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런 러니어, 『지금 당장 당신의 SNS 계정을 삭제해야 할 10가지 이유』.
재런 러니어, 『지금 당장 당신의 SNS 계정을 삭제해야 할 10가지 이유』, 신동숙 옮김, 글항아리, 2019.
제목 그대로의 내용을 담고 있는 책. 그런데 10가지 이유라고 한다면 각 장(章)들 별로 독립적으로 읽을 수 있을 것 같지만 내용은 연속적이다. 따라서, 내용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독자는 관심 있는 장부터 읽지 말고 그냥 처음부터 이 책을 읽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이것이 저자의 문제인지는 모르겠는데 중간중간 내용 이해가 쉽지 않다. 재런 러니어는 실리콘 밸리의 구루라는데 아무튼 원래 글쓰기 스타일이 이런지 좀 횡설수설하고(각 장의 논점을 감잡기가 쉽지 않다. 특히 7장이 그렇다), 소셜 미디어 알고리즘의 문제를 지적할 때 그것의 작동 원리를 다시 보충 설명하며 예시를 드는 것이 아니어서 페이지가 잘 넘어가지 않는다. 읽을 생각이 있는 사람들은 참고하기 바람.
아래는 요약.
소셜 미디어가 일으키는 문제의 핵심은 그것이 행동 수정을 유도한다는 것이다(논점 1). 소셜 미디어의 알고리즘에는 적응성이 있어서, 알고리즘은 사용자들이 더 잘 반응하는 내용을 보여 주거나 하기 위해 스스로 끊임없이 변화한다. 이런 알고리즘은 중독을 일으키는데, 왜냐하면 알고리즘은 “뇌를 마음대로 조종하는 데 가장 효과가 큰 매개변수를 찾아 나”서기 때문이다(31쪽). 보통 긍정적인 감정보다는 부정적인 감정(“두려움, 적대감, 불안, 분노, 혐오, 질투, 조롱하고 싶은 욕구”, 34쪽)이 사용자들의 관심을 끌고 행동을 수정하기에 효과적이기 때문에 페이스북 같은 회사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소셜 미디어 알고리즘은 보통 부정적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내용을 띄우는 식으로 메커니즘이 변화하기 마련이라 한다.
저자는 이런 행동 수정을 유도하는 알고리즘을 이용하는 서비스를 정리해 “버머Bummer”라고 부른다(논점 2). 버머는 Behaviors of Users Modified, and Made into an Empire for Rent의 약자이다. 버머의 작동에는 다음 여섯 가지 메커니즘이 있다: (A) Attention acquisition 즉 관심 얻기. 소셜 미디어 환경에서 평범한 이들이 얻을 수 있는 보상은 관심이다. 버머는 “관심 종자 근성을 유도”한다(55). (B). Butting into everyone’s lives. 모든 이들의 삶에 끼어들기. 버머는 스마트 기기로 사람들의 데이터를 스스로 혹은 앞서 말한 관심 유도를 활용해 수집한다. (C) Cramming content down your throat. 콘텐츠를 당신의 목구멍에 쑤셔넣기. 알고리즘은 각 개인에 맞춘 콘텐츠를 제공한다(=개인화). (D) Directing behaviours in the sneakiest way possible. 행동을 교묘하게 유도하기. 앞의 메커니즘들이 통합되어, 행동 수정의 장치를 구성한다. “사용자의 관심과 집중을 유도하는 데 최적화된 맞춤형 피드가 각 사용자들에게 전달되는데, 이런 맞춤형 피드는 감정에 강력한 자극을 주는 것이 많아서 중독을 유발한다”(57쪽). 사람들이 중독되면 버머는 행동을 수정하기 더 용이해진다. 예: 누군가 온라인에서 특정 종류의 글을 볼 때마다 슬퍼진다면, 알고리즘은 비슷한 글들을 제공해 그런 유형을 더 보게 한다. 이런 결과들이 통계적으로 누적되면 다음에서 설명할 것처럼 광고주 등이 자신의 이익을 얻는 데에 버머를 활용할 수 있다. (E) Earning money from letting the worst people secretly screw with everyone else. 최악의 놈들이 다른 이들을 조종하는 걸 내버려두며 돈을 벌기. 대표적인 것이 2016 미국 대선 당시의 페이스북이다. (F) Fake mobs and faker society. 가짜 군중과 가짜 사회. 행동 수정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버머에는 가짜 사용자들이 많다(예: bot).
(이 부분은 다음 가디언 기사에 거의 그대로 실려 있다. https://www.theguardian.com/technology/2018/may/27/jaron-lanier-six-reasons-why-social-media-is-a-bummer)
저자가 일부러 외우기 쉽도록 특성을 A부터 E까지 적어 놓았는데, 사실 핵심적인 특성은 D와 E이다.
소셜 미디어(버머)는 사람들을 군중심리에 더욱 취약하게 만듦으로써 관심 등의 단순한 심리적 보상만을 좇는 “꼴통”이 되게 한다(논점 3). 소셜 미디어의 가짜 계정들(F)은 진실을 훼손한다(논점 4). 가짜 여성 계정으로 사이트를 홍보하고 회원제 가입을 유도한 애슐리 매디슨이 대표적이다. 소셜 미디어의 가짜 계정들이 가짜 뉴스를 만들어 증폭시킨 뒤 이런 것들이 폭스 뉴스 같은 편파적 주류 미디어에 등장해 ‘진실’이 되는 것 역시 버머의 폐해이다(97-98쪽). 소셜 미디어는 맥락이 삭제된 일화들이 왜곡되어 널리 퍼지기 좋은 환경이다(논점 5). 버머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싶어 하는 성향을 원료 삼아 작동하고 또 불쾌한 감정이나 자극적인 내용들을 더욱 잘 퍼뜨리게 만드는 알고리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언론 등 매체 역시 버머의 알고리즘에 맞춰 의도적으로 자극적이고 단편적인 일화만 부각된 기사를 퍼뜨리기 쉽다(110쪽).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논점 5에 잘 어울리는 사례는 인터넷 언론 ‘인사이트’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글 중에서 제일 흥미로웠던 통찰은 다음과 같다. 버머의 개인화 기능(C)은 “공적인 공간이라는 차원”을 사라지게 한다(논점 6). 무슨 말이냐면 이렇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경험의 기반을 공유하”는데, “동호회에 들고,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고, 예배나 미사 같은 종교 의식에 참석하는” 것이 그 예이다(123쪽). 그런데 개인화 기능은 경험의 공유를 어렵게 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받아들이고 공감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쉽다. “사람들이 모두 다른 자기만의 세상을 보고 있을 때는 서로 간의 이런 역할의 의미가 없어진다. 버머 플랫폼을 벗어나서 실제 현실을 자각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다.”(122쪽)
사람들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하면서 종종 더 우울해짐을 느낀다(논점 7). 버머의 전략은 “사용자들의 참여 최대화를 목표로 시스템이 자동 조절되”게끔 하는 것이므로, “분명 사람들을 기분 나쁘게 만들 방법을 찾으려 들 가능성”이 클 것이다(136쪽). 그런데 문제는 단순히 안 좋은 감정을 느끼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렇게 사용자들을 유도한 버머는 사용자들의 이용 데이터를 수집해 특정 범주로 분류하고, 그 분류된 사람들에 대한 알고리즘을 만들어 그것을 광고주들에 팔아 먹는다. 그런 알고리즘이라 함은 “가령 어떤 광고, 어떤 뉴스, 가족들에게 받는 소식에 섞여 나오는 어떤 귀여운 고양이 사진이 우리에게 특정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가장 높은가를 가늠하는 것이다”(143쪽).
이런 버머의 수익 창출 전략은 논점 9(소셜미디어는 정치를 무력화한다)로 연결된다. 소셜 미디어, 버머는 민주주의의 기반을 침식시키는데 사례를 들어 설명하는 게 제일 편할 듯하다. 바로 최근의 Black Lives Matter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인데, 이 슬로건은 생기고 나서 소셜 미디어를 타고 널리 전파되었다. 처음에는 흑인 인권 운동이 힘을 얻는 듯했다. 그러나 소셜 미디어 상에서 흑인 인권 운동 관련 콘텐츠에 반응하는 사용자들의 데이터가 수집되고 처리되었다. “무엇이 이들을 짜증나게 만드는가? 어떤 사소한 대상, 일화, 동영상 등이 이들을 버머에 묶어 두는가?” “그러는 동안에 자연스럽게 흑인 운동이 얼마나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약 올리고 여타 인구 집단들을 경악시키는 능력이 있는가가 조사됐다. 다른 인구 집단들도 마찬가지로 알고리즘의 분석 대상이었다. 그러면서 알고리즘은 예전 같으면 서로 연결되어 집단적인 힘을 갖기 힘들었을 잠재적인 백인 우월주의자들과 인종차별주의자 계층을 맹목적, 기계적으로 찾아 모았는데, 처음에는 그저 수익을 얻기 위해 자동적으로 시작한 활동이었다. 그런데 이 일은 버머[가] 흑인 운동가들을 구조화하고 이들을 도발의 수단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알고리즘으로 계산한 바탕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188쪽). 요점은 소셜 미디어의 알고리즘이, (수익을 얻기 위해) 흑인 인권 운동이 자극적으로 다가올 대상에게 관련 내용을 퍼뜨리거나, 혹은 광고주의 목적에 따라 특정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예: 힐러리 클린턴을 찍지 않게 하기 위해) 흑인 인권 운동의 몇몇 자극적인 순간을 유포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흑인 인권 운동은 지난 미국 대선 당시 러시아에 의해 이용되었는데, 트위터의 저명한 흑인 인권 운동가가 사실 러시아에서 정보전을 위해 만든 가짜 계정이었던 것이다(190쪽).
앨런 래니어는 대안으로 돈을 내는 구독형 서비스를 제안한다(논점 8). 사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 미디어가 무료로 운영이 되어야 한다는 사상적 기반은 ‘사이버히피’들이 추구하는 자유지상주의적 가치와 소프트웨어 무료 공개 운동이었는데(152쪽), 어쨌든 소프트웨어는 무료로 제공되어야 하지만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기업가가 돈을 벌어야 한다는 자가당착은(156쪽) 이용자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행동을 수정하는 수단인 버머의 탄생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벗어날 방법은 “검색이나 소셜미디어 같은 서비스가 직접 수익을 내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사용자들이 매달 약간의 사용료를 지불하는 대신 포스트나 동영상, 그 밖의 유용한 컨텐츠를 많이 올려서 기여할 경우 사용자들도 약간의 돈을 벌 수 있다. 현 시스템에서처럼 인기 있는 극소수 사용자들만 돈을 버는 게 아니라 대단히 많은 사람들이 돈을 벌게 될 것이다”(159쪽). 이런 제안은 버머 기업(구글, 페이스북)의 서비스 생태계 속에서 활동하면서도 대부분의 이용자가 자신이 기여한 데이터에 대해 전혀 대가를 받지 못하는 문제를 역시 지적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소셜 미디어(social media)=SNS인데 번역을 할 때 아무래도 용어를 통일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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