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독서 경험.

1) 쿤, <과학혁명의 구조>

2) 벡, <위험사회> 부분

3) 야마모토 요시타카, <나의 1960년대>.


1)의 경우 과제 때문에 허겁지겁 읽었지만, 그런대로 쿤의 간결하고 명쾌한, 때로는 스트라이킹한 문장을 음미할 수 있었다. 물론 천천히 읽는다면 더 좋겠지만, 위대한 책은 나중에 다시 읽을 기회가 있기 마련이다. 게다가, 책을 샀기 때문에, 원한다면 언제든지 책장에서 꺼낼 수도 있다.

이언 해킹이 서문에서 쿤은 아포리즘에 재능이 있었다고 했는데 실로 맞는 말이다. 읽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다른 미덕은, 쉽기 때문에 읽으면 이해가 된다는 것이다.) 

정상과학에서 교과서(textbook)가 하는 기능을 서술한 마지막 섹션("혁명을 통한 진보")은 특히 감탄스러웠다. 패러다임이 받아들여지는 과정에서 심미적 측면 운운한 부분도 흥미로웠고. 다른 부분들도 괜찮았지만… 

그리고 다른 교훈은, 과학 책은 웬만하면 한국어로 읽는 게 좋다는 것이다. 왜냐? 고교 과정만 이수한 문과맨이 영어로 된 과학 개념을 읽는다는 것은 고역이기 때문이다. 비록 번역이 형편 없어도, 한국어 역본을 같이 놓고 읽는 것이 좋다.


2)도 재밌게 읽었다. 쿤처럼, 벡도 훌륭한 저자이다. 간간이 맑스의 경구를 재기 넘치게 잘 인용한다. 쿤은 별로 인용을 하지 않는다. 쿤보다는 좀 더 중언부언하는 감이 있지만… 말하자면 덜 간결하다는 것이다. 

여하간 지금까지 읽기에 그렇다는 것이고 다 읽은 뒤에 뭐라 더 깊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3)도 매우 기분 좋게 읽었다.

보통 책 표지 카피도 그렇고 아마 많은 사람들은 전공투가 궁금해서 이 책을 집어 들겠지만, 사실 전공투 얘기는 그리 길지 않다.

주된 내용은 일본의 군국주의와 전쟁, 전후 산업의 성장, 그리고 최근 3.11 등에 과학기술은 어떤 책임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전공투를 기대했다면, 이 책은 참고만 하고, 다른 책을 읽는 것이 좋다. 이 책은 차라리 과학기술학 서적인데, 비판적 과학기술학의 취지랄까 전반적 문제의식을 일본의 콘텍스트에서 읽기 쉽게 정리한 책이다. 그도 그럴 것이 원래 강연록 기반이니까. 

그럼에도 전공투는 중요한데, 왜냐하면 전공투에서의 경험이 저자로 하여금 연구자로서 자기비판을 하고 그의 사회적 위치를 성찰하게 했기 때문이다. 60년대 관련 운동 내용이 오토바이오그래피의 측면에서도 중요하고 전공투라는 운동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 중요한 것도 있다. 전공투는 철저하게 학원투쟁이었고 그 과정에서 물화된 대학이라는 제도나 연구라는 사회적 행위 역시 성찰의 대상이 되었다. 말하자면 지식 생산/학습이라는 것의 의미가 철저하게 따져진 것인데… 솔직히 다 읽으면 (저자의 삶에 대해) 좀 감동하게 되는 게 있다. 이것도 읽으면 아는 부분이다. (이언 해킹: 어 ㅇㅈ~)


정리해보니 모두 과학기술학 관련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