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문명의 화산 위에서 살아가기: 위험사회의 윤곽 

제1장 부의 분배논리와 위험의 분배논리 

- 서구 사회는 이중의 과정을 겪고 있다. 분배의 갈등은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위험은 사회적으로 생산되고 있다. “부를 분배하는 사회의 사회적 지위와 갈등은 위험을 분배하는 사회의 그것들과 결합되기 시작한다.”(54) 
- 위험은 물론 근대의 발명품은 아니다. 콜럼버스는 위험을 감수했다. 하지만 그것은 개인적인 위험이자 용맹과 모험을 뜻하는 것이며, 반면 핵 문제는 지구적 위난이다. 
* 19세기의 더러운 도시의 위험과 현재의 위험의 차이: 당시의 위험은 명확히 감지 가능. 현재의 위험은, 대량생산의 산업화가 낳은 것이며 지구화가 전개되며 강화된다. 

- 기존 근대 사회에서 위험을 관리하고 산출하기 위한 장치들: 사고, 보험, 의료적 예방조치 등(56). 그러나 현대의 위험은, 보증될 수 없음(e.g. 原發). 베버적 합리화 개념이 더 이상 포착할 수 없는 것. 

- 위험에 대한 울리히 벡의 테제: 1) 위험은, 눈에 보이지 않고 과학적 방법에서만 탐구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정의되고 구성될 소지를 많이 지니고 있다; 2) 사회적 위험집단이 생겨나며, 환경오염의 경우 국가들 사이에서도 위험이 불평등하게 분배된다; 3) 위험은 거대한 사업거리이다; 4) 위험에 의해서든 단지 영향받을 뿐이고, 위험은 지식으로 다뤄지기 때문에 “위험사회의 정치적 잠재력”은 지식사회학적으로 분석돼야 한다; 5) 위험사회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파국의 정치적 잠재력이다. 


과학적 정의와 오염인자의 분배

- 위험에 대해서는 사회적, 문화적 의미를 꼭 물어야 한다. 생물학적 고통과 사회적 고통은 다르다. 동일한 오염인자는 연령, 성, 교육 등에 따라 아주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 「환경문제전문가회의」의 보고서의 예 
- 범주의 오류(62-3)


근대화 위험의 지식 의존성에 관하여 

- 부 위험은 모두 분배의 대상; 계급지위와 위험지위 구성
- 그러나 부와 달리 위험은 “[사회적] 논쟁의 원리”에 의해 중개: 왜냐하면 위험은 과학적 측정을 매개로 하기 때문. 

- 남극에서 DDT가 과다 축적된 펭귄의 사례: 1) 위험은 지리적으로 보편적이고 2) 위험이 미치는 경로는 매우 예측하기 어렵다. 따라서 위험에는 인과해석이 필연적이다. 
- 위험은 수학적, 과학적으로 예측 추산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것을 믿어야만 한다. 
- 위험에는 사회 구성원들의 수용(acceptance)의 문제 역시 중요하다. 

- 과학적 합리성과 사회적 합리성: “양자는 서로의 능력범위를 넘어서서 이야기한다. 사회운동은 위험 기술자들이 전혀 답하지 않은 문제를 제기한다. 기술자들은 실제로 질문한 요점과 대중이 우려하고 있는 문제점을 놓친 답변을 제시한다.”(68) 
* 69쪽의 경구는 칸트를 빌린 것 (내용 없는 사고는 공허하며,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다.) 

- 위험의 긴급성과 존재 여부는 다양한 가치와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는다. 
- 한편 위험의 인과, 잠재적 효과, 실제적 효과에 대한 탐구는 무한에 가까운 대안적 설명들을 낳는다. (위험의 과잉생산)
* 69쪽의 ‘공공선’: common good의 오역으로 생각됨 

- “고도로 분화된 노동분업에 따라 사회는 일반적으로 복잡해지며, 이 복잡성에 의해 일반적으로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게 된다.”(72) * 여기서 체계 개념이 무엇인지 아직 파악하기 어렵지만 하버마스를 연상시키게 함. 

- “위험은 본질적으로 미래의 구성요소를 표현한다.”(73) 
- 잠재된 부수효과: 위험이 사회적 인지과정을 거치지 않고 드러날 수 있다. 이 경우 “[결국 드러난] 위험은 그 누구도 결과를 보지 못했으며 원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의해 정당화될 수 있다.”(74) 


계급-특수적 위험 / 문명의 위험의 지구화 

- 물론 위험은 불평등하게 분배될 수 있다. 부는 상층부에 축적되지만 위험은 하층부에 축적된다. 또한 위험에 대한 대응은, 교육이나 직업 수준 별로 모두 다르다.
- 하지만 이는 “위험분배 논리의 핵심”을 공격하지는 않는다(76). 근대화 위험이 확장되며 사회적 차이, 한계는 상대화된다. 이 점에서 위험은 새로운 정치력을 갖게 된다. “이런 점에서 위험사회는 정확히 계급사회가 아니다.”(77) 
* 77쪽의 ‘위험의 지수적 성장’은 ‘기하급수적 성장’으로 바꿔 읽을 수 있음.

- ‘위험의 지구화 경향’: 위험의 종말론이 확산되면 사회적, 정치적 분위기는 시계추처럼 이리저리 흔들릴 수 있다. 
“피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비판적 거리를 확보하고 유지한다는 것이 도대체 가능할 수 있는가? 피할 수 없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사람들은 비판적 거리를 포기하고, 경멸이나 냉소로써, 무관심이나 환호로써 불가피한 것을 향해 도피하게 되지 않을까?”(85) 

- 위험의 부메랑 효과; 보이지 않았던 이차효과가 그 원인인 생산의 본거지 자체를 위험하게 하는 일차 효과가 되는 경우(다시 말해, 잠재적 부수효과가 효과의 본거지를 공격하는 경우. 79쪽) 이로 인해 위험의 가해자와 피해자는 동일해진다(80). 

- 생태적 공공수용(expropriation; 징발) e.g. 원발사고로 토지가 황폐화되는 경우 
- 자연을 착취할 수 있는가, 과학적 합리성이 올바른가 따위의 논쟁은 계급갈등보다는 중세의 교리투쟁을 닮았다(83). 

- 위험이 제3국으로 이전되는 것에 대한 상세한 설명 e.g. 파리시 촌, 보팔 시. 85-89. 


두 개의 시기, 두 개의 문화 / 세계사회라는 유토피아

- 계급사회: 빈곤은 직접적이고 가시적. 반면 위험사회에서 위험은 인식가능성을 벗어나며 비가시적. 
- 인식가능한 부와 인식불가능한 위험 사이에서, 언제나 전자가 승리한다. (제3세계의 예). 그러나 부유한 국가 역시 이에 적용된다. 

- 위험사회가 만들어내는 두 가지 적대: a) 위험 때문에 피해입은 사람과, 그것으로 이윤을 얻은 사람들 간의 적대; b) 위험의 정의를 생산하는 사람(지식생산자)와 그것을 소비하는 사람들 사이의 적대. (93)
- 위험사회의 가능성: a) 새로운 공동체의 생산—“다양한 계급, 정당, 직업집단과 연령집단의 성원들이 시민운동을 조직하게 된다.” 위험사회에는 “경계를 부수는 풀뿌리 대중의 발전동학이 내재되어 있다.” b) 위험사회는 국경을 침식하므로 세계적 ‘위난공동체’를 낳는다. (94-5)

- 위험사회의 정치적 주체에 대한 문제(96-97): a) 계급사회에서는 평등의 이상이 중요하고, 그것의 적극적 목표는 부. b) 위험사회의 유토피아는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성격, i.e., 최악의 사태를 예방하고자 하는 것. 
- 위험사회에서 정치적 주체는 불안에 의한 유대로 연결된다(“불안의 공동체,” 98). 벡은 불안의 공동체의 가능성에 대해 반신반의하다. “어쩌면 불안의 공동체는 역정보의 미풍만으로도 쉽게 날려 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제2장 위험사회와 지식의 정치

문명의 빈곤화 

- “우리는 19세기의 노동대중에 비견될” 만하다. “왜, 무슨 의미에서 ‘빈곤화(immiseration; 궁핍화)’인가?”(100)

- 위험의 지식사회학
: “위험지위에서는 의식이 존재를 규정한다.”(103; 이는 맑스의 경구를 빌린 것이다) 위험의 여부, 정도, 징후는 외적 지식에 의존한다. 그러나 물론 고통은 “지식에 대해 비의존적이다.” 
: “고통받는 자들은 자신의 고통과 관련하여 점점 무력해진다. 그들은 자신의 인지적 주권의 본질적 부분을 잃어 버린다.”(104) 위험의 원천은 전문가들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실제로 위험에 노출되는 사람들은 그들의 결정에 목록에 선정되거나 빠질 수 있다. 
: 따라서 위험을 다루는 사회학은 본질적으로 인지사회학, 과학사회학, 지식사회학이다. 

- 빈곤화(immiseration)
: 재해, 오염물질 기록, 사고통계의 목록들이 빈곤화 명제를 지지한다(106). 
: 위험에 대한 인식은 최우선적인 정치적 요인이 되었다. a) 위험의 과학화가 더욱 진척되고 있고, b) 위험 상업이 성장하고 있다. 
: 위험의 특징: 위험은 밑빠진 독과 같은 수요를 갖고 있다. 충족될 수 없으며, 무한하고, 위험의 인식은 조작될 수 있다. 
* 108쪽의 “자기연관적”은 자기준거적self-referential의 번역어로 보인다. 

: 위험사회는 자신의 모순을 키운다. “발전된 산업사회는 자신이 생산한 위해들로 자신을 육성하고[즉 위험 상업을 키우고] … 사회적 위험지위와 정치적 잠재력들을 만들어 낸다.”(109)


잘못, 기만, 실수와 진실: 합리성들의 경쟁에 관하여 

- 한편 과학은 그 합리성으로 위험을 규정하지만, 그 합리성의 독점적 지위는 무너지게 된다(110).
: 전문가들의 인식과 일반 대중의 인식의 괴리(110-1). “위험에 관한 진술들에는 우리가 원하는 삶의 방식에 관한 진술이 포함되어 있다.”
: “위험에 관한 과학적 조사는 어디서나 환경과 진보와 문화의 전망에서 산업체계에 대해 가하는 사회비판의 뒤를 절름거리며 따라간다.”(111쪽; 『자본』 한 구절의 패러디인 듯)

- 신뢰성과 합리성의 위계를 설정해서는 안 된다. 전문가가 아닌 대중의 과학기술 비판은 그들이 비합리적이어서가 아니라, 기술-과학 합리성이 실패한 데서 이유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위험에 대한 경제적 맹목성 / ‘부수효과’의 목소리)
- 서독 정부의 원자탄 대비조치의 예 (113쪽)
- 기술-과학은 항상 생산성을 높이고자 하며, 그에 수반되는 위해는 “단지 사후적으로 고려되거나 전혀 고려되지 않는 경우도 흔하다.” 

- 기술과학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발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해는 ‘과학적으로 입증’되기 전까지는 무시된다. 이에 따라 일반인들은 ‘대안적 전문가’들이 된다. (115-6)

(위험의 인과적 부정)
- 과학의 방법론적 특성상 엄밀한 측정과 “자신들의 경력과 물질적 성공을 보장하기 위해 이론적 및 방법론적 기준을 높이 유지한다.”(117) 한편 피해자들은 과학의 방법과는 정반대로 위험을 배증시킨다. 
- “엄격한 과학적 관행과 그 때문에 강화되고 묵인되는 삶에 대한 위협 사이의 은밀한 연합이 나타나는 것이다.”(117) 

- 과학의 원칙은 기본적으로 근대화 위험에 부적합하다. “엄격한 인과증명을 주장하는 것은 … 오염과 질병을 인정하지 않고 최소한으로 인정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118)
- 일본의 경우: 오염수준과 특정 질병 사이에 통계적 상호관계가 성립할 수 있다면 인과연관을 인정한다. 

(엉터리 속임수: 허용수준)
- 허용치는 자연과 인간에게 미량일지라도 해를 끼칠 수 있는 백지 수표(120). 허용치는 일종의 “상징적 진정제”(127)
- “분명히 사람들은 … 개별적인 오염인자들이 아니라 전체 인자들에 의해서 위협받는다.”(125) 
- 허용수준(허용치)의 문제점: a) 동물실험을 통해 인간에게 끼쳐질 해를 추정하는 것; b) 오염 물질이 [사람들 사이에서] 순환되어야만 [사람들이] 그 효과를 알 수 있다는 점(125-7). 


공공의 위험의식: 2차적 비경험

- 역설: 과학[위험]을 비판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합리성이라는 수단을 거쳐야만 한다. “피해자의 위험의식은 과학에 비판적인 동시에 과학을 쉽게 믿는 편이다.”(131) 
- 과학적 지식의 연성화와 과학적 권위의 위기(131)
- 이차적인 비경험: 우리는 위험이라는 것을 지목하고자 할 때, ‘경험적인’ 즉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는 것을 다루면 안 된다. 화학공식, 반응, 연쇄반응 등의 ‘비경험’을 다뤄야 한다. 

- 위험사회에서 새롭게 부상하는 공동체들은 ‘두려움’이라는 ‘위협의 중심부’을 둘러싸고 모이게 된다(134).
: 이것은 산업사회의 계급(층)과 달리, “어떠한 유용성 판단에도 기초하고 있지 않다.”(135)
: 사람들은 동물, 식물 등 생태계의 파괴에서 자신들도 역시 자연의 일부로서 희생자라고 느낀다. “이 위협 속에서 모든 사람과 모든 것들에게 똑같이 영향을 미치는 살아 있는 사물들의 유대가 형성된다.”(135)

- 그러나, 꼭 위험으로부터 생기는 고통이, 사람들을 위험을 자각하게 만들지 않을 수도 있다. 사람들은 반대로 두려움을 거부할 수도 있다(136). 
: 위험은 지식에서 기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간단히 확대·축소될 수 있고 의식에서 제거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위험으로 야기된 불안과 두려움은 굶주림과 빈곤의 경우보다 더 쉽게, 여러 [사회적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 “따라서 위험사회는 희생양 사회가 될 내재적 경향을 지닌다.”(137)

- 위험사회에서 가족, 결혼, 성역할, 계급의식은 그 중요성을 잃어버리기 때문에(이것은 2부에서 크게 다뤄질 내용이다), 두려움과 불안을 개인적으로 다룰 능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