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식·다카하시 데쓰야, 『책임에 대하여』, 한승동 옮김, 돌베개, 2019.

- 책 표지가 너무 난삽하다. 

 

110-111 박유하 화해론 비판

서경식: “… 원리 원칙상 어디까지나 국가는 피해자의 요구를 대변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지 그 역은 아닙니다. 국가 간의 외교적·정치적인 화해를 위해 피해자가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박[유하] 씨의 주장에는 그 점에 대한 인식이 결여되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화해는 본래 가해국 정부와 피해국 정부 간의 화해와는 차원이 다르고, 국가 간의 화해가 곧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화해는 아닙니다.”

 

152-153

우치다 다쓰루의 적당주의 (とほほ主義)

“최근 ‘일본 리버럴파’가 널리 공유하는 감각을 정직하게 토로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정의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의 ‘아픔’에 대해서는 왜 상상해주지 않느냐는 것이지요.” 

 

=> 책에 소개된 우치다 다쓰루의 인용글은 가장 조잡한 형태의 냉소주의 같다.

“자신의 책임을 돌아보고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호소하는” 목소리를 ‘재판관’의 ‘심문’으로 치환하는 비약(152)은 문제가 있다.

 

최근에 시사인에서 일본 극우파 관련해 우치다 다쓰루의 코멘트를 실었는데 적어도 그 인터뷰에 한해서는 생각보다 정말로 영양가가 없는 이야기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https://news.v.daum.net/v/20190729203911329

 

 

217

서경식: “‘근대의 초극超克’에서 전개된 것과 같은 레토릭은 유럽에 대항하면서 일본 독자의 보편주의를 찾으려 했고 결국 자국 중심주의에 함몰되어 버렸다고 할 수 있겠는데, 오늘날에는 그들의 주장이 이미 극복된, 해결이 끝난 것이라고 생각해도 좋을까요. 아시아 대 유럽처럼,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이기도 한 이중성이 교토학파의 발상 속에 존재했고, …”

218-219

서경식: “포스트모던적인 지식인들조차 서구적 보편주의에 대한, 일면으로는 정당성이 있어 보이는 반감이나 위화감을 품고 있는데, 그것이 일본적 보편주의의 정당화라는 방향으로 기능 중인 것은 아닙니까.” 

 

=> 이와 관련해서는 이매진 출판사에서 나온 『태평양전쟁의 사상』을 참고할 수 있을 듯. (교토학파 학자들의 대담이 실려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