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스 베버, 「관료적 지배의 본질과 그 전제조건 및 발전경로」, 『막스 베버 사상 선집 I - ‘탈주술화’ 과정과 근대: 학문, 종교, 정치』, 전성우 편역, 2002, 나남출판. pp.361-425. 일명 “관료제” 논문 요약정리. (이 논문은 Wirtschaft und Gesellschaft 2부 제9장 <지배사회학> 제2절의 번역이다.)
목차: 1. 근대 관료제의 특수한 기능방식 / 2. 관료의 지위 / 3. 관료제화의 전제조건과 부수현상 / 4. 관료적 기구의 지속성 / 5. 관료제화의 경제적-사회적 결과 / 6. 관료제의 권력위상 / 7. 관료적 지배구조의 발전단계 / 8. 교육의 ‘합리화’ / 결론
1. 근대 관료제의 특수한 기능방식
I) 관청들은 법률 또는 행정규약 등과 같은 법규를 통해 일반적으로 규정된 명확한 관할권한을 가진다. 이는 다음을 포함한다: ㄱ. 조직 목적 달성 위한 활동은 의무로 명확히 배분 ㄴ. 명령권 역시 배분되어 있고 강제수단은 법적으로 제한되어 있음 ㄷ. 상기 목적 위해 일정 자격의 인력이 임용됨. 베버는 위의 세 가지 요소가 시장에서는 관료적 기업을, 공법적 지배에서는 관청을 구성한다고 본다. (363)
II) 관직위계체제와 심급제(상급관청은 하급관청 감독)의 원칙. 이것이 발전하면 관직위계체제는 단일지도체제(monokratisch; 중앙집권체제)로 조직화. 이 체제에 따라 피지배자는 하급관청의 결정에 대해 상급관청에 항소할 수 있음.
III) 근대적 공무수행은 공문서에 의거해 이뤄지며 서류들은 정본 또는 초안의 형태로 보존된다. (364) 관청의 물적 재화와 문서체제가 국, 과 등의 부서를 형성한다. 관료제에서는 원칙적으로 사무실과 사적 주거공간이 분리되어 있다(=공무활동과 사적 활동의 분리).
IV) 관료제의 전문화된 직무활동은 전문훈련을 요한다. V) 관료제가 발전하면 공무활동은 관료의 전 노동력을 요한다. 이는 겸직 혹은 명예직과는 다르다. (365) VI) 공무수행이 법규정의 구속을 받는다는 것은 근대적 공무수행의 가장 중요한 본질에 속한다.
2. 관료의 지위
앞에서 언급한 상황이 관료의 내적 그리고 외적 지위에 대해 아래와 같은 결과를 낳았다.
1) 관료의 외적 지위
관직은 직업이다. 왜냐하면 ㄱ. 관직은 규정된 교육 이수를 요하고 ㄴ. 시험의 통과가 임용의 조건이고 ㄷ. 관료의 지위는 의무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ㄷ의 경우가 중요한데 왜냐하면 “관직을 수임한다는 것은 … 안정된 생활을 보장받는 대가로 관직에 대한 특별한 충성의무를 떠맡는 것”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관료들의 의무는 봉건 사회에서 보이는 특정 인물을 향한 것이 아닌 추상적인, 비인격적이고 객관적 목적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물론 그 추상화된 목적 뒤에는 그것을 정당화하는 문화가치이념들이 존재하고, 그것은 과거의 초/세속적 “인격적 지배자의 대용물”이다. (367)
2) 관료의 개인적 지위
ㄱ. 근대 관료는 피지배자에 비해 높은 ‘신분적’ 사회적 평판을 추구하고, 대체로 그것을 향유한다. (베버는 여기서 어떤 조건 하에서 관료의 실질적 사회적 지위가 제일 높아지는지를 또한 밝힌다.) 관료층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낮은 경우는 보통 신개척지에서 그러하다=미국의 예. (368)
ㄴ. 임명직과 선출직: 순수유형(ideal type) 하 관료는 ‘임명’된다. 선출은 형식적일 수 있지만 형식적으로는 위계적 종속관계의 경직성을 완화시킨다(왜냐하면 선출직 관료는 상급자에 의해 원칙적으로 독립적이기 때문이다). 베버는 임명된 관료가 통상 일을 더 잘 한다고 보는데, 왜냐하면 그의 순수한 능력이 이후 선발, 진로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행정수반뿐이 아닌 다른 공무원도 선출한다면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으나 개혁성을 기준으로 평가하자면 사정이 달라진다. 물론 이러한 “‘개인적인 천재의 지배’는 통상적 선출관료제가 가진, 형식상으로는 ‘민주적’ 원칙과는 모순된다.”(371)
ㄷ. 종신고용의 원칙: 종신고용 즉 자의적 해고, 전출 방지하기 위한 법적 보장제도는, 관료가 사적 이해관계에서 해방되어 객관적으로 자기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이러한 독립성 원칙이 항상 관료의 지위를 향상시키는 것은 아닌데, 왜냐하면 봉건적 사회에서는 통치자의 예속이 “생활양식의 신분적 귀족스타일의 유지를 더욱더 보장”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ㄹ. 화폐급료: 관료는 보통 고정적 봉급 형태의 화폐급료를 정규적으로 받는다. “식민지를 통한 영리기회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나라들에서는 관료직이 경제적 측면에서 가진 상대적 안정성과 사회적 존경이 제공해주는 심리적 보상으로 인해 관직이 선호되며 따라서 이런 나라들에는 관료봉급이 비교적 낮게 책정되어도 충원에 별 문제가 없다.”(373)
ㅁ. 호봉승진 등에 대한 내용. 관료는 하위직으로부터 상위직으로 승진하는 경력을 기대한다. 그런데 장관 등의, 인격적이고 정신적인 자질이 중요한 직위는 시험이나 교육과는 다른 방식으로 충원된다.
3. 관료제화의 전제조건과 부수현상
1) 화폐경제적 그리고 재정적 전제조건
- 베버는 화폐경제의 발달이 근대 관료제 발달의 조건 중 하나이며, 이것이 근대 관료제의 행동양식을 이해하는 데에 중요하다고 말한다.
- 근대 이전 발전한 관료제의 경우 모두 관료들의 봉급이 현물로 지급된다. 그런데 이런 경우, 현물이 불규칙적으로 급여될 때 관료들은 그들의 구역 내 피통치자들에게 직접 자신의 수입을 확보하려 들 수 있다. 이는 매관(賣官)을 초래할 수 있다. “통치자 자신이 관장하던 시설 … 조세권과 업무집행권 등을 관료에게 … 어떤 형태로든 위임하는 것은 관료적 조직의 순수유형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 베버는 연금이나 토지, 연금 자원 등에 대한 경제적 사용권이 종신적으로 관료에게 수여된 경우 그것을 ‘봉록적 관직체계’라고 부른다. 이는 관료적 조직—특히 위계적 종속관계를 약화시킨다.
- 따라서 절대적인 직접적 강제수단[예: 노예]이 아니라면 보장된 화폐봉급이 경험적으로 관료제의 성공에 최적의 조건을 제공한다. 확고한 조세체게—화폐경제—가 있어야 관료적 행정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이는 도시국가에서 관료제가 잘 발달한 이유기도 하다). (374-380).
2) 행정업무의 양적 발전
- 행정업무의 특수한 발전양상이 행정 관료제화의 진정한 기반이다.
- 베버는 대형국가와 대중정당이 관료제화의 고전적 기반을 형성한다 봤다.
- 대형국가는 자신의 기능의 범위를 유지, 확대하고 대외적 접촉영역을 키우고 행정의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해 관료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경우 대중정당이 관료화되어 있다.(독일의 경우는 SPD) (380-383)
3) 행정업무의 질적 변화
- “관료제화를 촉발시킨 더 중요한 계기는 … 오히려 행정업무의 내포적 그리고 질적 확대와 내적 발전이었다.”
- 상비군의 창설이 대부분 관료제화를 촉진시킨 요인이다. 그러나 근대국가에서는 행정에 대한 요구 수준 자체가 점차 상승하면서 이것 또한 관료제화를 촉진시켰다.
- 부의 증대, 이를 통한 생활방식의 정교화는 일반적 욕구수준에 영향을 미치고 관료제화를 더욱 촉진한다.
- 순수한 정치적 요인으로는 사회가 질서와 보호를 희구하는 경우이다. (경찰) 다른 중요한 것은 이른바 ‘사회정책적’ 과제이다.
- 관료제화를 촉진하는 기술적 요인들: 근대 특유의 교통수단(철도, 전화, 육상,해상항로). “서구의 근대국가가 오늘날과 같은 방식으로 관리될 수 있는 것은 국가가 전신전화망을 지배하고 우편과 철도를 관장하고 있기 때문에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384-386)
4) 관료적 조직의 기술적 우월성
- 관료적 조직이 확산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순전히 기술적으로 우월하기 때문
- 여기서 베버는 ‘명망가행정’(로마, 영국에서 나타난)과 ‘관료행정’을 구분한다. 명망가행정과 비교하면 관료행정이 훨씬 효율적이다.
- 오늘날 신속한 관료적 행정업무를 무엇보다 요구하는 계층은 경제활동을 담당하는 계층이다.
“그러나 관료제화가 제공하는 가장 큰 이점 중의 하나는, … 행정업무를 순전히 객관적 기준에 따라 분할하는 원칙을 실시하는 데 가장 적절하다는 점이다. 이 경우 ‘객관적’ 업무처리란 우선, ‘상대방의 신분을 고려하지 않고’ 업무를 계산 가능한 규칙들에 따라 처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상대방의 신분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은 ‘시장’의 구호이기도 하고 또한 모든 적나라한 경제적 이익추구행동의 구호이기도 하다.”(388)
- 관료제는 자본주의에 매우 유리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탈인간화되면 될수록 고도로 발전하게 된다.
- 신성화된 전통에 구속되어 있는 법 발견 유형: 1) 카리스마적 재판 2) 카디재판 3) 경험적 재판. 베버는 여기서 영국적 법전통과 독일적 법체계를 비교한다. 영국이 합리적 법체계를 지니지 않고 경험적 재판에 크게 의존하는 것은 독점적 명망가계층인 변호사조합 때문으로 보고 있다. 독일의 경우는 중앙집권화가 결여되었으면서 동시에 관료제화가 진행되었다.
- 394쪽: 창조적인 활동에의 요구와 관료적 업무수행의 객관성, ‘국가이성Staatsräson’이라는 객관적 관념
- 395쪽: 민주주의적 입장의 아이러니
“… 법적 평등과 자의로부터의 법적 보호에 대한 욕구는 행정의 형식적으로 합리적인 객관성을 요구[한다]. …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이러한 이성적 요구와는 달리, 만약 어떤 특정한 문제에 있어서 감정적 정서가 대중을 지배할 경우, 이들의 ‘정서’가 요구하는 바는 … 구체적 사례와 구체적 인간에 준거하는 실질적 ‘정의’이다. 그런데 이런 요구는 관료적 행정의 형식주의 및 규칙에 구속된 냉철한 ‘객관성’과 불가피하게 충돌하게 되며, 그 결과 사람들은 자신들이 합리적으로 요구한 바를 감정적으로는 거부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395)
5) 행정수단의 집중
- 군대의 사례(396-398) 군대의 관료제화는 유산계층의 특권이었던 군복무를 무산계층에게 떠넘기는 과정과 함께 진행되었다. 동시에 인구, 경제가 발전하며 영리활동 계층은 점차 전쟁목적에 동원될 수 없게 되었다.
- 경영수단의 집중화; 대학(아카데미아)의 경우 398-399쪽.
6) 경제적-사회적 차이의 완화와 평등화
- 국가차원의 관료제화, 민주화는 그 행정이 경제적임에도 공공재정의 현금 지출이 상승하는 결과를 불러온다.
- 당 차원의 관료제는 지역 명망가 집단의 저항에 부딪힌다.
- 민주주의라는 정치적 개념은 피지배자들의 법적 평등이라는 원칙으로부터 아래와 같은 서로 상반되는 요구를 도출한다: 1) 누구나 어떤 관직이든 맡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폐쇄적 관료신분집단 발전을 저지해야 한다는 요구 2) 여론의 영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관료들의 지배권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요구.
- 베버는 소극적 민주화와 적극적 민주화를 구별하는데 여기서 전자는 ‘피지배자의 평등화의 진척’이다.
4. 관료적 기구의 지속성
- 확립된 관료제: 가장 파괴하기 어려운 사회조직체.
- 질서의 기초: 문서와 기강(숙달된 활동영역 내에서 어김없이 복종하려는 관료의 자세)
- 관료제는 지배권을 장악한 사람에게는 그가 누구든 간에 아주 쉽게 그를 위해 봉사한다. (e.g. 비스마르크의 경우) 관료적 지배기구는 그것이 근대적 정보수단을 장악하는 한 혁명을 점차 불가능하게 한다. 다만 쿠데타만이 가능해질 뿐이다. “실제로 프랑스에서 성공한 모든 정변은 결과적으로 쿠데타였던 것이다.”
5. 관료제화의 경제적-사회적 결과
- “우리가 매우 주목해야 할 것은 이미 여러 번 논의되었고 또 앞으로도 계속 논의할 아래와 같은 사실이다. 민주주의 그 자체는 불가피하게 그리고 비록 본의 아니게 관료제화를 촉진시킴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바로 촉진시키기 때문에 오히려 민주주의는 관료제의 지배를 반대하는 관료제-적대세력이며, 또 적대세력으로서 관료적 조직에 상당한 파괴와 장애를 안겨줄 수 있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6. 관료제의 권력위상
- 국가들에서 관료조직의 권력이 증가하는지는 미리 따지기 어렵다. 관료층의 수가 늘어난다고 관료제의 입지가 높아지지는 않는다. 베버는 일반적 사항을 고찰한다.
- 완숙한 관료제의 권력지위는 언제나 높다. ‘주인들’(데모스, 의회, 혹은 대통령이건 상관없이)과 훈련된 관료와의 관계는 언제나 아마추어와 전문가간의 관계이다.
- 모든 관료제는 직업적 지식소유자의 우월성을 강화시키려고 한다 - 비밀유지라는 수단을 통해. “<직무상의 비밀>이라는 개념은 관료제 특유의 발명품이며 관료들이 이러한 직무상의 비밀유지라는 수칙만큼 열렬히 옹호하는 것도 없다.” 관료제의 비밀유지동기는 객관적 동기에 의거한 수준을 넘어서 작동한다.
- 입헌군주와 절대군주 (절대군주는 전자에 비해 관료들에 더 의존적이다.) 여기서는 비전문가로서의 통치자와 관료들간의 갈등 문제가 다뤄진다.
- 관료의 실무지식을 능가하는 것은 단 하나, 경제 영역에서의 사경제적 이해당사자들의 실무지식뿐이다.
7. 관료적 지배구조의 발전단계
- 합의체적 상임 자문 및 의결기구: 통치자는 관료의 전문지식을 활용하면서도, 그들에게 권력을 양보하지 않고 통치자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이러한 것을 설치한다. (e.g. 프리드리히 빌헬름 1세의 경우)
- 관료제 이전의 기구: 원로정치가나 명망가들이 참여하는 장로회의가 전형적 형태.
그런데 이러한 합의체행정은 의회제도가 발전하고, 행정 자체의 잘 짜여진 통일성이 필요해질 때 사라지게 된다.
8. 교육의 합리화
- 교육과 교양(Bildung)의 성격에 대해 관료제화가 끼치는 영향
- 민주주의는 스스로가 촉진시킨 관료제화의 다른 모든 부수 현상에 대해서와 마찬가지로 전문시험에 대해서도 이율배반적 입장을 취한다.(421)
- 오늘날에는 족보 대신에 학력 자격증이 그 역할을 한다.
- 학력자격증 획득에 필요한 교육과정은, 재능(카리스마)보다는 재산이 더 중요하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
- 문화인간형과 전문인간형