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 『골목의 전쟁: 소비시장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스마트북스, 2017.

학술서가 아닌 대중 상대로 쓴 경제서, 실용서는 처음 읽어보는 것 같다. 

1, 2장의 자영업 실패와 몇몇 먹거리아이템 붐의 사이클 내용은 크게 새로운 것은 없었다. 다만 이후의 내용들—예컨대 ‘원가’에 대한 일반적 통념이나, IMF 이후 자영업자가 크게 늘었다는 주장 등—이, 장사를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으로서는 몰랐던 통념들을 깨주는 것들이어서 재밌었다. 통독하면 주로 먹거리 관련 소비시장이 이런 식으로 움직이겠거니 하고 알기 쉽다. 

기억에 남는 구절: “지금도 소비문화가 많이 발달하지 못한 편이지만, 과거에는 지금보다 더 뒤처져 있었다.”(129) 

흥미롭고 새로 알게 되어 좋았던 부분 몇 개를 적어 본다.

 

58ff. ‘그 많던 연어 무한리필점은 어디로 갔을까’ 

  • 2015년 때에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으로 인해 유럽연합이 러시아에 무역제재를 가했다 한다. 그래서 노르웨이산 연어의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고 한다. 

  • 연어무한리필집은 “소비 문제가 아니라 공급 문제 때문에”(63쪽) 사라진 것.

  • 그런데 가맹점 내고 자영업 하기 전에, 파는 상품의 속성이라든지 업계 근황 같은 것을 안 알아보나? 하긴 경제지를 구독하거나 주위에 업계 사정에 정통한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소식을 접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77ff. ‘성공이라는 결과가 성공의 원인’

  • 장사를 안 해보면 알기 어려운 것: 인과관계가 ‘상품 회전율이 빠르다 -> 신선도를 좋게 유지할 수 있다’로 움직이는 것. “식음료 사업에서 ‘신선도’와 ‘품질’은 성공의 요인이 아니라 결과이다”(79쪽). 

  • 인맥 때문에, 기자(記者) 출신이 오픈하는 가게가 유리할 수 있다 한다. 

 

83ff. ‘아이템 만능주의의 함정’ 

  • “소비자들의 안목이 그것[훌륭한 아이템]을 알아볼 수준에 이르렀는가가 문제이다.”(84) 책 이후에도 인용되는 말이지만, ‘소비자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내는 것은 우리의 역할이 아니다.’ 스티브 잡스의 말. 

  • 소비자의 ‘안목’, ‘욕구’를 파악하고 따라가는 길이 있고, 다른 길이 있다. 후자를 지젝은 주인의 방식이라고 불렀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78838.html

 

104ff.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문 원가의 개념’ 

  • ‘재료비’ 역시 가변적인 것이다. “원가는 …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사후 개념에 가깝다는 점이다. 원가는 회계적 개념이다.” 커피가 1000잔 팔릴 것을 기대해 원두를 그만큼 볶았지만 수요가 예상에 못미쳐 폐기처분한다면, 원가는 그만큼 올라가게 된다(105쪽). 

 

114ff. ‘우리나라는 왜 식료품이 비쌀까’

  • 주변 농업경제학 전공한 친구 이야기를 들어보면, 잘은 모르지만 한국이 농업생산성이 낮다고 한탄한다. 실제로 그런 것 같다.

  • 통념 하나: 한국 농산물의 유통마진이 높다는 것. 하지만 미국의 경우 73%, 일본의 경우 55%, 대만이 60%라 한다.(116쪽) (일본의 경우, 유통 기술이 좋기 때문에 유통비용이 높을 것 같기도 한데, 국토 자체가 아주 넓지 않고 또 철도, 도로 인프라가 잘 깔려 있기 때문에 미국만큼 높은 것은 아닌 건가? 잘 모르겠다.) 

 

167ff. ‘골목은 어떻게 상가로 변할까?’

  • 단독주택, 다세대주택을 상가로 바꾸기 편한 이유: 용도변경, 개조가 쉽다. 아파트는 그러기 힘들다(168쪽). 

  • 낡은 주택 지역은, 거주민 구매력 높지 않고 임대료가 싸다. (167)

 

“소비의 중심이 이면도로와 골목으로 옮”겨 가면 “대로변은 가치가 떨어”질까? 그렇지 않다. “건물 규모가 대형화되고, 유동 인구도 이면도로 쪽의 상권이 발달할수록 더욱 늘어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대로변에 입점할 수 있는 사업들은 큰 규모와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대기업 계열의 사업이 입점할 수밖에 없는 요인이 된다. … 매출 단가가 낮고 고려사항이 많은 요식업보다는 유통업이 우선된다.”(183-84)

 

강남역이 흔한 상점으로 가득한 이유: 임대료가 비싸기 때문에,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기 어렵다(186). 

강남역 임대료가 엄청남에도 음식점이 유지되는 이유: 주변에 배후지, 대체지가 없다; 교통의 요지이다(186). => 그래서 강남역은 예외적인 곳(188). 

“다른 대부분의 상권들은 강남역만큼의 희소성과 독보적인 입지를 갖고 있지 못하다. 그래서 상권과 건물이 가진 내재가치보다 임대료를 더 높게 올릴 경우, 그 지역을 중심지로 만들었던 상점들이 주변의 저렴한 곳으로 옮겨가고 빈 자리로 남아 침체로 이어지게 된다.”(188) 

=> 의문: 그런데 ‘내재가치’라는 것은 어떻게 분석될 수 있지? 이 역시 사후적으로 확인되는 가치 아닌가? (=어떤 지역의 임대료가 크게 올랐을 때 상권이 몰락한다면, 그 때에야 비로소 해당 임대료가 해당 지역에 걸맞지 않았음을 파악하게 된다.) 

 

젠트리피케이션: 임대인과 중개인의 이해 일치/이해 상충(206-211쪽) 

  • (단기적) 이해 일치: 부동산 중개업자가 ‘뜰 동네’라고 정보를 부풀려 비싸게 건물 매매 => 투자자는 수익률 위해 임대료를 올림

    • 여기서 중개인은 중개수수료([월 임차료*100+보증금]*요율)를 높게 받기 위해 보통 임대료를 높게 부름. (계약 갱신을 많이 해야 하는 유인 역시 있음.) 

  • 장기적 이해 상충: 높은 임대료 받기 위해 종종 리모델링, 재건축 해 임대료 높이게 독려; 임대료가 떨어지지 않는 ‘하방 경직성’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임대료 과도하게 올라 상점들 이탈시 낮추기 어려움. (타개책: 주변 상권 임대료가 가파르게 올라, 상대적으로 볼 때 해당 상권의 임대료가 낮아 보여야 하는데 이런 경우는 신촌-홍대 말고는 드물다.) -> 상권 자체가 임대료가 높기에 수익 극대화 쪽으로 움직이므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어려울 가능성 높음. 

 

  • => 생각: 위 책은 부동산 중개업자와 임차인의 이해관계를 설명하고 있는데, ‘잠재력이 없지만 업자들이 띄우는 동네’에 적용되는 설명이 아닌가 싶음. 이른바 ‘문화적 젠트리피케이션’, 즉 임대료가 싼 부도심 등 낙후지역에 소상공인이나 문화예술인이 들어와 niche를 형성한 후, 동네의 가치가 높아지면 이들이 거주하기 어렵고 쫓겨나게 되는 메커니즘에서 보자면 중개인의 역할은 어떨까? 

 

212ff. ‘상권 황폐화와 권리금’

  • 권리금이 왜 생겼는지를 뜯어보면, 어떻게 제도가 형성되는지의 한 경로를 볼 수 있어서 흥미로운 것 같다. 장기적으로 볼 때 상권의 이익에 기여하기 어려운 비합리적인 관행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제도화되고 그 정당성이 법제도를 통해 승인받는 형태. 

  • 2014년 개정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권리금을 다음과 같이 구분한다고 함: ‘바닥권리금’(=장소에 대한 권리금), ‘영업권리금’(=영업 노하우에 관한 것), ‘시설권리금’, ‘이익권리금’(=사실상 허가권). (213-14쪽)

  • 선진국의 보호정책: 임대차보호를 장기간, 임대료 인상 제한, 퇴거료 제도. / 한국의 경우, 건물주 재산권 보호 우선시하는 임대차제도 때문에, 임차인들이 권리금 형식으로 퇴거에 대한 보상을 받는 관행이 생긴 것. (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