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2 때 독서감상문으로 쓴 글… 




이 책은 한윤형이라는 사람이 이곳저곳 매체에 기고한 글들을 모아 놓은 책이다. 한윤형은 83년생이고, 10대 후반에 안티조선 운동에 참가하며 이른바 '인터넷 논객'으로 이름을 알렸다. 현재는 미디어스에서 기자로 활동하는 중이다.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저자가 겪거나 보고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가벼운 에세이다. 물론 저자의 직업이 직업이니만큼, 일상적인 주제를 사회적인 큰 문제와 엮는 글들이 많다. 2부와 3부는 좀 더 무겁고 직접적인 사회적 이야기들―'88만원 세대'로 대표되는 20대 세대론, 청년실업 및 노동 문제, 20대 멘토 담론, 20대 '잉여 세대'를 위한정치는 가능할지―이 주를 이룬다. 1부는 가볍게 보통 에세이처럼 읽을만 하고, 2·3부는 현 20대 담론과 관련지어 좀 더 진중하게 읽을 가치가 있다.

대한민국은 광복 이후 전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급속 성장(정치경제적 측면에서든, 문화적 측면에서든)을 한 나라다. 1부의 글들은, 이러한 고속 성장을 한 사회의 틈바구니 속에서 각박하게 살아가는 현재 청춘들의 수기 같았다. 한국의 거의 모든 세대가 그렇겠지만, 10대-20대는 물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보아 다른 세대들과 꽤 단절적인, 외로운 세대다. 문화적으로 살펴보면 60년대 생 아래부터는 상당히 전체주의적이고 공동체적인 사회 아래서 자랐고 역시 그러한 사고방식을 형성했다. 반면 70년대 생 위부터는 (사회는 여전히 전체주의적인 면이 있으나) 비교적 자유적이고 개인적인 사고를 형성하며 자랐다. 물적 조건으로 본다면 차이는 좀 더 심하다. 60년대 생은 한국 사회에서 유례없는 경제 호황기를 누렸고 부동산을 바탕으로 어느정도 부를 축적했지만 80년대 이후의 세대는 이른바 '88만원 세대'로 불리며 한국 사회에서 유례없는 취업난을 겪고 있다. 어떻게 보면 세대간의 소통이 잘 안되는 우리 사회는 당연한 것이다. 

다만 저자는 지금의 세대론의 한계도 지적한다. 한윤형이 보기에 '88만 원 세대론'을 수용한 자들은 원래 88만 원만 버는 청년들이 아니었다.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사회에 적응하며 살아 왔는데도 88만 원을 벌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진 젊은이들'이었다. 요컨대 88만원 세대를 필두로 한 현재의 세대론이 간과하고 있는 계급적인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조선일보에서 미는 'G세대' 같은 괴상한 세대론은 담론 자체가 다분히 작위적인 것이고. 현 20대에 대한 저자, 20대 당사자 본인의 통찰과, 기존 세대론(88만원 세대 등)의 한계를 지적하는 저자의 사유가 돋보이는 책이다. 



아래는 인용.

"내가 남들보다 조금 다른 것들을 읽고, 조금 다른 것들을 생각하고, 조금 다른 것들을 쓴다는 이유로 가지게 되는 자의식은 처연하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가 사회로부터 받은 소외감을 같은 질량의 우월 의식으로 바꾸어놓기 대문이다. 그런 우월 의식을 지니게 될수록 소외감은 더 커지고 그렇게 생긴 소외감은 다시 우월 의식으로 변한다. (중략) 가령 그들은 아르바이트를 할 때도 완벽한 화장을 하고 킬힐을 신은 채 출근하는 여성을 경멸할 것이다. '나는 다르다'는 자의식을 가진 이들은 자신이 사회적인 요구로부터 자유롭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기 대문이다. 하지만 화장한 그녀들이 훨씬 긴박한 삶을 살고 있고, 역시 실존적인 고민을 하고 있으며, 어떤 종류의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한다는 사실을 전혀 알려 하지 않는다."
p.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