서 부연하겠지만, 우리가 돈을 내지 않는다는 것은 곧 우리가 소셜 미디어 서비스 제공 기업 측에 있어 일종의 상품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재런 러니어의 말). 즉,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과정은, 동등한 주체인 페이스북과 내가, 페이스북은 무료로 소셜 네트워킹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우리는 그에 대해 우리의 개인정보 몇 가지나 광고를 봐 주는 것을 대가로 지급한다는 식의 '평등한 계약 모델'과는 상당히 떨어져 있다.

 

비유하자면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차라리 우리의 사적 공간을 침입하는 불쾌한 외판원에 가까운데, 소셜 미디어 서비스는 우리의 정신을 적극적으로 노예화한다는 점에서(자극적인 표현이지만) 외판원보다 더 나쁘다. 그리고 현실 세계에서 외판원들은 사적인 주거라든지 평온한 생활을 할 이익 정도를 침해하는 것에 불과하지만,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우리가 공론장에서 다른 시민들과 의견을 교환하고 정치적 활동에 참여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개인적 숙고와 의견 형성이 일어날 수 있는 사적(private) 공간을 침식하고 파괴한다. 자기만의 방이 있어도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중독되면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개인이 되기 어려워진다. 아무튼 그들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의 자율성을 파괴하고 있다.

 

우리는 어떤 계기로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무료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다. 일단 서비스에 가입해 이용하면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소셜 미디어 회사들은 사회학과 심리학의 빛나는 성과를 차용한 여러 가지 알고리즘을 사용해, 우리로 하여금 소셜 미디어 서비스에 더 머물게 하고, 우리의 정보를 수집하며 우리가 어떠한 정보나 광고에 더 취약할지를 평가한다. 그리고 그 가공된 정보들은 광고회사들이나, (음모론 같지만) 실체를 모르는 어둠의 정치적 그룹(캠브리지 애널리티카 같은)에 팔려 나간다. 실상을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그들의 수익 모델은 사실 우리에게 어떤 컨텐츠를 끊임없이 들이민다기보다는 유혹받기 쉬운 우리의 정신적 자원을 몰래 탈취한 뒤에 그것을 광고주들에게 팔아 넘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개인적 시간과 정신을 탈취당하고, 또 그것들은 어딘가로 밀수되고 있는 셈이다. 음모론 같지만 실상이 이렇다.

 

우리는 우리가 주체적으로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것이고, 단지 과도하게 이용한다 하더라도 이건 우리의 주의력과 의지력이 약간 불충분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직관적으로 이해하기는 약간 어려운, 미묘한 사기(詐欺)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 점을 '소셜 딜레마'는 시각적으로 충분히 스트레이트하게 설명한다. 추천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공녀 (2017)  (0) 2020.08.10
주전장 (2018) 리뷰  (2) 2019.07.26
이른 봄 (1956)  (0) 2019.07.22
세계의 끝 여자친구: AKIRA 감상  (2) 2019.07.15
토니 타키타니 (2004)  (0) 2019.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