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슈 레이놀즈, 『번역』.
매슈 레이놀즈, 『번역』, 이재만 옮김, 교유서가, 2017.
옥스포드 VSI 중 하나. 번역학… 을 다룬다기보다는 그냥 번역 실무? 일반인들이 번역에 대해 흔히 생각하는 것들을 다룸. 책은 번역이 무엇인지를 정의한다는 것부터가 어렵다는 데에서 시작한다.
재밌는 부분만 잠시 옮겨 본다.
“번역이 문학에 위협이 된다는 말이 가끔 들린다. (그런 주장에 따르면) 지구화된 세계에서 우리는 번역문으로 읽는 데 익숙해질 것이고, 저자들은 자기 저술이 더 쉽게 번역될 수 있도록 쓰는 법을 배울 것이다. 그리고 문체 면에서 번역문은 결코 원문만큼 생생하지 못할 것이므로, 그 결과로 언어적·상상적 가능성이 점차 말라갈 것이다.
분명 번역문은 대개 원문보다 단조롭다. 때로는 번역자가 그리 훌륭한 문장가가 아니고, 때로는 번역의 언어상 난제가 너무 버겁다. 그러나 번역되는 과정에서 성장하는, 새로운 복잡성과 힘을 기르는 작품들로 이루어진 번역문학—‘translaterature’라고 불러야 할까?—도 있다.” (196쪽)
-> 돌아보건대 나도 나름대로 독서가라고 생각했지만 이문구나 김소진의 소설을 읽는 것은 버겁다. 잘 쓰이지 않는 한국어, 특히 고유어 표현이 낯설기 때문일 것이다. 번역문의 표현의 가능성? 섣불리 논하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어휘의 측면에서 번역문은 다소 제한적인 표현을 쓰게 되는 것 같다. 아쉽긴 한데… 뭐 어쩔 수 없다. 난 한국어 화자고 번역 문학을 읽으며 자랐으니까… (근데 사실 표현의 폭 면에서 따지자면 90년대 이후 작가들이 이전 작가들보다 덜 이채로운 표현을 활용하는 것 같다는 심증을 가지고 있다. 잘썼다 못썼다 하는 얘기가 아니라…) 엘리트가 썼다고 느껴질 만한 한국어 문장을 읽고 싶다.
저자는 문장에 서명을 남길 수 있지만 번역가는 그렇기 힘들기 때문에 그런 거겠지.
“그렇지만 기업 보고서는 번역 메모리와, 어쩌면 다른 컴퓨터화된 자료들과 협업하는 인간이 번역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그 번역자는 일부는 인간이고 일부는 기계인 사이보그 번역자인 셈이다. 요즘 전문 번역가들은 거의 언제나 이런 식으로 작업한다.”(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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