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Facetime은 통화 중에 있어 아이튠즈 등 다른 앱의 볼륨을 낮춘다(=audio ducking). 문제는 통화가 끝나고 나서도 그렇게 낮아진 시스템 볼륨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것. 

 

해결방법:

(1) 활성 상태 보기 ("Activity Monitor") 유틸리티를 연다.

(2) "coreaudiod"를 찾는다

(3) 좌측 상단의 (x)버튼을 눌러서, "종료"를 택한다. 

 

[보통 재부팅하면 해결되나 재부팅이 귀찮은 경우 쓸 수 있는 방법이다.] 

데이비드 갈런드, 『복지국가란 무엇인가』, 정일영 옮김, 밀알서원, 2018.
원제: The Welfare State: A Very Short Introduction (옥스포드 대학 출판부)

복지국가와 형벌 정책 연구자로 유명한 David Garland의 복지국가 개설서이다. 특이하게도 기독교 복음 서적 출판사에서 출판되었다. 원서를 대조하여 읽지는 않았지만, 몇 가지 개념이나 고유명사의 번역, 그리고 전반적 편집에 있어 아쉬운 점이 많다.(이에 관해서는 후술하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복지국가에 대한 경합하는 정의들과 2차 세계대전 이후 복지국가의 발달과 변형에 관해 믿을 만한 안내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학부에서 복지국가와 사회정책에 관한 개설적 수업을 한 학기 들은 적이 있는데, 그 수업이 이 책을 교과서로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수업에서 다뤄진 내용 대다수가 이 짧은 개설서에서 언급되는 것이기도 했다. 

아래에는 읽으면서 흥미로웠던 점과 기억해둘 인사이트들을 기록한다. 

1. 중간층의 복지 수혜 
책 전체에 걸쳐 저자가 강조하는 내용은 복지국가의 사회정책 혜택이 저소득층과 중간층에게 골고루 돌아갔다는 것이다. 복지국가는 크게 다섯 가지의 부문, 즉 사회보험, 사회부조, 공적 재정지원에 의한 사회서비스, 사회사업 및 개인적 사회서비스, 경제적 관리로 나누어질 수 있는데(78-79), 여기서 보험과 사회서비스는 중산층, 특히 그 중에서도 여성에게 상당한 이익이 되었다. “건강관리, 고등교육 및 주택담보 세금공제와 같은 프로그램들은 부유한 가정에 요긴한 것이 되었다. 중산층 여성들은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게 되었고, 전문직 경력을 추구하게 되었다.”(95) 

흔히들 신자유주의 개혁이 복지국가를 무력화시켰다고들 한다. 그런데 신자유주의 개혁은 중간층에게 수혜가 돌아가는 연금 의료보험을 크게 줄이지는 못하였다. 책 말미에는 “연금, 실업 및 질병급여, 그리고 보건의료에 관련된 주요 복지국가들의 프로그램들은 신자유주의가 대두되기 시작할 때보다 오늘날 더 확장적이고, 관대하다”는 사실이 지적된다(172). 복지국가에 대한 많은 정치적 공세들은 연금이나 보건의료보다는 사회부조 쪽에 집중되었고(164-65), ‘복지여왕 welfare queen’이라는 수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복지국가의 병폐를 공격하고자 하는 상징적 공세에는 부도덕하게 복지혜택을 받거나 복지에 과하게 의존하는 빈곤층들의 (상상된) 모습이 자주 동원되었다.

2. 복지국가의 특징
복지국가의 핵심적 특징은 무엇일까? 책은 복지국가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로 “경제적 관리”와 “경제통제[경제의 통치 내지는 관리: government of the economy]”를 든다(26). 단편적인 제도의 집합체나 사회적 권리 보장을 위해 노력하는 국가라는 식으로 협소하게 복지국가를 이해하는 것보다는 “정부의 규제, 재정, 통화 및 노동시장 정책과 그러한 정책들이 시장을 만들고, 성장을 촉진하며, 기업과 가계의 복지를 보장하는 데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중심으로 복지국가를 사고하기를 제안하는 것이다(26). 

경제 부문의 관리 내지는 통치를 복지국가의 특징으로 생각한다면, 공적 서비스나 사회부조 이외의 조세관리, 세출 등의 제도가 시야에 들어올 수 있게 된다. 이를테면 다음의 문장: “때로는 ‘숨겨진 복지국가hidden welfare state’라고 불려지기도 하는 이것은 조세제도나 사적 고용계약을 통해 주어지는 복지혜택으로 만들어진다.”(86) 이것의 예로는 미국의 주택담보 세금공제 제도나, 정부가 세금감면을 통해 유인을 주는 기업의 복지혜택(정년 늘리기, 의료서비스 등)이 있다. 

3. 복지국가와 가족
복지국가의 사회사업(social work)은 그 자체가 소외된 계층에게 돌봄을 확장하는 것인 동시에 특정한 방식의 훈육과 양육을 유도하고 교육하는(책에는 규범화normalize라고 일컬어지는) 과정이다. “프랑스 사회학자 자크 동즐로(Jacques Donzelot [책에서는 ‘작크스 돈제로트’라고 잘못 번역됨])는 이것을 ‘가정 감시’(policing the family)[‘가정의 통치’ 내지는 ‘가정을 관리하기’가 적합한 번역어가 아닐까?]의 다양한 방법으로 보았는데, 그것은 문제를 안고 있는 가정들이 아동양육, 좋은 일의 습관, 더 책임 있는 성적 행동(sexual behaviour), 기타 등의 ‘규범적’ 행동유형을 갖도록 점검과 간섭을 받게 한다는 것을 의미하였다.”(84) [이와 관련해서는, 제임스 퍼거슨, 『분배정치의 시대』를 참고해야겠다.] 

가족 내에서의 재생산과 훈육에 관련한 미세한 실천들의 조정과 관해서는 동즐로의 논의를 참고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것보다 조금 더 거시적인 차원(?)에서 보자면, 육아 서비스와 보험 정책의 타겟은 사회의 가족 모델에도 크나큰 영향을 준다. 예컨대 스웨덴의 복지정책에서는, 여성이 남편에게, 어린이들이 부모에게, 노인들이 가족에게 “의존하는 것을 감소시키기 위한 [평등주의적, 보편적 보험을 비롯한] 사회적 제도에 의해서 개인들의 자립심이 향상되었다.”(108-10; 예컨대 “보육, 육아휴가, 노인에 대한 사회적 돌봄, 부인과 어머니들에 대한 독립보험”) 따라서 많은 여성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했고, 싱글맘들이 큰 도움을 받았다. 이는 높은 수준의 성 평등과 사회적 이동성을 이뤄냈다. 한편 독일의 사회보험은 “남성 노동자에 중점을 두었고, … 가정은 노인과 어린이들을 돌봐야 하고, 보험과 사회서비스는 그것에 따라서 구조화되어야 한다고 보았다.”(112) 

 



New liberalism 64

78 복지국가의 부문들 

92-93 복지국가의 특징적 접근법 (규모의 경제) 

105 에스핑앤더슨의분류 

189 획일적 관리가 처하게 된 문제

160-161 신자유주의적 관리

앨런 파슨스 프로젝트, Don't Answer Me.

얼마 전에 신주쿠 러시에 들러 오랜만에 듣게 된 노래. 2층에는 비틀즈의 초기 곡들이 나왔고, 1층으로 계산하러 내려가자 앨런 파슨스 프로젝트의 "Don't Answer Me"를 들을 수 있었다. Eye in the Sky, I Wouldn't Want to Be Like You와 함께 좋아하는 노래. 그런데 밝은 소프트록 풍의 연주와는 달리 가사가 조금 섬짓하다. 다시 시작하자는 헤어진 연인에게 그럴 수 없다고 정리하는 내용 같다. 

 

올해 초에 교토에 한 달 정도 체류할 일이 있었는데 그때 The Alan Parsons Project와 Hall & Oates의 음악을 자주 들었다. 마지막 일정은 고베 여행이었고.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처럼 걱정 없고 행복했던 나날들이 살면서 많이 없었던 것 같다. 여행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잡생각이 많아 특히 낯선 환경에서 무언가에 잘 집중하지 못하는 성격임에도 말이다. 암튼 그때 같이 있었던 소중한 사람과, 약간의 시차를 둔 채, 우연히 들른 가게에서 당시를 환기시키는 음악(물론 나에게만 의미가 있지만)을 들으니 기분이 좋았다.

부르디외, <구별짓기>, 최종철 역, 새물결. (일러두기에 보면, 일본어판을 참고했다고 나와 있는데, 단순 참고를 넘어 아예 일본어판을 바탕으로 중역을 한 것이 강하게 의심되는 대목이 몇 있다. 일본어에서만 쓰이고, 한국에서는 잘 안 쓰이거나 보통 순화되어 쓰는 한자 표현이 있음.) 나는 Richard Nice의 영역본을 참고하며 읽어 보았다. 페이지 수는 모두 새물결판의 것. 

 

p.28 비난하건 칭찬하건 이들[민중계급]의 음미는 항상 윤리적 토대를 갖고 있다.

p.29 순수한 시선의 초연함은 부정적인 경제적 요구, 즉 안락한 삶을 위해 적극적으로 다양한 필요나 요구로부터 거리를 두도록 유도하는 경제적 조건화의 역설적 산물로 나타나는 세계에 대한 일반적 태도와 분리할 수 없다. 

p.29 모호한 번역: “(윤리적 침범이 예술적인 선입견parti pris이 될 때 분명하게 드러난다)” -> (visible when ethical transgression becomes an artistic parti pris) 윤리적 침범이라고 번역하는 것보다는, ‘윤리를 위반하는 것’, 혹은 ‘윤리적 규범의 위반’. ‘도덕 규범 위반’이 명확하지 않을까? 

p.30 마지막 문장에서, 특히 Mill의 향기가 드러난다. 즉 교양이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지식이나 감식안이 아닌 '훈련'인 것이라는 관념. 혹은 다음과 같은 전통이 강조하는 것들. 아리스토텔레스 니코마코스 윤리학으로부터 내려오는 어떤 덕있는 본성의 완성.

p.48 "음악은 부르주아적 에토스가 모든 종류의 예술에 대해 요구하는 세계 특히 사회 세계에 대한 부정 중 가장 급진적이며 절대적인 형태를 띤다." 

p.60 학력이나 등급 구분에 의한 공식적 차이는 분류되는 각 개인들에게 누구나 그러한 차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지지하고 있다는 믿음을 불어넣음으로써 실제적인 차이를 만들어내는(또는 재강화하는) 경향이 있으며, 따라서 이를 통해 실제적인 존재를 공인된 존재와 일치시키려는 행동을 취하도록 만든다. [self-fulfilling prophecy?] 

p.64 이런 능력은 흔히 가정이나 학교에서 정통 문화를 몸에 익히거나 주입받으면서 획득한 성향을 바탕으로 해서야 비로소 가능해지는 무의식적 학습을 통해 습득된다.
=> 
p.65 따라서 학교에서 가르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명시적으로 요구하지도 않는 문화적 실천들이 학력자격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변화하는 이유 또한 이런 식으로 충분히 설명될 수 있다.


p.77 대중문화에 대한 절 
만약 서커스나 멜로드라마(…)가 무용이나 연극보다 더 ‘대중적인’ 이유는 단지 덜 형식화되고(…), 따라서 덜 완곡하게 표현되는 이것들이 한층 더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만족감을 주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것은 동시에 무대장식의 눈부신 화려함과 휘황찬란한 의상, 흥을 불러 일으키는 음악과 생생한 율동, 그리고 열정적인 배우 등 집단 축제적인 분위기를 불러일으키고 화려한 구경거리를 제공함으로써(나는 음악당이나 가벼운 오페라, 또는 장대한 스펙터클영화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모든 형태의 코믹물 특히 ‘위대한 사람들’을 풍자하고 패러디함으로써 희극적인 효과를 만들어내는 모든 형태의 희극들(몸짓, 익살, 광대 짓, 모창 등)과 마찬가지로 흥청망청 마시고 놀거나 허심탄회하게 수다 떠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가슴을 탁 털어놓고 호탕하게 웃는 취향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도 커다란 만족감을 주며 다시 이것이 사회 세계를 전복시키고 실천과 예의범절을 뒤집어버림으로써 사람들을 자유롭게 해주기 때문이다. 

p.76 주석(26번)
백화점은 어떤 의미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의 화랑(畵廊)이다. 익숙한 세계에 속하며 따라서 사용방법도 익히 알려져 있고, 일상의 치장 속으로 삽입될 수 있으며, 일상적인 용어로 이름을 붙일 수 있고 하나하나 평가할 수 있는(…) 제품들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구체적으로는 백화점 안에서 사람들은 자신들이 초월적인 가치, 즉 소위 상층계급의 생활양식의 원리들에 의해 측정된다는 느낌을 받지 않고, 취향과 색감은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이름하에 나도 자유롭게 판단할 수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p.85
“양성간의 전통적인 분업에 따라 여성에게는 ‘인간적인’ 또는 ‘인도주의적인’ 과제나 감정이 할당되며, 이성과 감정의 대립이라는 미명하에 여성들에게는 쉽게 감정의 분출이나 눈물이 배분된다. … 따라서 여성은 남성들보다는 미적 성향(뒤에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이러한 성향은 자연의 거부 또는 오히려 자연에 몸을 맡기는 것의 거부를 가리킨다는 점을 지적하고 넘어가기로 하자. 이것이야말로 스스로를 지배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지배계급의 지표로, 이들의 미학적 성향의 토대를 이루고 있다)이 요구하는 대로 ‘자연적’ 감정을 검열하거나 억압할 필요가 훨씬 적다.” 
=> symbolic violence. 남성 지배의 메커니즘. 유년기와 아동기의 학습 단계에서부터 남성은 ‘자연적인 것’을 억압할 수 있도록 길러지고 훈육되며, 사회 공간에서 그러한 자연적인 것을 억압할 수 있는 능력은 보다 더 정당성 있는 가치를 부여받게 된다. 

p.90
아방가르드 연극이나 비구상 회화에서 나타나는 형식 실험이나 또는 단순하게 고전음악이 민중계급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이유는 부분적으로 이들 연극이나 음악이 그래도 의미를 전달하는 기호라고 할 때 그것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이해할 수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 
전혀 ‘의도’를 모르기 때문에 비상한 솜씨와 서투른 손길을, 그리고 ‘진지한’ 형식적 도구와 냉소적인 협잡질을 구분할 수 없다고 느낀다.

pp.103-108 중성화와 가능성의 세계
=> 독립적인, 초역사적인 형식적 쾌를 준다는 관념의 맹점. 
“이리하여 각 [예술적] 체험은 다른 모든 부분적 체험에 응답하고 서로를 강화하는 가운데 예술적 성찰의 매력을 창조하게 된다.” (108) 
“간단히 말해 [장르의] 유사성을 파악하려면 먼저 함축적이건 아니면 암묵적으로건 차이점을 언급하지 않으면 안 되며, 그 역도 마찬가지다.”(106)
프루스트 인용: “배우의 의상이나 사교계 부인의 드레스가 아름다운 이유는… 그 옷이 아름답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모로Moreau가 그린 바로 그 옷, 발작이 묘사한 바로 그 옷이기 때문이다.” 

p.114 소제목 THE AESTHETIC SENSE AS THE SENSE OF DISTINCTION (한국어 번역은 좀 이해가 힘들었음. '구별의 감각으로서 작용하는 미적 감각' 정도의 내용이겠지?)

p.117 "이리하여 이들은 역설적이지만 본인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타고 태어난 성향’을 절대적 차이로 만들려고 하는 부르주아지의 요구를 정당화시켜주게 된다." 영역 By a paradoxical reversal, they thereby help to legitimate the bourgeois claim to ‘natural distinction’ as difference made absolute. 
[여기서 부르주아지의 요구란 무엇인가? 타고 난 성향을 절대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 이해하기 어려운 구절.] 

p.118 쁘띠 부르주아의 유미주의 (aestheticism) 

p.121 누가 봐도 분명히 미학적으로 보이는 선택도 실제로는 사회 공간적으로 가장 가까이 있고 따라서 직접 맞서서 경쟁하고 있는 집단이 택하는 선택과 대립적으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pp.124-125 '구별 감각 the sense of distinction'의 적대적 본성과, 그 다이내믹을 잘 묘사하고 있다.
 “어느 쪽이든 오직 그들만이 패러디나 승화의 형태로 자신보다 낮은 계층의 유미주의에 의해 거부되는 대상들을 미적 대상으로 복권시킴으로써 모든 거부를 재거부하는 대담한 재주를 부릴 수 있다.”(125)
p.126 각주 69번: “실제로 쁘띠 부르주아지는 ‘상승지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문화 ‘엘리트들’이 이들에게 넘겨주는 특히 덜 정통적이거나 아직 정통성을 획득하고 있지 못한 영역(이따금 이들의 야망이 표현되는 사진이건 영화건 상관이 없다)에서는 거의 무장해제 상태에 놓이게 된다(이것은 예를 들어 영화감독에 대한 지식의 경우 쁘띠 부르주아지와 부르주아지 간의 격차는 작곡자들에 대한 지식만큼 크지는 않다는 점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p.133 "작품에 스스로를 내맡기는 예술애호가 또한 결코 의식하거나 명확하게 정식화하지 않고도 작품의 구성원리를 내면화할 수 있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예술이론과 달인의 체험 간의 차이를 만들어내는데, 이 달인은 통상 자신의 평가원리를 확실히 표현할 수 없다. 이와 반대로 모든 제도화된 학습은 어느 정도의 합리화를 전제하는데, 이것은 소비되는 재화와의 관계에 흔적을 남긴다. 하지만 유미주의자의 지고지순한 쾌락은 얼마든지 개념규정 없이도 이루어질 수 있다.이것은 ‘초심자’의 아무 생각 없는 쾌락(이것은 순진무구한 어린아이의 눈이라는 신화를 통해 이데올로기적으로 찬미된다)만큼이나 쁘띠 부르주아와 ‘벼락부자’parvenu의 소위 무쾌락적인 사유와도 대립된다. 이들은, 막상 보지도 않은 영화에 대해 정말 시시콜콜히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영화광처럼 항상 경험보다는 지식을 우위에 놓으며, 작품에 대한 논의를 위해 작품감상을, 다시 말해 훈련Askesis을 위해 감각aisthesis을 희생하는 금욕주의적 타락의 형태에 노출되어 있다."

p.135 "하지만 무엇보다 먼저 합리적 예술교육은, 직접적 체험을 대신하고 작품에 친숙해지기 위해 오랜 시간을 버리는 대신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지름길을 제공해주며, 소위 취향의 자발성이 아니라 개념과 규칙의 산물인 실천을 가능하게 해주며, 이를 통해 잃어버린 시간을 보충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나름의 해결책을 마련해준다—유미주의자들이 교육학자와 교육학을 그토록 혐오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 (이것이야말로 처녀수태라는 태고적 신비의 현대판 재현이라고 할 수 있다)"

p.139, 143 역설적이지만 조숙함(la précocité)은 연륜(l’ancienneté)의 효과이다. 귀족성이란 특히 연륜의 한 형태인데, 이것은 (적어도 가풍의 오래됨과 귀족성—실제로 이 두 개념은 동의어로 볼 수 있다—이 가치로서 인정되는 사회에서) 오래된 가문의 후손이 태어나면서부터 소유하게 되는 권리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정통적인 행동방식이 가치를 가질 수 있는 것은 희귀한 획득조건, 즉 암묵적으로 최고의 탁월함으로 공인되고 있는 시간에 대한 사회적 권력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과거의 물건들 즉 축적되고 결정화(結晶化)된 역사, 귀족의 칭호와 작위, 성(城) 또는 ‘국보로 지정될 만한 가옥’, 그림들, 수집품들, 수백년 된 포도주, 고가구를 소유한다는 것은 곧 오직 시간의 흐름 속에서만, 시간을 통해, 시간을 거슬러, 즉 상속에 의해서만 획득할 수 있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는 이 모든 물건을 통해, 그리고 오래된 물건을 선호하는 취향과 마찬가지로 시간과 함께 획득할 수 있으며 여유를 갖고 천천히 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만이 습득할 수 있는 성향들을 통해 시간을 지배하는 것을 의미한다. 

p.152 학자(부르주아지, 신흥 계급, 현학적 체하는 이들)와 ‘사교가’(유미주의자, 쾌락주의자, 귀족)의 구분

p.155 인테리어나 가구의 출처에 관한 앙케트 응답자들이 고른 형용사들은 … 학력자격보다는 출신계급과 더 긴밀하게 결부되어 있다. 왜냐하면 의복, 가구, 요리 또는 더 정확하게는 의복과 가구나 음식의 구입방식에 투입되는 성향이나 지식만큼 어릴 적의 체험적 습득, 특히 교육하려는 뚜렷한 의사 없이 이루어지는 교육에 직접적으로 의존하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pp.165-166 ‘구식 독학자’와 ‘신식 독학자’의 대비 


p.170 일종의 정식화? 
“특정한 영역이 정통적일수록 그 영역에 대한 능력을 갖출 필요가 커지며, 그만큼 ‘수지맞게 된다.’ 따라서 그러한 능력을 갖추지 못할수록 손해가 막심하고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 The more legitimate a given area, the more necessary and ‘profitable’ it is to be competent in it, and the more damaging and ‘costly’ to be incompetent. 

p.172
"이와 정반대로 영화나, 재즈, 더욱이 만화나 SF소설 또는 추리소설과 같은 ‘중간수준’의 예술은 문화자본을 학력자본으로 전환하는데 완벽히 성공했거나 정통적인 방식으로(즉 어릴 적부터 익숙해짐으로써) 정통 문화를 획득하지 못했기 때문에 주관적으로나 객관적으로나 두 면에서 모두 정통 문화와 불편한 관계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투자를 유도하는 경향이 있다."

pp.172-173
Thus one might expect the scholastic field to give the highest value to scholastically certified cultural capital and the scholastic modality, whereas the markets dominated by extra-scholastic values—‘society’ salons and dinners, or all the occasions of professional life (appointment interviews, board meetings, conferences etc.) or even academic life (oral examinations at ENA or Sciences Po, for example), in which the whole person is evaluated—would set the highest value on the familiar relation to culture, devaluing all the dispositions and competences which bear the mark of scholastic acquisition.


p.210
이를 토대로 우리는 다음과 같이 추론해 볼 수 있다. 즉 성별 분업의 논리에 따라 취향에서는 여성에게 우선권을 준다면(정치에서는 남성에게 우선권이 주어진다), 남성의 의복선택에서 남성 자신의 취향의 비중(따라서 옷이 취향을 표현하는 정도)은 상속된 문화자본이나 학력자본만이 아니라(다른 분야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분야에서도 전통적인 역할분담은 학력자본이 증가함에 따라 약해지는 경향이 있다), 배우자의 학력자본과 문화자본의 크기, 그리고 두 사람간의 차이에 따라서도 크게 달라지게 된다.

김영준, 『골목의 전쟁: 소비시장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스마트북스, 2017.

학술서가 아닌 대중 상대로 쓴 경제서, 실용서는 처음 읽어보는 것 같다. 

1, 2장의 자영업 실패와 몇몇 먹거리아이템 붐의 사이클 내용은 크게 새로운 것은 없었다. 다만 이후의 내용들—예컨대 ‘원가’에 대한 일반적 통념이나, IMF 이후 자영업자가 크게 늘었다는 주장 등—이, 장사를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으로서는 몰랐던 통념들을 깨주는 것들이어서 재밌었다. 통독하면 주로 먹거리 관련 소비시장이 이런 식으로 움직이겠거니 하고 알기 쉽다. 

기억에 남는 구절: “지금도 소비문화가 많이 발달하지 못한 편이지만, 과거에는 지금보다 더 뒤처져 있었다.”(129) 

흥미롭고 새로 알게 되어 좋았던 부분 몇 개를 적어 본다.

 

58ff. ‘그 많던 연어 무한리필점은 어디로 갔을까’ 

  • 2015년 때에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으로 인해 유럽연합이 러시아에 무역제재를 가했다 한다. 그래서 노르웨이산 연어의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고 한다. 

  • 연어무한리필집은 “소비 문제가 아니라 공급 문제 때문에”(63쪽) 사라진 것.

  • 그런데 가맹점 내고 자영업 하기 전에, 파는 상품의 속성이라든지 업계 근황 같은 것을 안 알아보나? 하긴 경제지를 구독하거나 주위에 업계 사정에 정통한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소식을 접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77ff. ‘성공이라는 결과가 성공의 원인’

  • 장사를 안 해보면 알기 어려운 것: 인과관계가 ‘상품 회전율이 빠르다 -> 신선도를 좋게 유지할 수 있다’로 움직이는 것. “식음료 사업에서 ‘신선도’와 ‘품질’은 성공의 요인이 아니라 결과이다”(79쪽). 

  • 인맥 때문에, 기자(記者) 출신이 오픈하는 가게가 유리할 수 있다 한다. 

 

83ff. ‘아이템 만능주의의 함정’ 

  • “소비자들의 안목이 그것[훌륭한 아이템]을 알아볼 수준에 이르렀는가가 문제이다.”(84) 책 이후에도 인용되는 말이지만, ‘소비자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내는 것은 우리의 역할이 아니다.’ 스티브 잡스의 말. 

  • 소비자의 ‘안목’, ‘욕구’를 파악하고 따라가는 길이 있고, 다른 길이 있다. 후자를 지젝은 주인의 방식이라고 불렀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78838.html

 

104ff.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문 원가의 개념’ 

  • ‘재료비’ 역시 가변적인 것이다. “원가는 …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사후 개념에 가깝다는 점이다. 원가는 회계적 개념이다.” 커피가 1000잔 팔릴 것을 기대해 원두를 그만큼 볶았지만 수요가 예상에 못미쳐 폐기처분한다면, 원가는 그만큼 올라가게 된다(105쪽). 

 

114ff. ‘우리나라는 왜 식료품이 비쌀까’

  • 주변 농업경제학 전공한 친구 이야기를 들어보면, 잘은 모르지만 한국이 농업생산성이 낮다고 한탄한다. 실제로 그런 것 같다.

  • 통념 하나: 한국 농산물의 유통마진이 높다는 것. 하지만 미국의 경우 73%, 일본의 경우 55%, 대만이 60%라 한다.(116쪽) (일본의 경우, 유통 기술이 좋기 때문에 유통비용이 높을 것 같기도 한데, 국토 자체가 아주 넓지 않고 또 철도, 도로 인프라가 잘 깔려 있기 때문에 미국만큼 높은 것은 아닌 건가? 잘 모르겠다.) 

 

167ff. ‘골목은 어떻게 상가로 변할까?’

  • 단독주택, 다세대주택을 상가로 바꾸기 편한 이유: 용도변경, 개조가 쉽다. 아파트는 그러기 힘들다(168쪽). 

  • 낡은 주택 지역은, 거주민 구매력 높지 않고 임대료가 싸다. (167)

 

“소비의 중심이 이면도로와 골목으로 옮”겨 가면 “대로변은 가치가 떨어”질까? 그렇지 않다. “건물 규모가 대형화되고, 유동 인구도 이면도로 쪽의 상권이 발달할수록 더욱 늘어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대로변에 입점할 수 있는 사업들은 큰 규모와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대기업 계열의 사업이 입점할 수밖에 없는 요인이 된다. … 매출 단가가 낮고 고려사항이 많은 요식업보다는 유통업이 우선된다.”(183-84)

 

강남역이 흔한 상점으로 가득한 이유: 임대료가 비싸기 때문에,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기 어렵다(186). 

강남역 임대료가 엄청남에도 음식점이 유지되는 이유: 주변에 배후지, 대체지가 없다; 교통의 요지이다(186). => 그래서 강남역은 예외적인 곳(188). 

“다른 대부분의 상권들은 강남역만큼의 희소성과 독보적인 입지를 갖고 있지 못하다. 그래서 상권과 건물이 가진 내재가치보다 임대료를 더 높게 올릴 경우, 그 지역을 중심지로 만들었던 상점들이 주변의 저렴한 곳으로 옮겨가고 빈 자리로 남아 침체로 이어지게 된다.”(188) 

=> 의문: 그런데 ‘내재가치’라는 것은 어떻게 분석될 수 있지? 이 역시 사후적으로 확인되는 가치 아닌가? (=어떤 지역의 임대료가 크게 올랐을 때 상권이 몰락한다면, 그 때에야 비로소 해당 임대료가 해당 지역에 걸맞지 않았음을 파악하게 된다.) 

 

젠트리피케이션: 임대인과 중개인의 이해 일치/이해 상충(206-211쪽) 

  • (단기적) 이해 일치: 부동산 중개업자가 ‘뜰 동네’라고 정보를 부풀려 비싸게 건물 매매 => 투자자는 수익률 위해 임대료를 올림

    • 여기서 중개인은 중개수수료([월 임차료*100+보증금]*요율)를 높게 받기 위해 보통 임대료를 높게 부름. (계약 갱신을 많이 해야 하는 유인 역시 있음.) 

  • 장기적 이해 상충: 높은 임대료 받기 위해 종종 리모델링, 재건축 해 임대료 높이게 독려; 임대료가 떨어지지 않는 ‘하방 경직성’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임대료 과도하게 올라 상점들 이탈시 낮추기 어려움. (타개책: 주변 상권 임대료가 가파르게 올라, 상대적으로 볼 때 해당 상권의 임대료가 낮아 보여야 하는데 이런 경우는 신촌-홍대 말고는 드물다.) -> 상권 자체가 임대료가 높기에 수익 극대화 쪽으로 움직이므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어려울 가능성 높음. 

 

  • => 생각: 위 책은 부동산 중개업자와 임차인의 이해관계를 설명하고 있는데, ‘잠재력이 없지만 업자들이 띄우는 동네’에 적용되는 설명이 아닌가 싶음. 이른바 ‘문화적 젠트리피케이션’, 즉 임대료가 싼 부도심 등 낙후지역에 소상공인이나 문화예술인이 들어와 niche를 형성한 후, 동네의 가치가 높아지면 이들이 거주하기 어렵고 쫓겨나게 되는 메커니즘에서 보자면 중개인의 역할은 어떨까? 

 

212ff. ‘상권 황폐화와 권리금’

  • 권리금이 왜 생겼는지를 뜯어보면, 어떻게 제도가 형성되는지의 한 경로를 볼 수 있어서 흥미로운 것 같다. 장기적으로 볼 때 상권의 이익에 기여하기 어려운 비합리적인 관행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제도화되고 그 정당성이 법제도를 통해 승인받는 형태. 

  • 2014년 개정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권리금을 다음과 같이 구분한다고 함: ‘바닥권리금’(=장소에 대한 권리금), ‘영업권리금’(=영업 노하우에 관한 것), ‘시설권리금’, ‘이익권리금’(=사실상 허가권). (213-14쪽)

  • 선진국의 보호정책: 임대차보호를 장기간, 임대료 인상 제한, 퇴거료 제도. / 한국의 경우, 건물주 재산권 보호 우선시하는 임대차제도 때문에, 임차인들이 권리금 형식으로 퇴거에 대한 보상을 받는 관행이 생긴 것. (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